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벗어나다

데모도 ep57

by 글짓는 목수

"택건형님! 잘 지내시죠?"

"오! 가인, 너 요 몇 달 못 본 사이에 때깔 좋아졌는데?"

"행님도 건강해 보이네요, 행님은 근데 우째 나이를 안 먹는 거 같아요. 보통 노가다 하시는 분들 고생을 마이해가 폭삭 늙어가는데… ”

“이건 뭐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이 하하”

“노가다는 할 만합니까? 또 지붕일 한다면서요?"

"뭐 데모도가 항상 똑같지 뭐 맨날 시다바리나 하는 거지 뭐"


가인이 번쩍거리는 렉서스의 최신형 세단을 타고 나타났다. 새까만 선글라스에 머리도 윤기 있는 무언가를 발라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택건은 너무도 변해버린 모습에 처음에 가인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차가 왜 이리 조용하냐?"

"하하하 행님~ 이거 하이브리드 아입니까?"

"와~ 차 좋네! 콜택시 해서 돈벌이가 좀 되는가 보지?"

"뭐 노가다 데모도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너 나 디스하는 거지? 데모도가 어때서? 데모도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가 이 자식아!"

"뭐, 그건 맞는 말이네요. 큭큭"


가인은 작년에 택건과 함께 했던 샵 인테리어 공사를 끝으로 노가다와는 인연을 끊고 1년 넘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호의 소개로 가인도 여객운송업으로 뛰어들었다. 가인은 여객이든 화물이든 뭐든 돈이 되는 것은 밤낮없이 싣고 날랐다. 열성적인 그의 노력으로 일을 한지 몇 달도 안 돼서 택시 회사의 매니저 자리까지 올라갔다.


"형님도 그 돈도 안 되는 목수 데모도 일 떼려 치우고 이리로 오이소."

"돈 좀 벌더니 데모도 무시하는 거 좀 보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그 한인 노가다 바닥에 개목수들 기술도 안 가르쳐 주고 맨날 개잡부처럼 힘든 일만 시키는데 거기서 언제 커서 기술자 되겠습니까?"

"휴, 뭐 언젠간 되긋지, 목수가 어디 배울 일이 한두 가지냐?"

"형님도 참 답답합니다."

“넌 택시일 계속할 거가?”

“조만간 이 택시 회사를 사버리려고요.”

“뭐? 돈 많이 벌었나 보네.”


택건은 데모도로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와 녹초가 되어 잠들기를 반복하는 생활에도 돈은 잘 모이지가 않았다. 일해서 버는 돈은 대부분 주거비와 생활비 그리고 학비, 각종 필수 보험료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루살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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