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안보 분야 연례 국제회의 뮌헨안보회의에서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우리나라를 되찾으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라며 나토에 전투기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차 지원 결정 이후 서방의 전투기 공급은 급물살을 탔지만, 확전 우려에 관련 논의가 주춤하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최근, 단호한 지원 불가 의사를 표명하던 미국 내에서는 전투기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정찰풍선 이슈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첨예하게 맞서던 미·중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선을 다해 도와야…”
F-16 제공 논의 재점화
그간 레드라인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F-16 전투기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미 의회를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7일, 자레드 골든, 마이크 갤러거 등 5명의 여야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군용기 제공은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공을 보호하는 데 필수”라며 “F-16이나 동급 수준의 전투기는 지상 기반의 포병보다 더 큰 능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후인 19일,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러길 희망한다”라고 답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매콜 위원장은 “우린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야 한다”라며 “기다릴수록 전쟁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 관측
서방 우려 목소리 이어졌다
미국 내 전투기 지원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독일 뮌헨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후 인터뷰에서 “중국이 군사 지원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선을 넘은 것은 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살상무기 지원과 미국의 전투기 제공은 확전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두고 “이는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해치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어, EU의 외교 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긴 대화를 나눴고, 중국의 대러 무기 제공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그러지 말 것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세계대전으로 번질까
중국, “허위사실 유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세계대전을 의미한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실 중국이 우리 편이었으면 좋겠지만 국제 지정학적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실용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려를 전하자 중국 외교부도 입장을 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전장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미국 측”이라며 “미국 측은 중국 측에 명령할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화와 평화의 편에 서서 상황을 완화시키고 긴장을 낮추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에 허위 정보를 유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