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가는 사흘의 시간들

두 달간 네 마을, 게으름뱅이 방랑자의 첫걸음 날

by 쏠SOL


서울에서 여섯시간을 날아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그곳에서 다시 여섯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연달아 다섯 시간의 비행 끝에


현지시각 오전 일곱시에 드디어 코치공항에 도착했다.

_SAM0703.jpg 쿠알라룸푸르 공항노숙. 기분이 매우 좋았다. 무려 카페트가 깔린 바닥이라니..!


인도다...!




집을 나선지 꼭 스물 네시간 만이다.



공항에서 AC버스를 잡아타고, 운좋게 첫번째 인도인 친구 '딜립'을 만나서 기차역까지 한큐에 가게 됐다.



막상 코친 공항 인이 제일 싸서 들어갔는데, 함피에 바로 가고싶어졌다. 역시 도움을 받아서 어렵지 않게 고아행 기차 당일티켓을 구했다.

_SAM0713.JPG 저기서 기다리면 돼, 난 바쁘니까 갈게! 라며 괜히 뛰어가던 딜립


천지에 이렇게 나 도와주는 사람 투성인데, '인도에선 그래도 조심해야지' 괜히 딜립을 두고 다짐했다.

딜립은 기차티켓을 쥐어주고 웨이팅룸을 가리킨 뒤, 나 보란 듯이 '빠이'하고 쌩 사라졌다.

나쁜 사람이 역시 아니었다.

(아무리 세상에 사기꾼이 많다지만, 좋은 사람은 더 많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렇게 또 세시간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귀에 인이 박히게 들었던 '슬리퍼칸'기차를 탔다.

_SAM0720.jpg 먼지와 바퀴벌레만 빼면, 꽤나 아늑하다. 우측 상단이 바로 내 자리..!
_SAM0722.jpg 천장에 붙은 먼지 그득한 선풍기들이 쉴새없이 돌아간다. 그냥 침낭을 머리 위까지 덮어버린다.



아니, 마침내 누웠다!!

'슬리퍼는 좋은 곳이군'


누워서 생각하다, 싱글싱글 웃었다.


이렇게 누워서 새벽 세시반이면 고아 마드가온 역에 도착한다고 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몸이 움직여주다니 문득 교통수단에 감격했다.



아무데서나 철푸덕 눕는 게 아무렇지 않아졌다.
서울에 있는 두 달 동안 다시 문명에 잘 적응된 줄 알았는데,
그곳을 나오는 순간 듣보잡의 혼잣말 크리는 또 발동됐다.


천장에는 언제 생긴지도 모를 까만 먼지가 선풍기에 붙어 휘날리고,
외국인전용이 아닌 일반인 쿼터인 탓에 사방에는 시꺼먼 사내들이 득시글하고,
몇시간째 아무것도 못먹은 배는 쪼그라들고 있었지만,


뭔가 인도구나, 인도기차구나, 싶은 마음에 괜히 흐흐흫흐흐흫하고 웃음이 났다.




내가 처음만난 인도는,

덥다기보단 따뜻했고, 더럽기보단 친절했다.


첫인상이 나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그곳에서 목적지인 함피까지는 로컬버스를 세번 갈아타고 스물 네시간을 더 가야했다.
편한 버스보다 오천원 차이도 안나지만 개고생을 했다고 한다.
첫날부터 무서운 줄도 모르고 현지인 집에 갔다고 한다.



정상적인 두뇌활동이 멈추는 시간, 사흘간의 논스탑 줠니.


_SAM0752.jpg 하.. 거지꼴로 달디단 디저트를 받아먹고 있다. 집안 모두와 악수를 한 뒤 빠져나올 수 있었다.



_SAM0755.jpg 언니, 잘가! 뭐 대충 이런 말들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