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증에 대한 환상이 없었냐고 하면 거짓말이다. 목에 탁! 출입구 탁! 마치 암행어사 마패 같은 느낌이랄까. 한 달쯤 지나면 걸리적거려서 테이블 옆에 걸어두게 된다. 환상은 곧 허상이니까. 이런 환상이 조각조각 깨질 때쯤 한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이 월급으로? 이 일을? 이 시간에? 그리고.. 이 사람들과?
직장생활의 이런 고민은 마치 곰팡이처럼 퍼진다. 누군가로부터 시작해서 옆으로. 또 그 옆으로. 지우기 어렵고, 지우려면 무언가 강력한 락스 따위가 투입돼야 한다.
1년 차 신입의 이탈률은 77.1%라고 한다. 2010년에는 37.7%에 불과했다.(잡코리아) 순정을 주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첫 직장이라고 은퇴를 해야 하는 평생직장 - 평생직업은 사라진 지 오랜다. 신입의 이탈률이 높은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맞지 않는 회사와 직무를 참아내면서 다닐 필요가 있을까? 직장에서 행복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할 거 까지야.
학생 중 초봉 5000만원의 좋은 기업에 들어간 친구가 있다. 1여 년간 근무 후 이직 소식을 들려주었는데, 이유는? “노잼 도시에요.” 지도로 봤는데 건강해지긴 하겠더라.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퇴근 후 기숙사로 들어가 잠만 자고 또 일을 하는 본인의 모습에서 현타가 왔을걸 잘 안다. 어쨌든 난 그를 응원한다. 선택도 후회도 행복도 본인 몫이니까.
하지만 조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신입의 이탈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준다. 박오원(가톨릭대) 교수는 ‘조직과 인사관리 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331개 기업 809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신입직원은 외부에서 유입되었기 때문에 외부정보를 잘 알고 있고 조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신입의 이탈을 본 기존의 직원들도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기회가 되면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유로 조직에선 신입사원의 온보딩을 위한
- 비대면과 온보딩(feat. 메타버스)
- 웰컴 키트
- 멘토링 제도와 같은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온보딩: 영어로 '배에 탄다'는 뜻으로 신규 직원이 조직에 수월히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등을 안내·교육하는 과정
1. 비대면과 온보딩(feat. 메타버스)
자고로 사람과의 관계란 ‘눈 마주침’과 ‘악수’로 시작하는 것 아닌가. 우리 곁에 언제부터 비대면이 이렇게 깊숙이, 또 필수적으로 존재하게 된 걸까.
대학가에선 오프라인 교수님이 2배속이 안된다는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선호한다던데. 얼마 전에 한 과에서 다수가 F를 맞아 항의를 했단 기사를 봤다. F의 이유는..?
15배속으로 돌려봐서.(1.5말고 15배속) ‘수업을 빨리 들고 싶어서 그랬는데 안되냐고’ 했다던데. 이것이 진실이든 카더라든.. 나조차도 온라인 수업 뿐 아니라 영상콘텐츠를 볼 때도 1.5배속으로 볼 때가 많으니 우리는 빨리빨리 민족이 맞긴 한 거 같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어깨 넘어 배운다는 말도 있지만 비대면의 시대 속에선 들리는 풍월도 넘어서 볼 어깨도 없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은, 회사를 제대로 다녀보지도 못하고 바로 원격근무를 배우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신입사원 온보딩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의 OJT를 비롯한 신규 입사자 행사를 비대면으로 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조직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제페토에서 구현한 가상의 3D그린팩토리 사옥
1) 네이버
네이버는 코로나 이후인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사의 메타버스 시스템인 제페토를 이용하여 100% 비대면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에서 서로 코드를 맞춰 간다는 의미에서 ‘코드 데이’라고 부르는데, 신입과 경력 사원들이 회사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협업과 소통을 내재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과정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본사를 그대로 구현한 온라인 환경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다양한 이벤트와 게임을 진행한다. 100여 명이 넘는 신입사원이 5~6명씩 팀을 이루어 미션을 클리어하며 서로 돕고 동료애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제페토를 이용한 팀 내 스키점프팀빌딩
스키점프 게임을 통해 팀 간 점수 대결도 벌였는데 사내에서 실시간 중계되다 보니, 웬만한 스포츠 경기 이상으로 재미있게 진행되었다는 후기로 있다. 그 외에도 ‘무물타임’, ‘부캐 MBTI’ 등 Z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2) 더핑크퐁컴퍼니 (구 스마트스터디)
‘아기상어’와 ‘핑크퐁’으로 유명한 더 핑크퐁컴퍼니는 세계 100대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사명을 바꿈과 동시에 글로벌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우수 인재 온보딩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체 근로자의 80%가 비대면으로 일하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새로이 충원된 직원들에게도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온보딩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게더타운에서 신규 입사자들이 ‘보물찾기’나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친목을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신규 입사자가 입사 첫날부터 3개월간 36가지의 미션을 수행하여 빙고판을 채울 수 있도록 퀘스트 카드를 제공했고, 사내 카페 이용하기, 업무택시 등록하기, 사내식당 이용하기 등의 회사생활 관련 미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레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도 한 빙고 하는데, 신입 때 이런 미션을 받는다면 애사심이 생기기에 충분할 것 같다.
그 외에도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하이브, 틱톡, 넥슨 등 유수의 기업들이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온보딩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근속의 미덕’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말이다. 강요되는 애사심이 아니라, 자발적인 애사심을 위한 조직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Z세대의 근로자도 스스로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뚜렷한 직업관을 가지고 기업과 직무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어떤 관계든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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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에서 사원증으로 삐빅, 환승입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