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상은 20%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 ‘소수의 힘’을 읽어내는 기술
파레토의 법칙은 19세기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발견한 경험적 원리로, 사회와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는 불균등한 분포 현상을 설명한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 인구의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소유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관찰했으며, 이를 통해 경제체계 내 자원의 배분이 선형적이지 않고 비대칭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파레토는 이 현상이 단순한 소득 불평등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내재적 구조적 특성, 즉 생산성과 소비 효용의 한계체감, 시장 진입장벽, 정보 비대칭, 자본 축적의 경로의존성 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임을 통찰했다. 그는 효율성과 형평성의 긴장 관계 속에서, '자원의 최적 분배가 반드시 평등한 분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레토 효율(Pareto Efficiency)’ 개념의 기초를 마련했다.
파레토 효율은 '한 사람의 행복이나 만족(경제학적으로 ‘후생’이라 부른다)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이 줄어들지 않는 상태'로 누군가의 이익을 늘리면서도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는 완벽한 자원 배분 상태다. 두 사람이 사과와 빵을 나누어 갖고 있다고 하자. 서로의 취향에 맞게 사과와 빵을 교환하여 둘 다 더 만족스러워진다면, 그 결과가 바로 파레토 효율적인 상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사과와 빵을 더 교환하려고 해도 둘 중 누구의 만족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때가 온다. 바로 그 지점이 ‘더 나아질 수는 없지만, 누구도 손해 보지도 않는 상태’, 즉 파레토 효율이 이루어진 순간이며 자원이 가장 알맞게 쓰이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사람들은 서로 원하는 물건을 바꾸면서 만족을 높이고, 생산자는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사용하려 한다. 이 두 흐름이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인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즉, 소비자들이 서로 교환하고 싶은 비율과 생산자가 자원을 전환하는 비율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 경제는 낭비가 없는 효율적 상태에 이른다는 개념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 간의 거래가 완전경쟁 조건(perfect competition)을 충족하고, 외부효과(externalities)와 정보비대칭이 존재하지 않을 때 실현되는 효율적 상태를 말하지만, 완전경쟁 조건만 보더라도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여 개별 경제 주체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공급되는 상품이 모두 동일하며,
모든 시장 참여자가 가격, 기술 등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하거나 퇴출할 수 있다
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처럼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승자(Winner)는 생기더라도 패자(Loser)가 전혀 없어야 하는 파레토 효율은 현실 경제에서는 완전 달성이 어렵다. 따라서 칼도-힉스 보상원리(Kaldor–Hicks criterion)나 제2복지정리(Second Welfare Theorem)와 결합되어 현실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분석의 출발점이 된다.
첫 번째, 실제 정책에서는 ‘누구도 손해 보지 않게 만드는 완벽한 배분'인 파레토 효율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대신 ‘누군가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이익이 더 크다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라는 칼도–힉스 기준을 적용한다. 가령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면 인근 주민은 소음 피해를 보지만,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간 절약과 물류 효율이 훨씬 더 크다면 전체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제2복지정리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보상 제도를 활용해 출발선의 불평등을 조정하면, 시장이 다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와 B 두 사람이 있다. A는 부유한 집안 출신, B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시장은 ‘능력 있는 사람’이 더 생산적인 일자리를 얻어야 효율적인데, B는 가난해서 교육 기회가 적어 능력 발휘를 못 한다. 이때 정부가 장학금·교육 지원을 통해 B가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게 되면,
재분배를 통해 ‘출발선’을 맞춰주니,
A와 B 모두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되고,
시장은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상태로 수렴한다.
