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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사요 Dec 18. 2023

현대자동차그룹 SUV 글로벌 시장 성공의 비결

[Vol.2] 갤로퍼부터 전기차까지 현대자동차그룹 SUV의 역사

2024 제네시스 GV70 / 사진=제네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4 북미 올해의 차’(NACTOY) 유틸리티 부문의 수상을 확정지었다. 현대차그룹은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에서 총 3개의 차종으로 구성되는 최종 후보에 현대차 코나(EV 포함), 기아 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올랐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에는 기아 EV9과 제네시스 GV70 외 볼보 EX30가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볼보 EX30의 미국 내 고객 인도가 2024년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상 후보 자격을 잃었다. 볼보 EX30의 자리는 코나가 차지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북미 올해의 차 수상 발표와 상관없이 유틸리티 부문에서 수상을 확정짓는 쾌거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도 EV6가 2023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제네시스 준중형 전기 SUV GV60 / 사진=제네시스

또한 중국 시장에서도 제네시스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V60이 ‘중국 올해의 SUV’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중국 올해의 차는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중국 주요 자동차 잡지의 편집장이 공동 후원하며, 평가 과정에 40명 이상의 자동차 전문 매체 기자단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한다.  


2024 중국 올해의 SUV 후보에는 총 80여개 차종이 경합해 제네시스 GV60를 비롯해 로터스 엘레트라(121점), 지리자동차 갤럭시 L7(103점) 등 총 3개 모델이 올랐으며 GV60(186점)가 경쟁 모델들을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의 SUV 모델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제 단순히 도전자의 입장이 아닌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현대자동차가 SUV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것은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1988년 현대정공(현재의 현대모비스) 회장에 오르며 기획한 갤로퍼는 출시 전에는 쌍용자동차의 SUV 시장 점유율과 세단 위주의 국내 자동차 선호도 등으로 별다른 기대를 받지 못해 현대자동차가 아닌 현대정공에서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갤로퍼의 출시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 SUV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1991년 첫 출시된 갤로퍼 / 사진=현대자동차

1989년 7월 ‘M-CAR’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갤로퍼는 현대자동차의 엔진과 국산화 부품을 활용한 고유 모델로 개발하기 위해 시제품까지 만들었으나 미국 시장에서 성능 테스트를 해본 결과, 당시 현대정공의 기술로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높은 강성과 품질을 요구하는 4WD SUV의 까다로운 설계를 완벽하게 해내기 어려웠고 미국 시장 소비자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을 뿐 아니라 이미 지프 등의 기존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정몽구 회장은 고유 모델 개발만을 고집하다가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신뢰성 있는 브랜드의 4WD 모델을 라이센스 생산하여 시장 진출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배우면서 실력을 쌓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여러 브랜드의 모델에 대한 검토 후 최종적으로 이미 현대자동차와 다양한 분야에서 제휴를 맺어온 파트너였던 미쓰비시 자동차의 유명 4WD 모델인 파제로 1세대 모델을 라이센스 생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1990년 3월 기술 도입 계약 체결 후 바로 다음해인 1991년 9월 갤로퍼를 최초 공개한 현대정공은 1991년 단 3개월만에 3,000여대에 가까운 판매를 기록하며 쌍용자동차 위주의 4WD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고 다음해인 1992년에는 총 24,000여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국내 4WD 시장의 52%를 차지하며 대한민국에 SUV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이후 갤로퍼는 외환위기 이후 1999년 현대정공 자동차사업부가 현대자동차로 이관될 때까지도 국내 SUV 시장의 최고 인기 모델로 군림했으나 미쓰비시 파제로의 라이센스 모델이라는 한계와 쌍용자동차의 야심작 ‘무쏘’를 비롯해 쏘렌토, 렉스턴 등의 경쟁 모델의 선전 등으로 2003년 단종되었지만 국내에 SUV 열풍을 일으킨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4WD 모델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대자동차 최초의 자체 개발 SUV 싼타페 /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1996년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연구보고서(미 SUV시장, 경쟁 치열해질듯 / 저자 류기천)에서도 알 수 있듯 현대자동차의 SUV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노력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00년 출시된 싼타페는 현대자동차의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소에서 미국 현지조건, 고객의 기호에 가장 잘 맞도록 EF 쏘나타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 및 디자인한 중형 SUV로,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첫 SUV 모델이기도 했다.


