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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Z Oct 25. 2020

BLACKPINK - THE ALBUM

[ALBUM]

활동 5년 차를 맞이하고서야 드디어 첫 정규앨범인 'THE ALBUM'을 발표한 '블랙핑크'.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발표된 앨범은 지난 선공개 싱글인 'Ice Cream'(with Selena Gomez)에 이어, 다시금 같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과연 이것을 케이팝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선 처음 다가왔던 이미지는 '도발적'이다. 'THE ALBUM'이라는 앨범 타이틀부터가 비범하다. 특별한 제목도 없이 시건방진듯한 태도로 툭 던져놓은 모습은 앨범 커버에 새겨진 왕관과 지금까지 블랙핑크가 선보여온 고급진 이미지와 맞물려, 오히려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탈바꿈한다.

당초 10곡 이상의 곡을 녹음했다는 공지와 다르게 8곡만이 수록되었고, 선행 싱글들을 제외하면 신곡은 6곡에 불과하다. 평소에 발언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이름을 날린 YG이기에 이에 대한 얘기도 많았지만,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이러한 비난을 감수하고서도 마스터피스만을 내놓겠다는 의지로도 보였다.

<How You Like That MV 中>

6월부터 선행 싱글로 발매되어온 'How You Like That'과 'Ice Cream'(with Selena Gomez)' 두 곡이 앨범의 초장에서 순서대로 청자를 맞이한다.

이 두 곡에서는 자신들의 세계화를 위한 블랙핑크의 정반대의 전략들이 드러났다고 느꼈다. 'How You Like That'에서는 (그들의 음악이 팝의 최전선에 있긴 했지만) 한국을 노렸던 타이틀곡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며, 한복을 기반한 의상을 입는 등 한국시장을 매우 의식하는 모습을 취했다.

반면 'Ice Cream'은 E-A의 두 코드를 반복하기만 하는 단순한 비트, 드라마틱한 전개보단 흘러가는듯한 멜로디와 곡의 기승전결, 셀레나 고메즈까지 동원하여 만들어낸 틴 팝의 이미지 등, 자신들을 완전한 미국 팝 씬의 일부분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곡이었다.

앨범을 쭉 들었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는 후자에 가까웠다. 이전에 발표해왔던 미니앨범들은 흔히 여겨지는 'K-POP 걸그룹'의 형태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선행 싱글을 이용한 홍보 방식, 전체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영어 가사, 셀레나 고메즈와 카디 비(Cardi B)라는 화려한 피처링진 등, 한국보다는 서양권의 방식에 따르며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모습이었다.

<Ice Cream MV 中>

전체적인 기조는 이전 활동보다도 더욱 힙합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 'Pretty Savage'나 'Crazy Over You'는 본격적인 힙합 트랙으로 강렬한 비트와 그에 걸맞은 강렬한 랩으로 가득 찬 트랙들이다.

다만 카디 비를 피처링으로 'Bet You Wanna'는 예상외로 경쾌하고 밝은 비트의 곡이다. 지금까지 블랙핑크가 발표해온 곡 중에서 가장 수위 높은 가사를 지니지만, 곡은 꽤나 통통 튀며 하이틴 느낌까지 풍긴다.

<Lovesick Girls MV 中>

이러한 앨범을 대표하는 타이틀곡 'Lovesick Girls'는 의외로 꽤나 이질적인 색을 띠고 있다. 샘플링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지나면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벌스가 나타난다. 프리코러스에서 베이스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코러스에서 4/4박자로 정직하게 때려박는 리듬은 '마지막처럼'을 연상케도 한다.

'Lovesick Girls'는 여러모로 지금까지 타이틀곡으로 발표해오던, 좀 더 '한국스러운' 곡이라고 느꼈다. 무게의 차이는 있지만 힙합 성향을 진하게 띄는 두 선행싱글과 비교하여도 꽤나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벌스나 브릿지에선 서정적인 감정까지 느껴지는데, 이는 'Forever Young'이나 'Don't Know What To Do' 등 수록곡에선 몇 번 보여온 모습이지만 타이틀곡으로 노출하기는 처음이다.

<Lovesick Girls MV 中>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You Never Know'는 블랙핑크 커리어 처음으로 TEDDY가 일절 참여하지 않은 곡이다. 피아노와 스트링이 주도하는 서정적인 벌스와 미니멀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후렴이 대조되는 '블랙핑크식' 팝 발라드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라면, 이 곡에서는 눈에 띌 정도로 지수의 파트가 많다는 것이다. 기교 없으면서도 내지르는듯한 지수의 창법은 블랙핑크가 주로 해오는 음악과는 살짝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감성적인 발라드 곡에서는 강렬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의 보컬의 방향성을 훌륭히 드러냈다.

<THE ALBUM Promotion Image>

이상한 표현이겠지만, 더 이상 '케이팝'은 한국 문화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팝 뮤직이 서양권만의 것이 아닌 것과 비슷할 것이다. 다수의 아이돌 곡들이 외국 작곡가들의 손에서 탄생하고, 가사에서 한국어를 찾기가 더 어려운 곡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보이그룹 'BTS'가 빌보드 차트 100에서 1위를 차지한 곡도 전 곡의 가사가 영어인 곡이다.


이의 극단적인 예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상 케이팝 걸그룹 'K/DA'일 것이다. 2018년에 발표한 'POP STARS'는 기획부터 프로듀싱까지 모두 외국에서 이루어졌지만, 한국인 가수인 '(여자)아이들'이 참여하였으며 곡의 구성이나 보컬의 파트 분배도 케이팝의 용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실존인물로조차 구성되지 않은 가상의 프로젝트이지만, 이 곡은 엄연한 케이팝인 것이다. 일본에서도 우리가 가사에 영어를 환기의 의도로 사용하는 것과 같이, 한국어를 일종의 '장치'로 사용하는 곡이 등장하기도 한다.


외국으로 진출하는 탑급 아이돌이 늘어나는 현재, 이제 더 이상 케이팝과 아닌 것을 구분하려는 것은 계속해서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니 더욱 서양권에 가까운 방향을 띈 본 앨범을 케이팝이 맞다/아니다로 단정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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