5개월째 가계부를 쓰고 있다.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경제관념과 직면하고자 하는 거였고, 기대는 쓰임을 줄여보자는 거였다. 경제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쓸 때 쓰자”라는 의식이 생겼고 이 의식은 “내가 살게”라는 습관성 결제로 이어졌다. 음식 배달이나 인터넷 쇼핑도 수시로 하면서 어디에 얼만큼 쓰이는지 모르는 게 더 자부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릴 적 가난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으로 합리화하던 중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가계부를 (기가 막히게) 엑셀로 정리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5개월차의 변화는,
1) N분의 1을 자주 한다. 어색해서 주로 선택한 ‘내가 쏘는’ 금액과 나누어서 냈을 때의 금액의 격차를 알게 되면서 사람 수대로 나누어서 낸다. 그리고 그게 더 서로에게 좋다는 것도 이제 알게 되었다. (그동안 숱하게 술을 산 사람들과 나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2) 앱을 이용한 음식 배달과 인터넷 쇼핑이 정말 많이 줄었다. 이건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1회용을 줄이자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고, 음식 배달을 하지 않고 만들어먹으니 냉장고가 여유롭고,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
3) 아침에 미리 당일에 쓰임들을 계산해본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인데, 그날 일정에 따라 혹은 기분에 따라 그냥 사용하던 지출이 거의 없어졌고 아침에 예상된 지출만 하게 된다. 그리고 예상된 지출을 하지 않게 되면 그게 그렇게 신난다. ㅎ (비고란에 구구절절하게 칭찬함.)
4) 경제적 관념에 질서가 잡혀가는 스스로가 기특하고 멋지다. 무엇보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5) 결론적으로, 지출이 아주 많이 줄었다. 3분의 1은 물론이고 이제 목표를 절반으로. 그러다보니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여유로운 시간에 칼럼을 밀리지 않고 쓰거나, 책 원고를 쓰고 있다. 그리하여, 생활이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 직면하는 힘. 직면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걸음을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