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술 안 먹어
술자리는 좋아하는데, 술 마시고 오버하는 나 스스로가 너무 싫다. 혐오스러울 정도다. 유독 방방 뜨고, 웃음이 잦다. 하이파이브를 끈질기게 요구하며, 사랑을 고백하곤 한다.
다들 ‘술 먹고 그러는 건데 뭐 어때?’라고 위로하지만 어쩐지 그게 더 수치스럽다고. 술 먹은 다음날, 나는 끊임없이 지난밤을 복기하며 괴로워한다. ‘얼마나 진상이었나.’, ‘많이 민폐였나?’ 등을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전전긍긍한다. 실제로 술을 먹으면 전날의 일을 후회하게 하는 무슨 물질이 발생한다고 한다. 나는 그게 유달리 잘 생성되는 모양이지.
아무튼 그래서 난 다짐하기로 한다. 그래. 술을 끊자. 몸에도 안 좋고, 평판도 낮아지고, 무엇보다 자책까지 하게 만드는데 뭘 얻자고 술을 마셔. 백해무익이야.
그리고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내게 술버릇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그건 바로, ‘다신 술 안 먹어.’라고 다짐하기.
에라이, 일단 마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