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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Dec 11. 2020

쓸 말이 없을 때, 나만의 콘텐츠 개발하는 방법

이 글을 읽기 전, 노트에 계란을 한번 그려보시길.

정해진 양식 없으니 손 가고, 마음 가는 대로.


계란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 안 나시는 분을 위해


브런치나 블로그, 기타 온라인 매체를 하나쯤 운영해보고 싶다면서도 선뜻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시간이 없어서, 게을러서, 글을 잘 못 써서… 그중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할 말이 없어서.

온 우주 통틀어 유일무이한 당신의 스토리가 궁금해서. 그래서ㅡ

브런치, 블로그(아니 인스타든, 페북이든 뭐든) 일단은! 과감하게 시작하시라고 주제넘지만 한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온라인 매체 운영할 때 나만의 콘텐츠 찾는 방법


할 말이 없는데 대체 뭘 써야 하나.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어디에 살고, 무엇을 하는진 모르지만 이 한 가지만은 정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못 찾았을 뿐'이라고. 다시 한번! 없는 것이 아니다. 분명 있는데 아직 못 찾은 거다. 답은 쉽다. 지금부터 찾으면 된다.



사전 준비물 : 습관

매체를 운영하려면 습관 형성이 먼저다. 칼럼과 강의에서 오조오억 번은 강조했지 싶다. 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가능한 매일 같은 시간에 글을 쓰시라 권해드린다. 일정한 시간에 책상 앞에 앉으면 그 자체로 습관이 형성된다.

습관은 생각이 아닌 몸으로 만든다.

몸이 루틴(routine)을 기억하면 그때부터 뇌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글 쓰는 시간'이라고 뇌가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적인 글쓰기 행위를 통해 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원리에 따라 변화하기 시작한다. 외부 자극, 경험, 학습 방향에 따라 뇌가 재조직화된다는 말이다. 습관부터 들이라고 하면 단지 꾸준히 하란 뜻으로만 들리겠지만 이런 원리가 숨어있다.


습관? 신경가소성? 아니, 애초에 쓸 말이 없다니까요?

처음부터 특별한 주제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부담 없이 10분 글쓰기로 시작하시라. 10분이 20분이 되고 다시 30분이 될 테지만, 처음엔 단 10분 만이라도 좋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억지로 쓸 필요 없다. 단지 펜을 들고, 혹은 키보드에 손을 얹고 10분을 보냈다는 데 의의를 둔다. 정말 쓸 말이 생각이 안 난다면 '오늘은 할 말이 없네. 이럴 땐 뭐라고 쓰지?' 이렇게만 써도 된다. 누구 보여주려 쓰는 글도 아니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도 아니다. 따라서 정해진 양식도 없다.

단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ㅡ

오늘, 당신이, 책상 앞에 앉아, 단 한 글자라도 "글을 썼다"라는 것이다.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소설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람, 책을 낸 사람만이 작가가 아니다. 오늘 아침 글을 썼다면 당신도 작가다. 피츠제럴드, 헤밍웨이를 발굴해낸 전설의 편집자 맥스 퍼킨스는 당시 책 좀 팔린다고 기고만장, 안하무인이던 토마스 울프에게도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그래서, 자네는 오늘 몇 줄이나 썼나?"


여기까지 기초 준비물인 습관 형성에 대해 말했는데, 기왕이면 일기 쓰기로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글감도 쉽게 발견할 수도 있고, 사건이나 감정을 다루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일기를 꾸준히 써봐도 도무지 나만의 콘텐츠를 못 찾겠다, 블로그 운영이 어렵다 하시는 분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방법을 잘 따라 해보시기 바란다.



내겐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어. 내가 가진 이야기는 너무 빤해.

이 글에서만 무려 세 번째 강조하는데, 아직 못 찾았을 뿐이고, 이제부터 찾으면 된다. 아까 준비한 노트를 다시 펼쳐 다음의 질문에 답을 해보시기 바란다. 노트! 컴퓨터나 스마트폰보다는 노트를 권한다.



