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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샷 Oct 29. 2020

"차를 못 바꿉니다" 이건희 회장이 국내에 들여왔던 차


국내 자동차 시장의 역사에도 이건희 회장은 이름을 올렸다.당시 현대차의 안방이었던 국산차 시장에 발을 들이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수작, SM5를 선보인 것이다. SM5는 일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잔고장 없고 튼튼하기로 유명하여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자동차이다.르노삼성의 전신이었던 삼성자동차의 수작, 1세대SM5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당시 자동차 제작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던 삼성은

닛산과 기술협약을 맺었다

SM5는 구 삼성자동차의 중형 세단이자 르노삼성 인수 이후까지 이어진 유일한 모델이다. 삼성자동차는 1998년, 1세대 SM5를 출시하여 3세대까지 총 2번의 풀체인지를 진행했다. 이후 2019년 3세대 SM5를 끝으로 단종되어 더 이상 시장에서 만나볼 수 없는 모델이 되었다.


처음 자동차 시장에 발을 들인 삼성은 현대, 기아자동차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기술력과 생산 경험으로 곤욕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은 당시 자금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닛산 자동차와 기술 협약을 맺어 일본의 자동차 기술력을 전수받았다.

기술협약 이후 삼성자동차는 창립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1세대 SM5를 양산해낼 수 있었다. 닛산 세피로의 기술이 승계된 1세대 SM5는 세피로와 부품 호환이 가능할 정도로 유사하게 제작되었다. 내구성과 주행 성능 측면에서 SM5는 사실상 외제차로 취급될 정도였다.


1세대 SM5는 I4 SR20 엔진부터 V4, V6 엔진 적용 모델 등 2,000cc부터 3,000cc까지 다양한 트림으로 출시되었다. 최대 출력은 기본 132마력, 고급형 모델의 경우 173마력까지 발휘하는 주행 성능을 보여주었다. 변속기는 수동 5단, 자동 4단이 조합되었다.

후발주자의 리스크를 줄이려

트림을 폭넓게 출시했다

당시 SM5는 4기통 V4 SR 엔진을 탑재한 1800cc ~ 2000cc 하위 트림 모델로 중형차 시장을, 6기통 V6 엔진의 2,000cc ~ 2,500cc 모델로 준대형 시장을 공략하려 했다. 이는 보다 경쟁력을 높여 후발주자로서의 차이를 빠르게 좁히기 위함이었다.


당시 SM5는 적당한 가격과 안정성, 동급 차량 대비 고급화된 편의 사양을 탑재하여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준대형 시장에 출시된 그랜저 XG에게 인식, 차급, 안정성 측면에서 적수가 되지 못했고 중형 시장에서도 쏘나타에 비해 부진한 판매량을 보였다.

출처_보배드림

르노 삼성 인수 이후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출시 후 2~3년까지 부진한 판매량을 보였던 SM5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삼성자동차가 르노에 인수된 2000년도부터이다. 르노삼성 인수 이후 튼튼한 내구성과 닛산발 기술력으로 입소문을 탄 SM5의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삼성자동차 시절인 2000년도 SM5 한 해 판매량은 1만 2천 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르노삼성 인수 직후인 2001년, 한 해 동안 판매된 SM5는 10만 대에 달하며 전년 판매량 대비 10배가 넘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출처_보배드림

토션빔 서스펜션을 사용했음에도

쾌적한 주행 환경을 구현해냈다

SM5의 주행감과 안전성을 당대 최고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동급 경쟁 차량과 비교해 보았을 땐 충분히 안정적인 승차감을 만들어냈다. 경차나 준중형에서 무게와 가격을 절감하기 위해 사용하는 토션빔 서스펜션은 중형급 이상의 차량에서 사용되는 서스펜션에 비해 안정성이 덜하다.


하지만 1세대 SM5는 토션빔 서스펜션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중형차에 어울리는 승차감을 구현하여 토션빔 차량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이다. 당시 SM5의 전장과 차폭은 동급 차량에 비해 좁았다. 때문에 준중형 차량까지가 한계라고 여겼던 토션빔 서스펜션을 중형급 SM5에 적용하면서도 안정성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처_연합뉴스

업계에서 등한시되었던

부품 품질에 공을 들였다

아직까지도 SM5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SM5의 장점에 대해 묻는다면 입을 모아 내구성 강한 부품을 강점으로 꼽을 것이다. 당시 SM5는 잔고장이나 결함이 드물어 “차를 바꾸고 싶어도 못 바꾼다”, “중고차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이건희 회장의 태도에서 기인된 결과였다.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며 그 당시 업계에서 등한시 되어왔던 부품 품질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때문에 SM5는 같은 시기 경쟁 모델이었던 쏘나타, 그랜저에 비해 우수한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출처_동아일보

중형급 차량에서 보기 힘든

품질을 보여주었다

1세대 SM5는 중형부터 준대형을 아우르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플래그십 못지않은 품질의 차량을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는 삼성자동차 설립 초기 이건희 회장의 의중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최근 국산차에 대한 잦은 결함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선 선진국형 애프터서비스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 부품 품질과 구매 후 서비스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2000년대 전후에 이건희 회장은 선진국형 애프터서비스의 필요성을 미리 내다본 것이다. 그 결과 1세대 SM5는 동급 대비 뛰어난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명차로 회자되고 있다.

출처_보배드림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경영 지침으로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 무엇이 큰 것인가를 판단하라”라는 말을 남겼다. 자동차 업계로 진출하며 부품 품질에 공을 들이던 1세대 SM5의 애프터서비스에는 이런 이건희 회장의 태도가 녹아있다.


현재 국산차의 결함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도 들려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1세대 SM5를 복기하며 살펴본 이 회장의 경영 태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현대자동차의 회장으로 새로 부임한 정의선 회장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품질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루빨리 그들이 주창한 품질 경영이 진행되어 SM5와 같은 명차가 다시 시장에 출시되길 바란다.


글.

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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