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P 10 (개정판)
"他们派我到生产线去了!(그들이 나를 생산라인으로 보내버렸어요!)
"啊?什么意思?”(무슨 말이에요?)
"办公室里我的位置都没了,公司公告上有关我的人事命令“(사무실에 내 자리도 없어졌어요, 회사게시판에 나의 인사명령이 올라왔어요)
"这怎么回事? 太不像话了" (그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에요? 말도 안 돼)
당황스럽다. 하루아침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재무 담당자를 생산라인으로 보내버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샤오왕은 방과장한테 가서 인사발령 건에 대해 따지고 들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총경리의 지시사항이라는 말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재무부 직원들은 다들 함구하고 자기를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你冷静点儿吧!" (진정해요)
"你看! 在这个地步,我怎么能冷静下来呢?" (봐요! 이런 상황에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你先忍耐着,我会给社长报告,会有什么措施的” (조금만 참고 있어요, 내가 사장님께 보고할게요, 아마 조치가 있을 거예요)
그녀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너무 괘씸하다. 횡령에 불륜도 모자라 직권남용을 이용한 부당한 인사처분이라니, 이쯤 되니까 사장이나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정의를 위해서라도 그들과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 엿 놈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리라!'
마치 세일러문이라도 된 것처럼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타오르는 느낌이다. 이윽고 비행기는 나의 무거운 마음을 싣고 하늘을 향해 힘껏 이륙하고 있었다.
"와~ 희택 씨 돌아왔네요. 출장은 어땠어요?"
"예~ 미화 씨 역시 항상 일찍이시네요, 출장은 뭐 그럭저럭 하하하"
"뭐예요? 그 멋쩍은 반응은?"
귀밑까지 내려오는 아담한 쇼트커트 머리에 뚜렷하지만 강해보이지 않은 이목구비 그리고 항상 상냥한 미소로 아침 인사를 건네는 미화 씨는 우리 기획실의 홍일점이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입사는 2년 선배인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여자 동료이다. 아쉬운 건 얼마 뒤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가 있는 품절녀라는 것이다. 그녀는 항상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다른 직원들의 책상을 닦고 사무실안 곳곳을 청소하고 정리한다.
그녀는 업무도 딱 부러지게 처리하는 똑순이다. 다른 여직원들과는 다르게 야근에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고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출장 얘기에 대충 둘러대고 일단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출장 중 정리한 보고서를 최종 점검했다. 이윽고 부서원들이 하나둘씩 출근하면서 나의 첫 해외출장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토로한다.
"오~희택 씨, 나홀로 출장 어땠어?"
"어디 우리 선물은 없어?"
"남은 출장비로 술 한잔 사야지, 응?"
"나도 혼자 해외 출장 가고 싶네 희택 씨처럼"
나는 진심 없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쏟아지는 부서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도다리가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자기 자리로 오라며 손짓한다.
"출장은 어땠니? 별일 없었어?"
"예 별일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출장업무 정리되는 데로 빨리 본업으로 돌아오도록 상한이랑 지호가 너 빈자리 때문에 고생이 말이 아니다"
"예 알겠습니다"
"자자! 모두들 체조하러 나갑시다!"
근무시작 전 여직원들이 사무실 청소를 하는 동안 남자 직원들은 사무동 앞 공터에서, 현장직원들은 공장안에 모여 회사내에 울려퍼지는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체조를 한다.
"띠리리 띠리리"
체조를 하러 나가려는 찰라 비서실에서 사장님 호출이 왔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다. 정리된 보고서를 들고 사장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와 저기 앉아"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잘 다녀왔나?"
"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실 창밖으로 체조하는 남직원들이 보인다. 사장 비서가 사장실 책상을 닦고 있다. 나는 사장 옆 소파에 앉고 여비서의 눈치를 살핀다. 사장은 비서에게 나가보라며 손짓한다.
그제서야 나는 사장에게 정리한 보고서를 건네며 출장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보고 듣고 확인한 사항들을 거짓없이 빠짐없이 보고한다. 보고서를 훑어보며 설명을 듣고 있던 사장이 갑자기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말을 끊는다.
"그래, 그 재무부 여직원은 어떤 거 같나?"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여직원은 순순히 회사를 나갈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장의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스럽다. 사장은 뭔가 알고 있는 눈치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는 나만 답답할 노릇이다.
"그 여직원이 연대 법인 내에서 직원들을 선동해 회사 분위기를 흐린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이야?"
"예?! 그런 사실은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래? 뭐 네가 알 수가 없겠지"
샤오왕이 오히려 가해자로 변해버린 듯한 상황에 당황스럽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배신의 배신이 이어지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영화 속 첩보 요원의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누구의 말이 믿어야하고 어디까지가 진실인건가? 순간 머릿속이 얽혀버린 실타래 투성이로 변한 느낌이다.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듣고 있어? 무슨 생각하나?"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네가 조사한 내용은 내가 참고할 테니…놔두고, 출장에서 있었던 일은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도록해! 알겠지? 그리고 그 재무부 여직원을 어떻게 달래서 내보내야 할지 생각해봐"
"예?! 그녀를 내보낸다고요?"
"그래 뭐 들었어? 아니~ 했던 말을 계속 다시 하게 할꺼야?"
"아~ 네 죄송합니다!"