이것을 웹툰 산업에 연결하면 더 직관적으로 파악된다. 플랫폼은 인기 작가와 신인 작가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큰 ‘파레토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인 작가는 자본·시간·장비 부족으로 인기 작가들과의 경쟁조차 어렵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 창작 지원금, 장비·교육 지원, 해외 확장 기회를 위한 번역 지원 등으로 기본적인 조건의 간격을 좁혀준다. 이로써 신인 작가들이 경쟁에 참여하게 되면서 시장은 더 많은 작품이 경쟁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정부가 출발선의 불평등을 줄여주면 시장은 다시 스스로 효율성을 회복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리하면, 제2복지정리는 '출발선만 평평하게 만들어주면 시장이 알아서 효율적인 배분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단순한 통계적 현상을 넘어서, ‘왜 성과와 자원이 소수에게 집중되는가’를 이해하게 해주는 중요한 경제학적 개념이다. 쉽게 말해, 이 법칙은 '왜 몇몇 사람·기업·작품이 대부분의 결과를 차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좀 더 직관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만약 특정 상품이 조금 더 인기를 끌어 소비자가 많이 찾기 시작하면, 생산자는 그 상품을 더 많이 만들고 품질을 높이며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면 소비자는 그 상품을 더 선호하게 되고, 다시 인기가 높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즉, ‘조금 먼저 앞서간 상품’이 시간이 흐르며 ‘훨씬 많이 앞서가는 상품’으로 바뀌는 것이다. 웹툰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초기에 잠깐 더 주목받은 작품은 추천 알고리즘과 이용자 반응 덕분에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고, 그러면서 상위권에 고착된다. 그 결과 초기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큰 격차로 확대된다. 이처럼 파레토의 법칙은 '작은 차이가 누적되면서 큰 불균형을 만든다'는 현실을 설명하고, 경제학뿐 아니라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정보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며 활용된다.
파레토의 법칙은 흔히 '전체 결과의 80%가 상위 20%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라는 형태로 표현되지만, 이 비율은 단지 상징적인 수치일 뿐이다. 핵심은 결과가 모든 원인에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고, 특정한 소수의 핵심 요인이 대부분의 성과나 영향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수학적으로 파레토 분포(Pareto Distribution)로 표현되며, 꼬리가 두꺼운 분포 형태를 가진다. 분포의 꼬리 지수(α)가 작을수록 상위 일부에 집중되는 정도가 높아지고, 불평등이 심화된다. 이러한 통계적 특성은 단순한 경험적 관찰을 넘어, 데이터 분석과 정책 설계의 근간으로 활용된다.
파레토의 법칙은 현대 사회 거의 모든 영역에서 관찰된다. 부의 분포나 소득 격차는 물론, 기업의 이익 구조, 도시의 인구 집중, 주식 시장의 수익률, SNS 팔로워 수, 앱 다운로드 수, 온라인 트래픽, 그리고 문화 콘텐츠의 인기도 모두 파레토적 패턴을 보인다. 글로벌 기업의 매출 중 대부분은 소수의 히트 상품이 차지하며,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클릭 수나 체류 시간이 상위 몇 개의 콘텐츠에 집중된다. 유튜브나 웹툰 플랫폼에서도 상위 10~20%의 인기 콘텐츠가 전체 트래픽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네트워크 효과와 추천 알고리즘의 강화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이 법칙의 핵심 가치는 단순한 통계적 설명을 넘어, 실질적인 의사결정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모든 영역을 똑같이 챙기려 하기보다 ‘가장 큰 성과를 만드는 소수’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한 회사의 제품 라인업이 10개라면, 실제 매출의 대부분은 그중 2개 정도가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회사가 모든 제품에 똑같이 예산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제품에 더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영역, 즉 ‘롱테일(Long Tail)’은 무조건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개별적으로는 성과가 작더라도, 이들을 잘 관리하면 전체 다양성을 유지하고 위기 상황에서 주력 분야의 리스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웹툰 플랫폼에서 상위 웹툰 몇 작품이 대부분의 트래픽을 차지한다고 해서 나머지 작품들을 모두 방치하면, 이용자 취향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신규 수요 발굴이 어려워질 수 있다. 롱테일은 작은 점유율이 모여 전체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안전망’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파레토적 구조에서는 단순히 상위 20%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과 분산, 효율성과 다양성 사이의 균형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웹툰 산업은 파레토의 법칙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상위 10~20%의 웹툰이 전체 트래픽과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데, 이는 단순히 작품의 질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 자체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알고 있듯이 웹툰 플랫폼에는 ‘정보가 한쪽으로 몰리는 구조’와 ‘많이 볼수록 더 많이 보게 되는 현상’이 동시에 존재한다.
