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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피 Sep 23. 2018

패러글라이딩 불시착 경험기

외지인의 도시 산힐, 누가 하나 했더니 우리가 했다! 


불시착 경험기


“여기서 뛰어내린다고?”

“좀, 너무 무서운데?”


산힐 중앙 광장에서 조금 벗어나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 시내의 모습은 어디 간 데 없고 곧바로 나무가 울창한 숲길이 나타났다. 한참을 달려 미니 밴은 오르막길로 진입했고,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무도 풀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 높은 산 중턱을 달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거라고는 깎아지른 절벽뿐이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니, 슬금슬금 공포가 밀려올 때쯤 이륙 지점에 도착했다. 떠밀리듯 차에서 내려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한 데 모여 앉았다.


“운전자는 모두 전문가니까 너무 무서워 하지마.”

“가벼운 순서대로 뛸 거야!”


패러 글라이딩이 처음인 우리는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타기를 바랐다. 먼저 간 사람을 본보기로 삼을 참이었다. 첫 주자가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가장 가벼운 사람부터 뛰는 거라니. 마지막 안내사항에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였다. 


누가 봐도 우리가 첫 주자잖아!


운전자의 이름은 ‘카를로스’였다. 그는 나와 짧은 인사를 주고받자마자, 능숙하고 빠르게 안전 장비를 채웠다. 나는 ‘이런 일’에 겁이 없는 편이다. 놀이공원에 가면 롤러코스터니, 자이로드롭이니 다 타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막상 산 위에서 장비를 챙기고 뛸 준비를 하니 가슴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무서웠던 거다.  


“내가 뛰라고 하면 계속 뛰어! 그러다 앉으라고 하면 앉으면 돼.”


의자에 앉으면 된다는데 의자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고, 명색에 1,500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치카모차 협곡에서 뛰어 내려야 하는 건데 장비는 또 왜 이렇게 헐거운 걸까. 숙련된 운전자와 함께하는 안전한 체험이라고는 하지만 이 장비는 회전목마의 그것처럼 헐렁하고 느슨해 불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려던 순간, 카를로스가 외쳤다.


“런! 런! 런!”


달리라는 말에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발은 허공에 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하늘에 있다는 게 좋았다. 고개를 들면 구름과 가까워지는 게, 아래를 보면 나무며, 강이며, 산이며, 도로며 다 내 발밑으로 작아져만 가는 게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고개만 돌릴 뿐인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붕 뜨는 기분이었다.


“어때? 좋아?”

“끌리마, 부에노! 보니또! 메 구스따!(날씨, 좋아! 멋져! 좋아!)”


아는 에스빠뇰을 총동원해 감탄을 표했다. 언제 또 이렇게 높은 곳에서 광활한 자연을 바라볼 수 있을까. 하나라도 놓칠세라 머리 위로, 또 발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바쁘게 눈에 담았다.


“이제 곧 내려갈거야.”


착지한 곳은 회색 공사판이었다. 있는 거라고는 크레인 하나뿐인 허허벌판이었다. 왜 아무도 없는 거지? 카를로스의 도움을 받아 장비를 벗는 내내 의문을 떨칠 수 없었으나, 내가 가장 먼저 착륙한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친구들도 이리로 착지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우리를 데리러 차가 올거야. 장비 정리하고 스팟에 가서 기다리자.”

“스팟? 우리 어디로 또 가야해?”

“응, 우리 잘못 내렸어.”


카를로스는 피곤한 것인지 설명이 짧았다. 계획했던 착륙 지점은 아니지만, 카를로스는 자기가 있으니 괜찮다며 걱정 말라는 투로 의문들을 일축했다.



원래 착륙했어야 하는 지점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걸렸다. 차에서 내리자 채연과 서빈은 괜찮냐며 연신 내 상태를 물었다. 불시착한 사람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 당사자가 너인 줄은 몰랐다며 깔깔대기도 했다.


“축하해! 다행이다, 너 살아남았구나!”


불시착은 드문 일인 게 맞다. 어쩌면 알 수도 없는 좌표에 떨어져 그 큰 산을 헤매고 다녀야 했을 지도 모른다. 잘못 떨어져 팔이나 다리 하나가 부러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평지에 평탄하게 착지했고, 무사히 친구들과 다시 만났다. 다친 데 없이 돌아와 별 걱정 없이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사건으로 남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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