나만의 콘텐츠 찾는 방법

첫째. 나는 무엇에 흥미가 있는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한번 써보시라.

아직 해본 적도 없지만 '이거 재밌겠는데?'라고 잠시 생각했던 분야까지 모조리.

반드시 손으로 써보시길 권한다. 머리로 생각만 하는 건 선물 꾸러미에 손만 넣고 뒤적거리는 꼴이다. 책상 위에 다 쏟아놓고 봐야 가장 필요하고, 탐나는 선물이 눈에 띈다.


둘째. 나는 어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돈 받고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면 좋다. 아직 그 정도의 전문성이 없다면 앞으로 지식과 경험을 더 갈고닦고 싶은 분야에 대해 생각해보면 된다. 흥미와 전문 지식을 가진 분야에 대해 글을 써나가다 보면 차츰 내가 진정으로 끌리는 길이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 이거다!'하는 싶은 감이 들거들랑 일단 내려놓으시기 바란다. 대게 기존의 익숙한 사고 패턴에 의해 조직되어 나온 결과일 뿐이니까. 물론 그 역시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으나, 그걸 채택함으로써 더 훌륭한 아이디어의 탄생을 가로막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보관만!


특정 분야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차츰 전문성이 쌓인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정보를 찾고, 읽으며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가소성에 대해 말했는데, 같은 주제로 계속 글을 쓰다 보면 뇌도 그쪽 방향으로 움직인다.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강의를 하면서 계란을 그려보세요, 하면 거의 대부분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낸다.



이만하면 누가 봐도 계란임을 알 수 있겠다. 잘 그렸다. 하지만 누군가는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계란을 봤다.


르네 마그리트 - 자화상

계란을 보며 새를 그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그린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계란은 이렇게 어느 한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 의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현상에 자신의 시각이 더해지면 새로운 생명이 될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정보 전달, 즉 타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보에 내 관점을 담으면 새로운, 그리고 나만의 콘텐츠가 된다. 평소 관심 있던 주제,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분야, 어떤 이야기라도 좋다. 그 이야기에 나만의 관점을 담으려 노력해야 한다. 발전 방향도 이쪽으로 잡으면 된다.

내 이야기는 빤해서 식상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생각해보시라. 어느 분야든 이미 선구자가 있고, 평생 잠 안 자고 덤벼도 못 이길 천재들이 세상에 널렸다. 오로지 나의 관점만이 누군가가 이미 했던 이야기를 새롭게 하고, 나만의 콘텐츠로 재탄생시킨다. 천재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나는 천재와는 거리가 멀다.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글쓰기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안다. 너무 잘 안다. 블로그 강의도 하는데, 그렇다고 대한민국 1등 블로거는 아니다. 최고의 명강사는 더더욱 아니고. 하지만 나는 이 두 분야에 대에 나만의 분명한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는 그저 많이 써본다고 해서 늘지 않는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공식과 지름길이 있다. 이것이 글쓰기에 대한 내 관점이다.

블로그도 대부분의 강사들이 방문자수 늘리는 법, 상위노출하는 방법 등 기술적인 측면에 치중할 때 오히려 그런 노력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콘텐츠 만드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내 관점이자 철학이고, 내 경쟁력이다.

호기심이 관점을 만든다. 그러니 아직 나만의 관점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대상에 대한 탐구를 끝끝내 놓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만의 시각이 생긴다.

내 관점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혹은 밝히기 두렵다 싶으면 남들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점이니까. 이를테면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은 이렇고, 반대하는 입장은 이렇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 이런 관점도 있고, 저런 관점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의견 나눠봅시다. 이렇게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패널들이 있으면 그 중간에는 중립의 사회자도 필요한 법이다.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회 현상들을 다루고, 다양한 관점들을 모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관점' 그 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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