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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7년, 800편, 500백만 자

[브런치] 플랫폼에 관한 상념과 댓글

by 글짓는 목수

오랜만에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이유는 한 브런치 작가의 글이 나 안에 응집되어 있던 답답함을 끄집어내어서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에게 SNS활동은 어디까지가 최선일까?]라는 글을 쓴 소위님은 브런치에서 2년 정도 활동을 하신 분인데 다른 브런치 작가 분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셨다. 그가 소개한 작가(배대웅)님이 글에 대한 칭찬일색이다. 그런데 글을 잘 쓰는 것에 비해 브런치에서 인지도와 인기가 너무 없는 것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는 글이었다.


나 또한 브런치에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편(800편 이상, 500백만 자 이상)의 글을 써 오면서 느낀 점을 그가 콕 집어준 것 같았다. 브런치는 글 쓰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곳이 과연 개성 있고 특색 있는 다양한 글이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적지 않은 작가들이 브런치를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브런치는 계속 신규 유입으로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브런치의 신규 유입과 정착에만 너무 치중해서 필력 있는 작가들에게 브런치는 이제 그저 사이드 플랫폼의 하나 혹은 더 이상 집중할 필요가 없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아직 브런치에서 나보다 많은 분량의 글(많은 수의 글이 편수만 많고 시나 간단한 메모 혹은 사진으로 도배)을 써온 작가들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그건 대부분 나 보다 먼저 시작한 작가들은 얼마 간 이곳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다 각자의 살길 (출간)을 찾아서 떠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브런치는 퇴물처럼 관리되지 않은 과거의 일기장(이력)처럼 남겨져 있을 뿐이다. 나는 그런 플랫폼의 푸대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써왔다. 그런데 나의 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독자들과 그게 아니면 지인들이다. 브런치는 나의 글을 노출시켜주지 않는다. 처음 가입했을 때를 기억한다. 몇 만회의 조회수에 눈이 휘둥그레졌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 일은 다신 벌어지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나만 그런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이건 도대체 어디서 접속한 경로인가? 모니터링? 감시?


과연 이런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까? 나는 묻고 싶다. 플랫폼 운영자에게…. 무슨 생각과 계획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인지? 내가 생각건대 브런치의 유저인터페이스와 시스템 운영을 하는 분는 글을 쓰는 작가 출신이나 글을 제대로 써본 사람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글쓰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런 식의 플랫폼 운영과 알고리즘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규 작가와 기존의 작가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텍스트라는 콘텐츠는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 이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나 시스템이 부재한 것 같다. 다양성은 경쟁력이 된다. 미국이 왜 강대국이 되었나? 유튜브, 인스타가 왜 경쟁력을 가졌나? 다양한 것을 품고 그것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발견해 내는 그리고 노출시켜 주며 상생하고 성장하는 플랫폼이기 때문 아니던가 서로가 윈윈 해야만 시스템은 계속 존속하면서 발전한다. 유저의 성향과 변화에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시스템을 개선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브런치는 오직 존속(버티기)에만 신경을 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신규 작가 유입과 정착에만 신경 쓰고 그들이 잠시 머물다 식으면 떠나는 그런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아마 나처럼 오랜 시간 브런치에서 글을 써온 작가님들이라면 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은 많이 쓰지 않고 성장할 수 없는 콘텐츠이다. 많이 쓴 자들이 떠나간다면 그건 그들의 노력과 기여에 배반했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주의 세상에서 이것에 배반하는 시스템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시장은 기여도와 대한 보상의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좀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성장 없는 답보는 퇴보를 좀 더 지연하는 것뿐이다.


브런치는 텍스트 콘텐츠에 대한 가치 측정 및 분석에 관한 알고리즘과 그에 상응하는 노출과 대우에 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감상만 기록하는 편향된 일상 감동 에세이 플랫폼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글을 품고 그 글들을 세상에 나오게 하는 텍스트 플랫폼의 전당이 될 것인가는 어떻게 텍스트를 질과 개성을 평가하고 노출하고 공유하며 작가를 키워내는 가에 있다. 기존의 기성 작가와 평론가들이 만들어내는 주관적인 작가 시장에 AI의 도입으로 공정하고 사심과 편향(정치적, 기업적, 유행적)이 가장 적게 개입되는 글이 세상에 노출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온라인 텍스트 플랫폼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유튜브(영상)와 인스타(이미지)의 생태계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를 그토록 보아 왔음에도 왜 한국은 그것이 안 되는 것일까? 또 옛날의 싸이월드처럼 최초의 플랫폼은 운영 방식의 실패로 사장시킬 것인가? 소위님의 글을 계기로 또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건 미련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브런치에서 보낸 시간의 축적이 이 플랫폼에 대한 애착을 키운 것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와 플랫폼의 동반 성장이라는 과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자는 플랫폼의 콘텐츠의 특성과 그 이용자의 심리와 성향과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안 된다. 만약 이런 플랫폼에 대한 충고를 단순한 불평불만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유저와 대중의 소리에 귀 기울지 않고 오히려 이런 것들을 은폐하려고 가리려고 한다면 이건 작금에 벌어지는 한국의 상황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숨은 것이 장차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감추어진 것이 장차 알려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

