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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밥먹여 주진 않는다

평범한 남자 EP 11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공항에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대부분 중국행 출장자들이다.


중국과 한국은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국과는 애증관계라고 해야 할까? 한국을 반으로 쪼개 놓은 것(6.25 중공군 투입)도 중국이지만 이만큼 먹고살게 해 준 것도 중국이다. 중국이 없었다면 한국(남한)은 이렇게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대외 수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소화해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중간재(현지 공장에서 사용할 부품) 및 설비 등의 수출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 제조업 중 웬만한 중견기업 이상은 중국에 공장이나 자회사가 없는 회사가 없을 정도이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에 맞게 중국행 항공노선도 많이 증편되어 한국 기업들이 모여있는 도시는 직항노선이 편성되었다. 연대 또한 과거에는 청도나 제남 등 큰 도시를 통해 가야 했는데 지금은 직항노선이 생겨서 편하게 출장 가게 되었다.


과거 대학 입학 당시 일본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수능 점수가 모자라 어부지리로 왔던 중문과가 지금은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일본과는 달리 지금 중국은 불붙은 로켓처럼 그 위상이 수직 상승 중이다. 취업시장에선 중국어 능통자는 어딜 가나 우대 사항이 되었다. 나 또한 그 덕에 취업의 문을 쉽게 넘었다.


"오셨습니까? 부장님~"

"어 그래 일찍 나왔네, 담배 있냐? 한 대 푸고 들어가자"

"예 부장님! 여기"

"맨솔이냐? 다른 건 없어?

"예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됐어 그냥 줘! 너도 한 대 피워!"

"예 감사합니다 부장님"

"참! 그 재무부 여직원 연락해봤어?"

"예 해봤습니다."

"뭐 라디? 얼마면 되겠데?"

"저… 그게 그 여자는 자기가 왜 회사를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인 거 같습니다."

"아~놔~, 모르니까 돈을 주겠다는 거잖아! 그래서 못 알아낸 거야?"

"예~ 그게 여자분이 태도가 너무 강경해서…"

"희택아! 강경은 무슨 얼어 죽을… 강경이야. 우리가 무슨 동사무소 민원 접수처인 줄 아니? 생각 좀 하고 행동해라! 참나~ 내가 풋내기인 너를 데리고 무슨 말을 더 하겠냐… 쯧쯧"

"무슨 말씀이신지…"

"됐어~ 이놈아! 연대 가거든 내가 시키는 데로만 말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알겠냐?"

"예…"


자유로웠던 시절은 끝났다. 나는 이제 목줄 달인 개가 되어 그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나의 생각과 의견은 중요치 않다. 나는 그저 그의 손발 그리고 입이 되어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이 되어야 한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간은 자유의지를 상실하고 살아간다.


비행기에 올랐다. 기내에서 비행 내내 그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집중하느라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그가 기내식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이고서야 심적 평온이 찾아온다.


'아! 좋던 시절은 다 갔구먼, 수행비서 역할이 이런 거구나…'

"乘客们!本次航班即将到达烟台蓬莱国际机场 “ (승객 여러분, 저희 항공기는 곧 연태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방송 뭐라는 거냐?"

"이제 다 왔답니다. 좀 있음 착륙입니다"


난 그때까진 내가 여태껏 공부해온 중국어가 나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배운 것이 아니란 걸 몰랐다. 잠시 동안의 나의 평온은 착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으로 끝이 났다. 비행기가 승강장에 멈추기 무섭게 기내 안의 한국 출장자들은 일제히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이번엔 나 또한 그들과 같은 한 명이 되었다. 내 짐뿐만 아니라 재무부장이 산 면세품 가방들까지 다 내 몫이다. 어찌나 많이 샀는지 면세점 비닐 가방의 엄청난 무게에 손바닥에 피가 통하지 않는다.


“부장님! 저리로 가셔서 담배 한 대 태우시고 가시죠"

"어~ 그래! 그러자고"


이젠 나름 어설픈 의전(儀典)을 갖추기 시작했다.


"희택! 숙소는 잘 잡아놨겠지?"

"예~ 이미 다 예약해 놓았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그 여자랑 몇 시에 약속을 잡았다고 했지?"

