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은 하지 말자
중요한 날이 있을 때만 마스카라를 바른다. 그다지 차이는 없지만 나름 신경 썼다는 것을 의미하는 혼자만의 의식이다. 숱이 없고 처지는 눈썹을 뷰러로 집고 마스카라로 색과 굵기를 더한다. 눈매가 또렷해지길 바라며.
그러나 하지 않던 짓은 언제나 어색하다. 마스카라를 바른 날이면 어김없이 마스카라가 뭉친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눈이 무거운 느낌에 쉴 새 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떨어지지도 않은 마스카라 가루를 걱정한다. 그러는 동안 정직 중요한 만남은 어떻게 흘려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덩달아 상대에게 ‘부산스러운 애’라는 인상만 남겼겠지.
마스카라, 그거 바른다고 뭐 얼마나 예뻐진다고.
깔끔히 닦이지도 않는 마스카라의 흔적을 지워내며 웃긴 결론이 났다. 안 하던 짓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