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바라보던 두 사람

by 나무를심는사람

“별이 많던 그 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도시의 밤은 생각보다 조용하지 않다.

가로등은 쉬지 않고 반짝이고,
차 소리는 멀리서도 들려오며,
사람들의 하루는 늦게까지 깨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빠와 나만 아는
조용한 밤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어느 날 밤.
불쑥 잠이 오지 않던 나는
베란다 문을 살짝 열고
바깥 공기를 쐬러 나왔다.

그때 아빠가
베란다 구석 의자에 앉아
담요 하나를 덮고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안 자?” 하고 내가 묻자
아빠는 고개만 살짝 돌려 미소를 지었다.

“그냥… 별 좀 보려고.”
그 말에 괜히 마음이 간질거려
나도 옆에 슬며시 앉았다.


하늘엔 별이 몇 개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걸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말이 많지 않은 밤이었다.
딱히 특별한 대화도 없었고,
그날따라 하늘도 그리 맑진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밤의 공기,
그 밤의 조용한 숨결,
그리고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온도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가장 고요하고 따뜻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별 하나를 보면서
하루를 정리해보는 거야.”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그 별을 보며 떠오르는 일이 있다면
그건 네 마음에 오래 남을 일이라는 뜻이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별 하나를 골라
그 아래 내 하루를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괜찮았어.
평범했지만, 괜찮은 날이었어.”

아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 ‘괜찮다’는 말이
정말 괜찮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지치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사람들 틈에서 나를 잃을 것 같은 밤이면
잠시 멈춰 서서
별 하나를 찾아본다.

그리고 묻는다.


“오늘은 어땠어?”
그러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괜찮아.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야.”

아빠는
세상을 가르쳐주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을
고요하게 함께 바라봐주던 사람이었다.

답을 주진 않았지만
내 질문이 머무를 수 있게
하늘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아빠,
그 별이 많던 여름밤이
제 마음속에 아직도 빛나고 있어요.

당신과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그 밤이요.

말이 필요 없던 그 시간,
그건 참 다정한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제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이유는

그날,
당신이 먼저 별을 올려다보는 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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