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비행금지구역을 포함한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닌 북한 소형 무인기가 이란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미 해군분석센터 선임국장인 켄 고스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1990년대부터 무인기 기술을 연구해왔지만 최근 우리가 본 것과 같은 비행시간과 회피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영공을 침범한 무인기가 모두 추락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은 오랫동안 국방 기술 협력국인 이란으로부터 받은 무인기나 무인기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한국 공군이 무인기들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비행 중에 경로를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이란 무인기들은 공중에서 경로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국 관계의 두 나라
“이란제라면 격추 어려워”
기종에 있어 켄 고스 국장은 “이란은 샤헤드-136 등 자폭 무인기와 모하제르-6와 기타 다목적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들 무인기는 비행시간이 길고 러시아와 미국 GPS에서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추측을 내놓았는데, 그는 “이란제라면 한국군이 격추시키지 못한 이유가 설명된다”라며 “샤헤드-136은 충분한 비행거리와 비행시간을 보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제 무인기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경위에 대해 베넷 연구원은 “북한은 이란과 많은 거래를 했습니다”, “이란 기술을 얻었을 수도 있지만 격추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안보정책센터의 스티븐 브라이엔 선임연구원 역시 홍콩 아시아타임즈에 기고문을 내고 “북한이 이란 무인기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 전쟁 이후 밀착
세 나라의 은밀한 거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중심으로 이란과 북한, 3개국은 끈끈하게 결속을 다지고 있다. 연거푸 부인하긴 했지만 이란이 러시아에 자폭 무인기와 화기 등을 건넸다는 정황은 수없이 포착되었고, 이윽고 미국 관리들을 통해 러시아 본토 내에서 무인 공격기를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돌기도 했다.
북한 역시 제재를 피해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에 로켓과 미사일 등 중화기를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이를 고려하면, 서방 제재로 무기고가 비어가는 러시아에 도움의 손길을 건넨 두 국가가 무인기나 관련 기술을 공유했을 거라는 추측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미국 부품이 80% 이상
이란 무인기의 불편한 진실
북한이 정말로 이란제 무인기를 사용했다면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폭격에 적극 도입한 기종이다. 지난해 영국 무기 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는 우크라이나가 격추한 무인기를 조사했고, 분해된 52개 부품 가운데 무려 40개가 미국회사 제품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부품 제조사들로 관심이 쏠렸고,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위장기업을 통해 민간용으로 판매되는 부품을 구입해 군사 목적으로 결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이란 기업을 추가 제재하는 등 구멍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각에서는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기술이나 부품을 조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드론 전력을 이식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는데, 우리 역시 이에 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