1) 파레토 법칙으로 읽는 플랫폼 생태계의 비대칭
앞선 설명처럼 ‘정보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수천 편의 웹툰을 모두 읽어보고 판단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작품을 더 쉽게 선택하게 된다. 음식점 선택에서 리뷰가 많은 곳을 먼저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무엇이 재미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인기 작품에 독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이 몰릴수록 더 많은 사람이 새로 몰리는 현상은 인기 있는 웹툰은 댓글이 활발하고, 추천 수가 높고, SNS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도록 한다. 이러한 활동들이 다시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므로 ‘인기있는 작품은 더 인기’의 반복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 번 주목받기 시작하면 그 인기가 스스로 커지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양면시장 구조가 더해질 때, 웹툰 플랫폼은 한쪽에는 독자, 다른 한쪽에는 작가·제작사가 있어 두 집단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독자가 많으면 작가·제작사가 플랫폼에 더 많이 들어오고, 작품이 많아지면 다시 독자가 늘어난다. 이런 순환이 강할수록 인기 있는 몇몇 작품에 주목과 트래픽이 더욱 빠르게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웹툰 플랫폼에서 파레토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단순히 작품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정보 부족 + 인기의 자기증폭 + 플랫폼 구조’가 함께 작용해 상위 작품의 집중도가 훨씬 더 강해지는 구조적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 알고리즘과 파레토 패턴의 결합
초기 노출 알고리즘은 처음에 어떤 작품이 눈에 띄게 되면, 그 작품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더 많이 보이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한 번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작품은 계속해서 상위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가 자연스럽게 몰리게 된다. 처음 얻은 작은 주목이 시간이 지나면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댓글이나 추천, 공유처럼 사람들이 많이 반응하는 모습은 다른 이용자들에게 '이 웹툰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구나'라는 신호가 된다. 많은 사람이 보는 콘텐츠는 그것만으로도 더 믿음이 가고,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인기 있는 작품은 ‘이미 인기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된다.
플랫폼도 보통 잘 되는 작품에 광고나 노출을 더 배정한다. 그렇게 하면 단기간에 성과가 더 잘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기 있는 작품은 더 많은 노출을 받고, 자연스럽게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 혹은 경쟁적 독점(competitive monopoly) 상황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플랫폼이 ‘잘 팔리는 상품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소수의 작품이 전체 성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기 작품이 많으면 플랫폼 전체의 평균 수준이 올라가고, 제작사나 플랫폼이 더 큰 규모로 마케팅이나 확장을 진행할 수 있어 전체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다만 그렇다고 상위 작품만 밀어주면 신작이나 다양한 작품이 성장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래서 플랫폼은 ‘잘 되는 작품을 밀어주는 효율성’과 ‘새로운 작품도 발견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형평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해진다.