- [누가복음 8장 17절] -


앞으로 좀 더 나아지고 발전할 브런치를 기대해 본다.




아래는 소위 작가님과 주고받은 댓글 내용입니다.


글짓는 목수 :

작가님의 글에 십분 공감합니다.
브런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노출을 더 많이 시켜주는 공간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브런치 작가 7년이 넘게 800편이 넘는 글을 써오면서 이 나름 이 플랫폼의 습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신규(작가)들의 유입을 더 중요시합니다. 끌어들여서 발을 들이고 글맛을 보고(정확히는 노출에 의한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 계속 쓰게 하는 습관을 들게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관심과 노출을 줄이죠 만약 글이 대중적이고 유행적이고 보편적이지 않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브런치에서 제가 하는 작가들 중에도 개성 있고 남다른 특출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고 필력도 상당하신 분들이 많음에도 그런 분들은 구독자나 노출이 많이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글을 오래 쓰다가도 브런치를 떠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다시 블로그 혹은 유튭이나 인스타에 더 치중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글만 잘 쓴다고 읽히는 시대는 아닙니다. 자기 홍보를 하지 못하면 사장될 뿐입니다. 보석도 땅 속에 묻혀있으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브런치가 글 쓰는 플랫폼이라는 인지도와 그동안 해온 노력 그리고 습관 때문에 계속 지속해서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지요. 그냥 이제는 안 쓰면 이상하게 되어버렸죠. 알려지려고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면 이상해서 쓰는 게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기록하는 자입니다.

누구나 관심을 받으면 씁니다. 하지만 관심이 없을 때도 계속 쓰는 작가만이 살아남고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많이 오래 쓰지 않았는데 잘 쓰고 작가는 없습니다. 물론 계속 읽는다는 것이 병행되어야겠지요. 고독하고 외로운 길입니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건 쓰면서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진솔하고 통찰 있는 글이 장문의 댓글을 만들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건 필하십시오 ^^


소위님의 댓글 :


이렇게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를 건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도 23년도 3월부터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정말 긴 시간 동안 브런치에 계셨군요.
일단 그 꾸준함에 놀랐다는 말씀부터 드려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존경스럽고요.
저는 여기에서 시, 소설, 에세이를 다 써 봤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에세이가 아닌 이상은 브런치에서 신경도 써 주지 않더군요..
그리고 신생 작가일 때는 여기저기 노출도 시키면서 도움을 주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니 그런 일도 확 줄어들었고요...

이젠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오고 있어요.

저는 여기 작가님들과 많이 친해져서... 열심히 소통하고 있긴 한데
갈수록 시간이 부족하고 제 글에 투자하는 시간조차 줄어드는 것 같아 고민이 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멤버십 제도라는 것까지 생겨서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지요.
제가 들어온 이후로 2년여 동안 브런치가 너무 많이 변하고 있어요.
장단점이 뚜렷이 있는 변화라.. 뭐라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아직은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크므로 떠날 생각은 없는데
많은 분들이 회의적으로 변해 가셔서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바뀐 제도들이 큰 문제점 없이 정착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럴까요 과연?? ㅜㅜ
관심을 받든 못 받든 계속해서 쓰는 게 작가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실상 저는 소설 공모전을 준비하기 때문에 혼자 습작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거든요.
그러니 쓰기는 결국은 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건필하시길 응원합니다!!


다시 글짓는 목수의 댓글 :


소위님도 글쓰기를 자신의 성장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계속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작가는 언제나 독자에게 굶주려 있지만 자신이 그 첫 번째 독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 첫 번째가 없다면 두 번째도 열 번째도 천 번째도 없습니다~ ^^; 답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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