"저녁 7시에 잡아 놨습니다."

"그래? 그럼 시간이 많이 남네, 어디 좋은데 없어?"

"예?! 그럼 점심 드시고 마사지받으러 가시겠습니까?"

"오~ 그래 마사지 좋지, 중국 왔으면 마사지는 받아야지 좋은데 있어?"


그는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빨아대던 담배를 쓰레기통 위의 재떨이에 비벼 끈다. 그리고 나에게 택시를 잡으라고 손짓한다. 이번엔 헤이처 기사들의 호객행위를 뿌리치고 택시를 잡아탔다. 지난번 가슴 아픈 헤이처 도난 절도 사건이 떠오른다. 어차피 택시비는 그가 경비 처리할 거니까 굳이 돈을 아낄 필요가 없다. 임원이나 부장과 출장 가면 유일한 좋은 점 한 가지가 바로 이거다.


"烟台不夜城宾馆去吧!" (연대 불야성 호텔로 갑시다)


호텔로 움직이는 동안 사부장은 육중한 몸이 하늘 위에서 받은 강력한 중력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내 곯아떨어진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호텔은 생각보다 고급스럽다. 나름 4성급 중에서도 꽤 괜찮다는 호텔을 잡았다. 혼자 갔으면 그냥 3성급의 가성비 좋은 호텔을 골랐겠으나, 재무부장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레벨을 한 단계 올렸다. 이번 출장은 남는 게 별로 없겠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뒤 로비에서 다시 만나 마사지 숍으로 향했다.


또다시 연대 아가씨 발 마사지로 왔다. 윗사람을 모실 땐 항상 내가 익숙한 곳을 데려가야 하는 법이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험은 둘이서 하면 두배의 용기가 나지만 상대가 윗사람이면 욕이 두배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你是?! 几天前来的那个韩国人,是吧?" (당신..?!! 며칠 전에 왔던 그 한국인 맞죠?)

"喔~你的记性很好,还记得我啊?" (오~ 기억력 좋네요, 날 기억해요?)

"那当然啊,怎么会忘记我们的顾客呢?"(당연하죠, 어찌 저희 고객을 잊겠어요?)

"谢谢,有房间吗?这次我陪我上司过来的,给我们双人间吧" (고마워요, 방 있지요?, 이번엔 제 상사를 모시고 와서, 2인실로 부탁해요")

"没问题,请这边来吧”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 리셉션에 아가씨가 다행히 나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해준 덕에 부장이 뒤에서 보고는 그 상황에 의아하면서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오~희택아~, 듣던 데로 중국 말 꽤 하네, 저 아가씨랑 무슨 얘기를 그리 신나서 한 거야?"

"별거 아닙니다. 그냥 서비스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 잘했어, 네가 있으니 돌아다니기 한결 수월하네, 이전에 한 번 중국에 출장 왔을 땐, 말이 안 통해서 어찌나 불편하던지..."

"네 그러셨군요 하하하, 참! 부장님 어떤 마시지 받으시겠습니까?"

"뭐가 있는데?"


난 메뉴판에 있는 마사지 종류를 그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3시간짜리 전신 아로마 마사지를 선택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같은 것으로 할 수밖에 없다.


"어~~ 어~~ 우~~ 으"

"....."

"크어어엉~~ 끄끄~~ 끄어어엉"


처음에 그는 뭉친 근육의 통증 때문인지, 연거푸 신음을 내뱉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신음소리가 잦아들더니 이내 곯아떨어진다. 나는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지난번 못다 한 한국 드라마 속 로맨스의 진실에 대해 안마사인 그녀와 중국어 회화 심화 학습에 돌입했다. 그녀는 나의 이런 한국에 대한 리얼 토크가 재미있었던지 마사지가 끝나고 나갈 때 다음에 다시 오면 자기가 특별 서비스를 해주겠다며 야한 윙크를 날린다.


"아~ 시원하다. 너 덕분에 마사지 제대로 받았네, 이건 내 카드로 계산해"

"예?~ 아~ 알겠습니다."


그는 지갑에서 법인카드를 꺼내 준다. 리셉션 아가씨는 카드를 보더니 손사래를 치며 카드는 안 받는단다. 내가 다시금 부탁을 하니 수수료 10% 추가하겠다며 못 이긴 척 결재를 해준다.

