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형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침입했던 지난달 26일, 우리 군은 공중전력을 대동해 대응에 나섰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군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군 당국은 격추시킬 능력은 충분했지만 민가 피해를 우려해 사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인기 한 대를 추격하기 위해 전투기와 공격 헬기 등을 띄운 것은 너무 과도한 작전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2014년부터 북한 무인기 대응체계 마련을 약속했던 군이 효율적인 대비 태세를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는 쓴소리로 이어졌다. 이에 무인기 전파를 방해하는 재머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알고 보니 재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전 방어용 재머 있었다
수방사 패싱에 생각도 못 해
최근, 우리 군은 한국수력원자력과 가스공사 등 국가중요시설에서 도입한 재머를 빌려 일부 군단급 부대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재머는 원전, 공항 등 보안시설 인근 상공에 출현하는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마련된 민간용 제품이며, 성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설 경비에도 부담을 줄 수 있어 실전적인 배치는 아니다.
그런데 군 관계자를 인용한 채널A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울 시내 국가주요시설에 설치된 재머는 수방사가 작동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북한 무인기 대응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작전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수방사가 즉각적인 상황 전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상황전파 미흡 문제
합참 종합 검열 나섰다
군 당국의 발표와 국회 보고 사항 등에 따르면, 육군 제1군단이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오전 10시 25분이다. 하지만 수도방위사령부는 해당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채 10시 50분경 자체적으로 항적을 포착했고, 1군단은 상급 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에도 오전 11시 10분이 되고 나서야 이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1군단의 상황 전파가 늦어진 이유로는 무인기의 ‘지그재그 비행’이 꼽힌다. 미상 항적이 직선으로 내려가지 않고 종횡으로 비행하다 보니 서울로 향한다는 사실을 늦게 인지했다는 것이다. 합참은 이 같은 상황공유 부족 문제를 인정하고 무인기 침범 당시 각급 부대의 대응조치 상황을 분 단위로 일일이 대조하며 관련 매뉴얼 준수 여부와 발생한 문제점의 인과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 드론 기술 있었는데…
전력화 준비도 못한 이유는
지난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으로 인해 탐지부터 상황 전파와 물리적 대응, 사후 정보 분석까지 우리 군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군은 대드론 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핵심 사업인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는 개발기간을 39개월로 단축해 전력화 기간을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또한 원천기술은 이미 확보했지만 제품화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연구개발 전반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드론 무력화 기술 개발 외에도 수년간 정부 주도 사업을 통해 선행 기술을 쌓았지만, 전력화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은 방산 분야 국책연구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