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서의 일박이일
하롱베이에 갈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꼭 가보시라고 하고 싶다. 깟바 섬을 가는 2박 3일 코스는 내가 안 해봐서 얘기하기가 애매한데. 일박할까? 고민 중이라면 무박으로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편이 낫다. 이유는 아래 조금씩 쓰겠다.
여행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미리 예약하지 말고 하노이에서 알아보라는 글을 봐서 하노이에서 하루 전날 1박 2일 코스로 예약했는데, 3성에서 5성까지 크루즈가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로 하롱베이에서 하는 코스는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된다.
첫날은 이동 - 점심 - Surprising Cave 방문 - Titov 섬 방문 - 저녁
둘째 날은 아침 - 카약 - 체크아웃 - 요리수업으로 간단한 점심 - 정박장으로 도착 후 버스 타고 하노이
첫날
시간을 맞춰서 호텔 로비에 내려갔는데 투어버스는 이곳저곳에서 사람을 태우고 오기 때문에 한 십 분 정도 기다렸다. 버스에 올라타니 한 20명 정도 됐으려나? 프랑스, 호주, 독일, 이태리 각 나라에서 온 여러 사람들이 같이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 총 이동시간은 한 3시간 소요됐다.
전체 이동시간 중 한 시간은 도시를 빠져나오는데 쓰였고, 가는 길 중간에는 휴게실을 한번 들렸는데 한마디로 관광상품을 파는 곳에 화장실이 붙어있다. 나이가 지긋하고 시니컬했던 호주 할아버지가 "Commercial break! (광고시간!)"라고 크게 외쳐서 버스에 타고 있던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있다.
크루즈 이름은 Seasun. 3성 크루즈라 솔직히 말해서 허름했지만 저렴하니까 뭐라고 코멘트 달기 그렇다. 도착해서는 점심을 먹었는데 생선, 치킨, 돼지고기, 샐러드, 새우 그리고 밥이 나와서 같이 앉은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음식에서는 뭔가 어선 요리사의 투박함이 느껴졌지만 솔직히 맛은 괜찮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어느 나라 사람인지, 베트남에서는 얼마나 머무는지 등 이런저런 여행정보를 나누다 보니 식탁 위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
배는 정박해있는 상태가 아니라 천천히 Surprising cave로 향하고 있는데 앞서 하롱베이 코스를 찾아볼 때 Trip advisor에서 한 외국인이 "Tourists trap", 한 마디로 관광상품이라는 리뷰를 남겼는데. 그 리뷰만큼 정확한 표현이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Surprising cave은 그다지 surprising하지 않고 하롱베이 코스로는 큰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줄지어 다른 관광객과 천천히 구경해보았다. 이곳에서 사진 한 장도 건졌으니 그걸로 만족!
그다음 코스 Titop Island는 동산 정도의 산 위에서 사진을 찍고 남은 시간에는 해수욕을 할 수 있다. 모두가 예상 가능하듯 이곳도 관광객이 굉장히 많다. 듣자 하니 Surprising cave와 이 섬 두 곳은 닫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모든 관광객들이 비슷한 시간이 몰린다고 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힘들지 않고 계단이라 15분 내로 올라갈 수 있다. 사실 바닷물은 좀 찼지만 몸으로도 기억하고 싶어서 한 20분 정도 재밌게 놀았다.
돌아와서는 잠깐의 자유시간으로 음료를 사서 크루즈 데크에서 남은 해를 즐기며 밤바람은 쐤고, 저녁시간이 돼서 비슷한 메뉴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 이후에는 원하면 오징어 낚시를 갈 수 있었는데 가지 않았고 뒷 시간은 알아서 술을 더 마시던 선박 사람들과 어울리던 알아서 하면 된다.
둘째 날
사실 일박 이일을 결정한 이유는 내 머릿속에 그리던 하롱베이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안개 낀 수면 위로 현지인이 아침 낚시를 한다던지, 은은한 일출을 볼 수 있다라던지. 나는 운이 안 좋아서였는지 잔잔은 했지만 특별한 그림은 없었다. 오히려 일찍 일어나서 신기했던 것은 선원들 방이 따로 없어서 우리가 식사를 하던 공간에서 이부자리를 깔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모습은 베트남 다른 지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기억하기론 아침은 빵이랑 계란 같은 아침메뉴가 뷔페식으로 있는데 맛은 그냥 그렇고, 식사 후 마지막 일정인 카약을 하러 이동했다. 카약 일정은 진주 농장에서 하는 것인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지만 결과적으로 진주를 팔 수 있게 디자인된 관광 상품이다. 사라고 부추기지는 않으니 즐겁게 카약을 즐기면 된다.
크루즈로 다시 돌아온 후에는 대충 씻고 짐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하버로 다시 돌아가는 도중에는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스프링롤 만드는 일정이 있었다. 말 그대로 재료를 갖다 주고 각자 말아서 먹는 것이었다. 나는 요리사가 특별한 비법을 알려줄 주 알고 내심 기대했는데.. 내 스프링롤 마는 실력은 아직 제자리다..
아마 하롱베이를 좀 더 여유롭고 오랫동안 보고 싶다면 일박이일도 나쁘지 않지만 말 그대로 하롱베이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당일코스를 하면 된다. 그리고 당일코스라면 더더욱 3성급인지 5성급인지 신경 안 쓰고 저렴한 곳을 선택해서 갔다 오면 되겠다.
정박장에서 같은 투어버스를 타고 되돌아가서 하노이에 다시 내려주는데, 우리는 다른 호텔에서 머물 생각이었기에 다른 주소를 알려주었다. 하노이에서 찍고 싶었던 사진 중 하나가 집 사이 골목으로 운행되는 기찻길이었는데, 해가 저물고 조금 늦었지만 도착해서 짐도 풀지 않고 바로 이동했다. 아마 아침에 사진을 찍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저녁밥으로는 분보남보를 먹으러 갔다. 버미셀리를 먹어보신 분이 있다면 조금 비슷하지만 버미셀리가 소스 베이스라면 분보남보는 육수 베이스인 국수로 내가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한 그릇 뚝딱 비우고 후식으로는 King Roti를 먹었다.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맛있었다. 하노이 구경은 그런대로 해서 그냥 소화도 시킬 겸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걸었다.
하롱베이 정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보니 Seasun 크루즈에는 또 다른 무리의 관광객이 투어를 하러 탑승을 하고 있었다. 이곳 선원들은 아무런 휴식도 없이 똑같은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누리는 휴가나 퇴근 같은 것도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생활을 반복할까? 나의 일상에 감사하면서, 한편으로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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