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본래 내가 갖지 못한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의미로, 자동차 시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속담이다. 해외에서 잘나가는 차량들은 유독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 차는 꼭 국내 출시하기를 바란다”라고 거듭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차들이 많다. 이에 네티즌들은 “대체 한국에서는 언제 이 차들을 볼 수 있는 것이냐”라며 원성이 자자하다. 오늘은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그렇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탐낼 만한 사양과 디자인을 갖고 있는 모델 4종을 살펴봤다.
포드 브롱코는 1966년에 출시되었으며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차 중 하나다. 지난 3월, 포드는 단종시켰던 브롱코를 부활시켰다. 새로워진 브롱코는 옛 브롱코처럼 소형 SUV로 출시됐고 1세대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재해석 과정이 곁들여졌다.
지난 7월 미국에서 본격 출시된 포드 브롱코는 레인저 픽업 기반의 사다리 섀시, 오리지널 모델의 상징적 스타일링 등을 갖춘 정통 오프로더다. 최고 사양인 퍼스트 에디션은 출시 몇 시간 만에 3,500대 전량이 사전 계약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판매가격은 2도어 2만 9,995달러(한화 약 3,600만 원), 4도어 3만 4,695달러(4,200만 원)이다. 퍼스트에디션은 4만 9,000~5만 3,000달러(6,000만~6,400만 원)로 책정됐다.
포드 브롱코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주로 긍정적이었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얼른 국내에만 출시돼라 진짜”, “나도 저거 갖고 싶네”, ”미국 사전 계약이 23만 대가 넘으면 한국에는 언제 오냐”라며 브롱코의 국내 출시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한때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한국적인 전통 SUV를 생산했던 쌍용차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쌍용차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쌍용도 저런 디자인과 이미지로 나가야 할 텐데”라며 쌍용차의 감성을 더한 전통 SUV가 출시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쉐보레 블레이저는 쉐보레 SUV 라인업 중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사이에 있는 차급이다. 현재 쉐보레는 글로벌 전략기지를 구축하여 각 지역마다 주요 차량들을 생산하는 글로벌 셀링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블레이저 5인승 롱휠베이스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판매되는 모델이다. 동시에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내는 모델이기도 하다.
차체 크기는 길이 4,978mm, 너비 1,953mm, 높이 1,734mm 그리고 휠베이스 2867mm으로 북미형 5인승보다 137mm 길고, 7mm 넓으며, 높이는 34mm가 더 높다. 국내 기준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유사한 크기로 볼 수 있다. 역전 배치된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듀얼 배기팁이 탑재됐으며, 스포티함을 강조한 RS 및 레드 라인 트림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블레이저 7인승과 같은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제공되고, 실내는 쉐보레 카마로에 도입된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스포티한 구성을 보여준다.
블레이저는 한국GM의 15개 신차 계획에 포함된 차량이다. 때문에 향후 국내 출시가 유력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적정 반입 시기 놓치지 말고 서둘러 출시하자”, ”중국산이라도 살 의향 있다. 들여오기만 했으면 좋겠다”라며 빠른 국내 출시를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한편, 판매 간섭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트래버스가 있는데도 팰리세이드 크기로 나오면 어쩌자는 거지? 블레이저랑 트래버스 판매 간섭 생기지 않나?”라며 국내 출시를 하게 됐을 때 브랜드 내의 동일한 차급인 트래버스와 판매 간섭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했다.
비교적 최근 공개된 일명 슈퍼 트럭이 있다. 바로 허머 EV다. 이 모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내 출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출시하면 마니아층에게 뜨거운 인기를 끌 것 같다”라고 평가받고 있다. 허머 EV는 GM 산하 GMC 브랜드 라인업에서 처음 선보이는 순수전기차로, 탁월한 온·오프로드 성능과 몰입감 있는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얼티엄 드라이브는 2개의 유닛으로 구성되며, 총 3개의 전기모터가 최고출력 1,000마력, 최대토크 약 1,590kg· 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e4WD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강력한 오프로드 퍼포먼스를 확보했으며, 800V 배터리와 350kW 고속 충전 시스템이 탑재됐다. GM 내부 실험 결과에 따르면, 1회 충전으로 약 563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GM 마크 로이스 사장은 “이 혁신적인 트럭은 GM이 완전한 전기차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면서 “광범위한 성능을 제공하는 GM의 얼티엄 드라이브 아키텍처를 토대로 한 허머 EV는 언제 어디든 모험을 떠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완벽한 솔루션이 되어 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GM 측의 자신 있는 주장과 같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허머 EV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선 ”돈만 있으면 사고 싶다”, ”포스가 장난 아니다”, ”국내에서 절대 볼 수 없겠지? 아쉽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자그마치 1,000마력을 뽐내는 사양에 대해서도 ”뒤에 0하나 더 붙인 거 아니냐”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산차인데도 국내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차가 있다. 바로 기아 텔루라이드다. 자동차 시장에 SUV 열풍이 불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텔루라이드 출시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기아 측에서는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기아차 입장에선 모하비, 쏘렌토, 스포티지까지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들여오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는 파워트레인 등 전체적인 플랫폼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차이점은 인테리어 디자인과 소재에서 비롯된다. 팰리세이드는 전자식 기어 버튼을 쓰면서 인테리어 레이아웃을 완전히 새롭게 꾸몄다면, 텔루라이드는 센터 콘솔 양옆에 마련된 손잡이를 쓰는데 이는 주로 오프로더에서 볼 수 있었던 양상이다. 세부적인 디자인과 각진 외모로 정통 SUV의 분위기를 강조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국산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텔루라이드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팰리세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데 생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텔루라이드 생산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차라리 모하비 단종 시키고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해라”, ”다른 건 몰라도 텔루라이드는 나오면 진짜 바로 산다”라며 텔루라이드의 탁월한 성능과 디자인을 국내에서는 즐길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땅덩이가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 전통 SUV 차량을 구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욱 앞서 말한 차량들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비록 작은 나라지만,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마니아층이 있고,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본다면 수요 역시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네티즌들 반응만 보고 출시를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로 기업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원하는 차량을 구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를 낳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SU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국내 출시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