6시가 넘어간다. 마사지를 오래 받은 덕에 약속시간 전에 저녁을 먹을 시간이 없다. 부장은 그녀를 만나서 빨리 일처리하고 저녁을 먹자고 한다. 샤오왕을 처음 만났던 그 커피숍의 같은 자리에 부장과 커피를 시켜놓고 나란히 앉아 기다린다.


"넌 내가 얘기하는 데로만 똑바로 전달해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샤오왕이 나타났다. 그녀도 혼자가 아니다. 그의 남편과 함께 우리 자리로 걸어온다. 둘의 표정은 이전 출장에 봤던 그 모습과는 사뭇 달리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你好,请坐,你们这几天过得好吗"(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요 며칠 잘 지내셨어요?)

"…"


나의 반가운 인사에도 그들은 이렇다 할 대꾸 없이 자리에 앉는다. 선뜻 내밀었던 손이 한동안 갈 곳을 잃고 있다가 슬며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악수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다. 미국 서부 개척시기 카우보이들이 총을 손에서 놓고 서로 손을 보이도록 내밀어 잡는 것으로 서로 해 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악수를 거절한다는 건 적의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를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제 동지에서 적이 된 것인가?


"我给你们介绍一下,这位是我们总公司财务部的司部长" (소개할게요, 이 분은 본사 재무부 사 부장이십니다.)

"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 부장입니다."

"你好!" (안녕하세요.)


부장도 눈치채고 일어서서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한다. 그제야 그들은 부장이라는 직급이 이내 맘에 걸렸는지 마지못해 천천히 일어나 손을 내민다. 이윽고 사부장은 사장님께서 특별히 신경 쓰셔서 자기를 보내 이렇게 만나보라고 했다며 회사 차원의 배려인 것처럼 강조한다.


"사장님께서도 이번 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세요. 저희는 샤오왕같이 재능 있는 분이 회사를 위해 계속 일해주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허나 지금 회사 상황이 여의치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에 샤오왕께서 노동부에 고발 조치한 건으로 회사 피해가 적지 않은 상황이에요, 부득이하게 이런 인사 조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는 사장님을 대신해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일이 이 지경이 된 상황에서 인사명령을 번복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아울러 당신이 다시 본업으로 복귀하신다고 해도 선임자들과 후임자들 간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도 만무하지 않겠습니까? 희택아~ 일단 여기까지 통역해!"


사부장은 말을 끝내고 나를 쳐다본다. 당혹스럽다. 사부장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전혀 배려 없는 말을 배려하는 척 얘기한다. 이 긴 내용을 어찌 나보고 다 기억하고 통역을 하라는 것인지, 내가 무슨 청와대 대통령 동시통역사쯤으로 생각하시는 건가? 모국어로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긴 말을 어찌 통역하라는 말인가? 일단 대충 장황한 말의 요지만 요약해서 내 마음대로 지껄였다. 어차피 부장은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내 말을 들은 그들의 언짢은 표정을 내보인다.


"왜 이렇게 짧아?"

"원래 중국어가 축약형 단어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하하"


사부장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간다.


"이건 사장님께서 샤오왕께서 평소 착실했던 회사 생활을 감안하셔서 특별히 드리는 겁입니다."


부장은 슬며시 재킷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올려놓는다.


"신중히 잘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법적으로 당신의 노동부에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이미 회사 측에서 노동부와 잘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사에서는 당신에게 법적으로 어떠한 책임이나 보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퇴직금과 권고사직에 따른 3개월치 급여만 지급해 드리면 되는 겁니다. 아래 서약서에 서명해 주시면 지금 이 위로금도 같이 가져가시면 되는 겁니다. 어서 통역해!"


배려 없는 긴 발언이 계속되었다. 한 번 당했기 때문에 잽싸게 펜을 꺼내 수첩에 주요 멘트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통역했다. 그러자 샤오왕의 남편이 테이블을 내려치더니 벌떡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아~ 좀 돌려서 통역할 걸 그랬나?'