3) 제작사의 전략을 결정하는 파레토 구조
제작사 관점에서 보면 파레토의 법칙은 단순한 경험적 관찰을 넘어 ‘여러 작품에 나누어 투자해 위험을 줄이는 방식’과 ‘한 작품에만 모든 걸 걸지 않는 전략’을 담고 있다. 제작사의 수익 구조는 파레토 분포를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소수의 히트작이 전체 현금흐름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따라서 제작사는 한정된 자본과 인력을 이들 잠재적 히트작에 전략적으로 집중시키되, 동시에 현금흐름의 변동성(variance of cash flow) 을 완화하기 위해 다각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작품에 더 힘을 싣되, 모든 작품이 비슷한 장르나 같은 독자층만을 겨냥하지 않도록 구성해 전체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히트작과 같은 성격의 작품만 만들면 한 번에 무너질 위험이 크니, 서로 다른 장르와 독자층을 적절히 섞어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파일럿 프로젝트나 단기 협업이 ‘상황을 먼저 시험해볼 수 있는 안전한 선택지처럼 작동하며’, 미래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시장 반응에 따라 투입 자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한다. 성공적인 제작사는 이러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히트작의 성공을 2차·3차 저작물로 확장하여 꼬리 분포를 두껍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확보한다. 이런 관점에서 파레토 구조는 단순한 불균등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 배분과 위험 관리의 경제학적 최적화 문제로 이해될 수 있다.
4) 작가에게 필요한 ‘핵심 20% 집중 전략’
작가 역시 파레토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핵심 팬층을 경제학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 상위 20%의 충성 독자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꾸준히 지지해주는 팬들이 작가에게 매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빠르게 반응하고, 댓글과 공유로 다른 독자까지 불러오며, 굿즈나 부가 상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같은 노력을 들여도 반응이 크게 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서서히 줄어드는 경우도 많아 작가는 어떤 시점에 힘을 더 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작가는 창작 활동을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일’로만 보지 말고, 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고 넓혀갈지에 대한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느 순간에는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해야 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기존 팬들이 계속 남아 있도록 돌보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러한 균형을 잘 잡을 때 작가의 작품 세계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커뮤니티 운영, 멤버십 서비스, 후원 시스템, 굿즈나 한정판 콘텐츠 같은 활동은 ‘팬이 많아질수록 그 안에 속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즐거워지는 구조’를 만든다. 좋아하는 작가를 함께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팬들끼리 교류가 활발해지고, 굿즈나 한정판 콘텐츠의 가치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런 흐름을 작가가 제대로 활용하면,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팬들이 함께 성장하고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방식은 작가의 브랜드 가치를 자연스럽게 크게 키우고, 팬들이 오래 머무는 튼튼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 데이터를 볼 때 단순히 숫자가 늘었는지 줄었는지만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가 어떤 순간에 재미를 느끼고 어떤 순간에 지루함을 느끼는지’를 세심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완독률, 댓글 참여도, 결제 전환률 같은 지표는 모두 독자가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특정 회차에서 완독률이 갑자기 떨어진다면, 그 부분에서 긴장감이 낮아졌거나 전개가 늘어졌다는 뜻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발견하면 작가는 이야기 전개 속도를 조정하거나 업데이트 간격을 조절해 독자가 지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렇게 데이터를 통해 독자의 흐름을 읽어내면, 독자의 피로감을 줄이고 작품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반 10~20화에 힘을 많이 쏟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처음이 중요하다’는 감각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초반 반응이 작품의 향후 흐름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은 '이 작품은 재미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독자가 찾아오게 되고,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며 더 큰 효과를 낸다. 웹툰을 처음 본 독자들이 댓글을 많이 달고 높은 별점을 주면, 플랫폼은 그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게 된다. 그러면 새 독자들이 유입되고, 이들이 다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좋은 순환’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초반에 반응이 약하면 아무리 후반부가 좋아도 많은 사람이 그 작품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 세계관의 완성도, 캐릭터의 매력, 초반 몇 화에서 주는 인상은 단순히 '초반을 보기 좋게 꾸민다'는 수준이 아니라, 독자에게 강한 첫 신호를 주어 작품 전체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결국 작품이 상위권으로 올라갈 기회를 크게 높여주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5) 파레토 원리로 본 웹툰 소비 패턴
