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도 ep54
목장 모임이 끝난 늦은 밤, 안나가 가인을 하우스 뒤뜰로 불러내었다.
"가인 오빠! 자꾸 이러기야? 이러면 나 오빠 못 봐"
"안나야,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내가 잘할게."
"다 끝난 얘기잖아, 왜 그래?"
"내가... 오빠가 다 잘못했어, 이제 잘할게"
"오빠가 잘못한 거 없어, 다만 서로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야."
"그럼 내가 너 방식에 맞추면 되잖아"
"가인 오빠, 난 오빠의 이런 모습이 싫어, 처음에 우리 이렇지 않았잖아. 오빠는 나를 사랑해서 한다는 말과 행동이 나를 너무 숨 막히게 한단 말이야. 오빠는 도대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사랑?! 항상 같이 있어주고 지켜주며 서로를 바라보며 의지하는 뭐 그런 거 아닐까?"
"난 사랑은 믿음이라고 생각해,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해, 세상 밖으로 나가서 바로 설 수 있게 서로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 주는 것 그게 사랑 아닐까?"
“…”
가인은 안나를 만난 이후 사랑이 아닌 감시와 사육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왔다. 안나는 자신을 울타리 안에 가두고 감시하려는 가인의 모습에 지쳐버렸다. 가인은 안나를 마치 어린아이를 보살피듯 세상과 차단시키고 자신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하려 했다. 둘이 정식으로 사귀고 난 후부터는 안나가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으며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싶어 했다. 안나는 처음에 가인의 세심한 관심이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성격과 직업적 특성상 가인의 그런 요구는 받아들이고 싶지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항상 카톡으로 안나의 상황을 물어왔고 카톡 메시지를 3분 이상 읽지 않거나 읽고도 3분 이내 답이 없으면 바로 전화가 오곤 했다. 그 때문에 안나는 밖에서 경찰 작전 수행을 하다가 여러 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교회에서도 안나가 혹여 다른 남자들과 대화하는 모습만 봐도 항상 거기에 끼어들어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직접 들어야만 했다.
가인은 또한 안나가 없는 자리에서는 그녀가 마치 의사결정권이 없는 미취학 아동인 양 보호자나 대변인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다녔다. 처음엔 안나도 가인이 자신의 뒤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말과 행동을 하고 다니는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 변화를 느낀 안나는 가인이 자신이 한 적도 없는 말을 자신이 한 것처럼 교회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닌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안나는 더 이상 연인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시작한 둘의 사랑은 온전하던 둘의 삶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있었다.
"예전에 오빠랑 사귀기 전의 모습이 좋았어, 다시 그때로 돌아가자"
"넌 그게 되니?"
"응!"
"난 안돼"
시간을 되돌린 순 없다. 과거의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안나에게는 잊어버리고 싶고 의미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가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누군가에겐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도 누군가에겐 지워낼 수 없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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