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차가 화두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이 타고 온 차가 다름아닌 현대차 팰리세이드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 최고 기업이라고 불리는 삼성그룹의 부회장인데”, “재벌들은 모름지기 외제차를 타고 다닐 것 같았는데” 바로 그 편견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운전을 해서 빈소를 찾았으니, 화제가 될 만도 하다.
그렇다면 문득 다른 국내의 재벌들은 어떤 차를 타고 다닐지 궁금증이 생긴다. 범접할 수 없는 슈퍼카를 타고 다닐까? 아니면 이재용 부회장처럼 나름 검소하게 국산차를 애용할까? 오늘은 한국 3대 대기업 회장들의 애마를 한 번 살펴보자.
최태원 회장의 애마는 현재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G90으로 불리는 EQ900이다. 출시 당시 가격은 7,300만 원부터 최고 1억 5,300만 원에 이른다. 만약 리무진 모델에서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 옵션을 선택하면 약 1억 5,620만 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EQ900은 국산 플래그십 세단의 대표 주자로 불렸던 모델이며, 월 평균 1,000대의 판매량으로 대형 세단 시장을 평정했던 모델이기도 하다. 출시 당시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그 동안 축적한 모든 기술력을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과 품질 관리로 탄생시킨 야심작”이라고 EQ900을 소개한 바 있다.
EQ900의 탄생을 논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기함이었던 ‘에쿠스’와 대형 세단 ‘제네시스’를 짚고 넘어 가야 한다. 에쿠스는 2002년 출시된 이래 현대차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활약했다. 이후 2008년에 제네시스가 바로 아래에서 오너드리븐 대형 세단으로 자리를 잡았고, 2015년 11월경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고, 한 달 뒤 EQ900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에쿠스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EQ900으로 명명됐지만 수출명은 G90이었고, 현재는 G90으로 모델명을 통일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네시스 G90은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당시 페이스리프트지만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폭 향상된 디자인과 사양이 화제였다. G90은 제네시스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처음으로 적용된 모델이기도 했다.
전면에는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과 지-매트릭스 그릴 패턴, 슬림형 쿼드 램프, 상하 헤드램프 사이에 존재하는 일자형 방향지시등이 적용됐다. 후면에는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 한듯한 테일램프, 엠블럼을 대신하는 제네시스 영문 레터링, 오각형 머플러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실내는 기존 EQ900과 거의 동일한 모습이었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타고 다니는 차는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다. 2018년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국내 출시된 국산 SUV 중 가장 덩치가 크며 계약 후 대기 기간만 수개월이 걸리는 인기 차종이다. 현재 국내외로 SUV 바람이 불면서 대기 기간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동급 중 가장 긴 휠베이스, 2,900mm를 자랑하며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무게는 2톤이 채 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기본 가격은 3,573만 원부터 시작된다. 최고 트림은 VIP가 있으며 가격은 5,184만 원부터 시작된다. 수입 대형 SUV는 최소 6,000만 원대부터 가격이 책정되고 벤츠의 경우에는 1억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에 비해서 팰리세이드는 상당히 가성비가 좋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SK 최태원 회장의 EQ900, LG 구광모 회장의 G90과 같이 이재용 부회장의 업무용 차량은 G90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형 G90 가격은 7,903만 원부터 약 1억5,609만 원에 이른다. 한정판 스타더스트는 2021년형 G90 5.0 프레스티지 트림을 기본으로 제작되며, 가격은 1억 3,253만 원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에 소비자들은 “재벌가 총수 정도면 롤스로이스나 못해도 페라리 정도는 타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 “생각보다 검소하네”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실제로 운전까지 하며 타고 다니는 개인용 차는 3천만 원 중반의 가격대를 갖고 있는 펠리세이드라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들은 업무용 차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사비를 들여 구매한 개인용 차를 업무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임원들에게 법인차와 운전기사를 제공한다. 바로 G90이 대기업 임원들에게 업무용 자동차로 주로 제공되는 모델이다. 수입차를 제공하기에는 사회 분위기상 눈치가 보이고, 직급에 맞게 고급차는 제공해야 하기에 대다수의 기업들은 국산 프리미엄 모델인 G90이나 G80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룹 간의 긴밀한 관계 유지도 국산차를 애용하는 데 주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에쿠스를 타다가 체어맨으로 차량을 바꿨을 때 일각에선 “현대차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한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에 이재용 부회장은 업무용 차량으로 G90을 사용하면서 소문을 일단락시켰다. 이처럼 대기업 총수의 차가 가진 영향력은 상당하다. 항간에 “일본차를 타는 국회의원은 뽑아주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한국 3대 기업이라고 불리는 삼성, SK, LG 그룹 총수들의 차를 살펴봤다. 품질 불량과 결함 등 여러 가지 이슈로 말은 많아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현대차는 사랑받는 브랜드인 듯하다. 특히 제네시스는 법인차로 인기가 많은데, 일각에서는 “제네시스가 신차를 발표하면 대기업 총무팀이 난리가 난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적게는 3,000만 원 중반부터 많게는 1억이 넘어가는 가격대를 자랑하는 세 모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대기업 총수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현대차가 앞으로도 전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