"靠! 他妈的~ 这像话吗你~ 你们都找死?啊?"(씨발! 제기럴~ 이게 말이라고 하는 거야~ 너희들 죽고 싶어? 어?)


순간 카페 안 주변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향했고 나와 사부장 그리고 샤오왕마저도 놀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샤오왕은 이내 그 남편의 팔을 붙잡으며 만류한다.


"你别这样啊! 冷静点儿吧,你这样对待他们都对我们不利" (당신 그러지 마! 침착해요, 이런다고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요)


샤오왕이 아니었으면 한 바탕 주먹 다툼이 일어날 뻔했다. 우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안 샤오왕은 남편을 밖으로 끌어낸다.


"你们稍等一下,我跟丈夫说点儿活再过来" (좀 기다려주세요, 제가 남편과 잠시 얘기 좀 하고 돌아올게요)


십 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희택~ 네가 한 번 가서 보고와, 뭣들 하는지"

"예 알겠습니다."


둘은 커피숍 앞에서 티격태격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조심히 그들에게 다가간다.


"你们没事吧" (당신들 괜찮아요?)

"喜宅~ 你这太过分了吧?" (희택씨~ 당신 정말 너무한 거 아녜요?)

"真不好意思,我也没想到情况变得这样" (정말 미안해요. 저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했어요)

"气死我~ 你真的不负责任" (정말 화가 나 죽겠어요~ 당신 정말 무책임하군요)

"我想,你们还是,理解我们吧,我们也没办法,我也只不过是一名职员而已" (내 생각엔, 당신들이 좀 이해해줬음 해요, 저도 더 이상 방법이 없어요, 나도 일개 사원일 뿐이에요)

"算了吧!" (됐어요!)

"如果慰劳金不够,我会给他说再补上"(만약 위로금이 부족하면, 내가 좀 더 보탤 수 있도록 얘기해볼게요"

"…"


두 부부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남편은 탁자 위의 봉투를 들어 살짝 안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그의 동공이 살짝 흔들이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봉투를 내려놓았다.


"这个不行!" (이걸로는 안돼요!)

"怎么了?“(예?)

"再补上, 这笔钱达不到我们的要求"(더 줘요, 이 정도론 우리 요구에 부합하지 않아요)


나는 그대로 통역했다. 그러자 사부장은 잠시 한 템포 쉬었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간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사장님께 부탁드려 퇴직금 지급 시 연대법인에서 추가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요청드리겠습니다. 그럼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신 지금 서약서에 서명해 주셔야 합니다. "

"…"


그들은 잠시 침묵한 채로 서로 잠시 눈을 맞추었다.


"多少?" (얼마 나요?)

"지금 앞에 있는 봉투 금액에 절반을 더 지급하도록 하죠, 더 이상의 협상은 없습니다. 싫으시다면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갑게 결정타를 날려 보냈다. 그녀의 남편의 손이 슬며시 봉투로 향한다. 이윽고 점퍼 안 주머니에 꾸욱 쑤셔 넣는다.


"好吧!说话算话,如果不遵守约定,我就饶不了了" (좋소~ 뱉은 말에 책임지시오~, 만약 약속을 어길 시에는 정말 가만두지 않을 테니)


그들은 서약서를 자기네 쪽으로 끌어당기며 서명을 하고 내주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말한 건, 사장님께 얘기해서 꼭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장은 유종의 미라도 거두려는 듯 입고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었다.


“캭! 퉤!”


그는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나와 사 부장을 번갈아 노려보며 퇴장한다. 샤오왕은 남편의 손에 붙들려 나가는 동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녀의 눈빛은 나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난 그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손을 들어 보였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돈은 위대하다, 폭력과 분노도 잠재울 만큼...'


우리는 도덕과 윤리를 논하다가도 결국 돈으로 논쟁을 마무리 짓는다. 자본주의는 인간사의 모든 일을 돈과 연결시켜 놓았다. 중국도 사회주의로 포장한 자본주의 사회일 뿐이다. 돈의 논리가 기분 나쁘게 들릴지라도, 우리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현실의 삶은 그렇게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가는 것이다. 한 번 길들여지면 빠져나갈 수 없다. 돈은 옳고 그름을 덮어버린다.


정의가 밥 먹여 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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