"그녀랑 연락을 취해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고 다시 보고하도록 해! 거~ 참 녀석! 똑똑한 줄 알았더니… 영 머리회전이 느리네”
"아...네, 아...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사장실을 나온 나는 초점 잃은 눈으로 천장을 보며 한 숨을 내쉰다.
"또 저러네! 희택씨는 왜 사장실만 들어갔다오면 멍해져서 한 숨을 쉬어요? 하하하"
"아~ 아니에요~"
"수상하단 말이야~, 비밀 좀 공유해요 하하하"
나야 비밀이 많다고 하지만 사장 비서는 도대체 나와 무슨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걸까? 난 지금 그녀의 비밀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비밀도 나에겐 벅차다. 난 비서실을 서둘러 나와 회사 건물 뒤뜰로 나왔다. 담배를 입에 물고 생각에 잠겼다.
'어찌해야 하나?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 인가? 사장님이 나한테 많이 실망하신 듯 한데… 휴~'
사회 정의 실현에 불타던 나의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혹여 사장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녀를 어떻게 내보낼지 생각해보라니?!'
눈 앞이 캄캄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곤경에 처한 그녀를 구해줄 것처럼 호언장담을 했건만… 이제 그녀의 등에 칼을 꽂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다니… 이 무슨 웃지 못할 상황이란 말인가?
'그래 나 말고 사회 정의를 실현할 사람들은 많다.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는가? 당장 다음 달 카드값, 각종 보험료, 학자금 대출금, 적금 넣을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회 정의가 나를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다. 사회 정의는 공무원들 몫이다 그러려고 그들이 우리들의 세금을 받아먹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기 합리화는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이다. 만약 이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직장생활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을 길어질 수록 인간들이 속물이 되어가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 묻혀 죄책감을 합리화로 묻어버리는 것에 익숙해져 갈수록 세상은 더욱 각박해져만 간다.
"小王~你还好吗?" (샤오왕~ 잘 지내고 있니?)
"啊~ 喜宅!! 我等你的消息等了很久阿~?" (아~ 희택 씨!! 내가 당신 소식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요?)
"不好意思,出差回来有很多工作要做呢" (미안해요, 출장 갔다 오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啊~ 原来如此~ 社长报告呢?" (아 그랬군요~ 참! 사장 보고는 어떻게 됐어요?)
"啊? 这个嘛? 你已经知道这个证据太不足,事情办得不那么简单啊" (아? 그거요? 당신도 알다시피 증거가 부족해서, 그리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네요)
"喜宅! 我的情况真的不好了,我在生产线谁都不理我,你帮帮我吧~" (희택 씨! 제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아요, 생산라인에서도 모두 나를 모른 체해요, 도와줘요~)
나는 곤경에 처해있는 그녀에게 오히려 나의 난처한 상황을 핑계로 늘어놓았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다며 연거푸 빠른 조치를 부탁했다. 난 그런 그녀에게 노력해 보겠다는 그다지 성의 없는 답변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며칠이 지났다. 그녀에게서 메일이 왔다. 회사에서 권고사직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분에 못 이긴 그녀는 노동부에 고발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나와의 있었던 사건을 비롯해서 그간 모아두었던 회사 비리에 관한 증거들을 가지고 노동부에 부당해고 신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아! 정말 미치겠다~ 이 일을 어찌할꼬?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일단 이 상황을 사장님께 서면으로 보고를 올렸다. 잠시뒤 다시 사장의 호출이 왔다.
"똑똑똑"
"들어와!"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사장실에는 이미 누군가 와 있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는 육중한 덩치에 목선과 턱선의 경계가 구분이 없다. 머리엔 회계 장부와의 싸움 때문인지 하얗게 새어버린 새치들도 덮여있다. 내가 들어오는 걸 보고는 내 쪽으로 딱딱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두툼한 곰 발바닥 같은 손을 들어 보인다. 본사 재무부장인 사부장이다. 그는 재무부에서 잘못 찍히면 죽음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뜻에서 죽을 사(死)자의 사부장으로 통한다. 실제 그의 성은 감사하다는 뜻의 사(謝)자를 씀에도 불구하고 이름과 실제는 정반대이다.
"어서 앉아! 사부장은 내가 불렀어, 그리고 그녀를 잘 달래 보라고 했더니 뭐한 거야?"
"예~ 그게 죄송합니다."
"일단 상황이 좋지 않고 연대 공장도 지금 한창 바쁜 시기고 직원 하나 때문에 일이 커지지 않도록 사부장이 좀 나서서 해결해 보세요"
"예~ 사장님! 걱정마십시요"
"대략 상황을 설명했으니 넌 사부장을 도와 내일이라도 당장 같이 가서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오도록!"
"예?!"
"사장님! 제가 잘 알아서 해결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래요! 사부장만 믿겠어요!"
"예! 그럼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오히려 재무부장이 나서서 사장을 안심시킨다.
"희택아~"
"예 부장님!"
"일단 그 여자랑 약속 잡아~ 그리고 얼마면 되는지 물어보고"
"예?! 무슨 말이신지...?"
"아~ 참~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그 년이 회사 돈이라도 뜯어 내려들꺼 아니겠어? 조용히 의중을 떠봐, 얼마면 해결될지?"
"아~ 예,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낼 바로 연대로 가자고, 출장명령서 올리고 낼 공항에서 보는 걸로 OK?"
그렇게 일사천리도 두 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는 곳, 바로 이곳이 회사다.
사회생활에선 영원한 내 편도 영원한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