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북한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이후, 미군은 B-1B 랜서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즉시 전개해 연합훈련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해 ‘비질런트 스톰’ 공중 연합훈련을 비롯해 미 공군 전력의 한반도 상공 비행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는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곧바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 부부장은 20일 담화를 내고 “조선반도에서 미군의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라며 “직간접적인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이 기회에 다시금 기정사실화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른바 ‘태평양 사격장’ 발언은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위협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태평양 사격장은 미친 발언”
즉각 격추하겠다는 미 사령관
북한이 태평양을 향해 ICBM을 쏜다고 가정하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미 본토 쪽으로 향하게 된다. 해당 담화 접한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정말 미친 발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애퀼리노 사령관은 지난달 24일, 하와이에서 홍석인 주호놀롤루 총영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북한이 ICBM을 괌 상공이나 태평양 지역에 쏜다면 이를 즉각 격추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라며 “김정은도 섣부른 행동은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미를 놀라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원하는 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군이 공고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격추는 곧 선전포고”
김여정도 곧바로 응수
애퀼리노 사령관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김여정 부부장은 곧바로 답변 형식의 담화를 냈다. 7일 오전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실제 미 군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러한 실언을 하였는지 괴뢰 언론의 상투적인 말장난질인지 그 진위는 알 수 없으나 사실 유무, 이유 여하를 떠나 명백히 사전경고를 하려 한다”라며 “태평양은 미국이나 일본의 영유권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태평양이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임을 강조하며 “주변국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우리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북한이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추정 신형 ICBM을 시험 발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