HCD-4라는 코드네임의 콘셉트 카로 개발이 시작된 1세대 싼타페는 글로벌 모델 중 포드 익스플로러 같은 당시 SUV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프레임 타입의 SUV와 차별화된 모노코크 타입으로 개발돼 승용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안전성, 그리고 MPV의 다용도성을 겸비한 새로운 개념의 RV(Recreational Vehicle)로 넓은 차체와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스타일에 기계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동적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하며, 클리어 램프, 가니쉬 두 개의 머플러 등을 적용해 보다 고급스러움을 표현한 혁신적으로 디자인한 모델이었다. 

프로젝트명 ‘SM’으로 본격 개발된 이 모델은 199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싼타페라는 이름을 붙이며 첫 선을 보인 후 같은 해 개최됐던 제3회 서울모터쇼에서도 연달아 공개되며 자동차 전문가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콘셉트 카가 크게 호평을 받으며 양산형 차량에도 디자인과 명칭을 그대로 반영해 나온 싼타페는 2000년 6월에 첫 선을 보였고,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심형 크로스오버 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모델로 당시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이 불러온 화제성과 국산 SUV로는 최초로 프레임 차체가 아닌 모노코크 차체를 적용하여 승차감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의 장점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갤로퍼에 이어 또다시 국내 SUV 시장을 휩쓸었으며 현재까지도 쏘렌토와 함께 중형 SU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모델로 남아있다. 


이 싼타페가 현대자동차그룹 SUV의 역사에서 더욱 중요한 점은 1세대 모델이 출시 후 단종까지 총 판매량 111만 1,988대가 판매되며 대한민국 SUV 모델 최초의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32만 7,620대, 미국에서 42만 5,000여대가 판매되며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미국 시장 판매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갤로퍼를 통해 쌓은 실력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 SUV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첫 준중형 크로스오버 SUV 투싼 / 사진=현대자동차

이후 2004년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첫 준중형 크로스오버 SUV인 투싼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연간 10만대 이상의 꾸준한 판매량을 자랑하며 2023년 현재까지 880만대가 넘게 판매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베스트셀링 카로 자리잡았고 테라칸, 베라크루즈 등 몇번의 실패와 부침도 있었으나 기아의 스포티지가 투싼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베스트셀링 카로 자리잡으며 SUV 모델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최근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SUV 시장에 대한 경험과 실력이 폭발하게 된다.


2023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었던 EV6 / 사진=기아

 2021년 출시된 기아 EV6는 준중형 전기 크로스오버 SUV이자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SAC(Sport Activity Coupe, 쿠페형 SUV)로 2022년 한국산 자동차 최초의 유럽 올해의 차 선정에 이어 2023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에 선정되면서 유럽과 북미 올해의 차를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한국 자동차가 되었다. 


2021년 3월 31일, 사전 예약 첫날부터 21,106대의 사전 예약 대수를 기록하며 기아의 목표 판매량이었던 13,000대 목표치의 162%를 단 하루만에 달성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EV6는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2022년 하반기 출시된 인도 시장에서도 그린카 부분 2023 인도 올해의 차(ICOTY, Indian Car Of The Year)로 선정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해내고 있다.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EV9 / 사진=기아

이어 2023년 올해 6월 출시된 EV9 역시 5월 3일 사전 예약 시작 후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8일 만인 5월 16일 1만 367대의 사전 예약 대수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2024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과 2024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2024 덴마크 올해의 차 혁신 부문, 2024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에서 수상을 기록한 바 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그룹 SUV의 역사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 끝에 얻어낸 오늘날의 성공적인 브랜딩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테라칸, 베라크루즈와 같은 실패작도 있었고 여전히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각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한 것도 아니지만 이미 80년대 말과 9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SUV 모델이 차지할 경쟁력과 그 가치를 파악하고 준비해온 것에 대한 성과로 지금의 위치를 얻어낸 것은 충분히 높게 평가 받을 부분이다. 


친환경 자동차 위주의 시장 개편과 전기차 수요의 침체,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자동차 시장이 혼란스러웠던 2023년 현대자동차그룹은 11월 까지 미국 시장에서만 150만대 이상의 판매 대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떤 방향성을 가질 것이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2001년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50만대 판매를 돌파했던 때처럼, 2011년 100만대 판매를 달성했을 때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나간다면 현대자동차그룹과 앞으로 출시될 SUV 모델들에 대해 여전히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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