독자의 소비 방식도 파레토 구조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대부분의 독자는 여러 작품을 골고루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몇 작품에 시간을 집중한다. 좋아하는 웹툰을 반복해서 보거나, 업데이트될 때마다 빠짐없이 찾아보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나머지 작품들은 ‘새로운 재미를 찾기 위한 가벼운 탐색’ 정도로 소비된다. 대체적으로 독자가 '새로운 작품을 한번 볼까?' 하고 시도해 보지만, 몇 화를 보고 재미가 없으면 다시 익숙하고 좋아하던 작품으로 돌아가는 흐름이다. 새로운 작품을 찾는 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일종의 탐색 비용), 어느 순간이 되면 '그냥 좋아하는 작품을 다시 보는 게 낫겠다'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자는 좋아하는 작품 몇 개에 깊이 몰입하면서도, 가끔씩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려는 두 가지 행동을 함께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찾는 데 드는 노력이 커지면, 결국 익숙한 작품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행동은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과 만나면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봐왔는지를 기반으로, ‘이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자동으로 골라 보여준다. 말하자면, 사용자의 취향을 기억해두었다가 비슷한 작품을 계속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어떤 작품을 더 자주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특정 작품들만 접하게 되고, 다른 작품들은 발견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플랫폼이 정보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독자의 선택 폭을 사실상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이 상위 인기 작품만 계속 강조해 보여주면, 새로운 작품이나 덜 알려진 작품이 독자의 눈에 띌 기회는 크게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독자들은 ‘인기 있는 것만 보게 되는 구조’에 갇히고,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약해진다. 결국 시장 전체의 균형 있는 성장은 방해받고, 많은 작품이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독자의 소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쪽에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몇 작품에 집중해 꾸준히 찾아보는 20%의 ‘핵심 소비’가 이루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재미를 찾기 위해 여러 작품을 가볍게 시도해 보는 80%의 ‘탐색 소비’가 함께 일어난다. 독자는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 안정감과 익숙함이라는 '확실한 만족'을 느끼고, 반면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면서는 ‘혹시 더 재미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예상치 못한 재미에 기대를 갖는다. 이 두 가지 행동은 서로 다른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익숙함과 새로움이 균형을 이루며 전체적인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결국 파레토의 법칙은 단순한 숫자의 규칙이 아니라, 사람들의 작은 선택이 여러 번 쌓이고 반복되면서, 사회 전체에서는 큰 격차가 생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지는 상태로, 자원과 성과가 왜 소수에게 집중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설명되도록 보여주는 셈이다. 개인의 선택 하나하나는 작아 보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사회 전체의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스스로 형성된 질서’라고 이해할 수 있다.
6) 시장 효율성과 형평성의 균형 찾기
웹툰 산업처럼 많은 사람이 한 작품에 몰리면 더 많은 사람이 추가로 몰리는 구조에서는, 인기 작품이 소수에게 더 강하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환경에서는 처음에 인기를 얻은 작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성장하고, 반대로 초반에 주목받지 못한 작품은 눈에 띄기 어려워지는 흐름이 강화된다. 이때 인기 작품만 집중적으로 밀어주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작품이 설 자리가 없어져 산업 전체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에 참여하는 플랫폼, 제작사, 작가 등 모두가 필요한 것은 단순히 성과를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잘 되는 작품이 만든 이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즉, 상위 작품이 만들어낸 여유와 자원을 활용해 신작 지원이나 신규 작가 발굴 등으로 다시 산업 전체가 성장하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먼저, 플랫폼과 기업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어떤 작품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노출이 이루어지는지 명확해야 독자와 창작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다.
신인 창작자들이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교육 프로그램, 장비 지원, 피드백 시스템, 안정적인 데뷔 기회 등이 마련되면 다양한 창작자가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아울러 작품의 성과나 산업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공통된 기준과 자료가 마련되어야 한다.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산업을 바라봐야 불필요한 오해가 줄고, 성장 방향을 함께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일부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불균형이 심한 구조 속에서도 산업 전체가 오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잘 되는 소수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 이런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웹툰 산업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