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신청서는 어디다가 내죠?
연애에도 성적을 매기는 시대가 왔다.
1. 상대의 조건에 대해 서술하시오.
2. 누구의 잘못으로 헤어진 건지 구분하시오.
3. 다음 연애는 언제 할 예정인지 구체적인 답을 도출하시오.
날이 갈수록 기출 변형이 되는 시험 문제에 우린 모두 주관식으로 대답을 해야 한다. 무례와 걱정 사이, 그 경계가 모호한 질문들의 답을 구하는 동안 여리고 작은 우리의 감정은 들썩이고 흔들린다. 출제자의 오답 판정에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틀린 연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출제자는 우리의 연애에서 타인일 뿐인데, 말이다.
만약 나의 연애를 성적으로 매긴다면 단언컨대 F가 나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만 휴학을 해야겠다. 남이 내 연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내버려 두지 않아야지. 그리고 나 스스로도 출제자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