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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einate Jul 29. 2017

인천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서평] 도시 인천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확장도시 인천>

당신은 '인천'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월미도? 2000년대 중반 왕조 시대를 이룩했던 야구팀 SK 와이번스? 연안부두? 송도와 청라 신도시? 출근 시간대 신도림 역을 '헬Hell도림역'으로 만드는 지하철 1호선과 용산 급행?

인천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굉장히 다양하다. 연예인 송일국씨가 삼둥이를 키우며 걸어다녔던 송도 신도시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인천 지역의 옛 모습과 차이나타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IMF를 겪기 전의 대우 공장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구도심과 달리 새롭게 개발된 송도.청라 신도시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인구 300만을 넘겨 제3의 도시로 도약했고, 머지않아 부산의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이지만, 인천을 다룬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인천을 배경으로 써서 잘 표현한 영화는 <고양이를 부탁해> 정도가 있고, 문학으로는 <괭이부리말 아이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강 시) 정도다. 

인천을 다룬 책이나 연구서도 많지 않다. 인구로 보나 경제로 보나 초대형 도시이면서도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서울에 쏟아지는 관심의 일부도 인천에 닿지 않았다. 향토사 연구 정도를 제외하면, 인천을 다룬 종합적인 서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확장도시 인천>은 그래서 더 소중한 책이다. 점점 확장되어가는 외지인의 도시, 인천의 모습을 공동 저자들이 함께 모여 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공직, 교육, 예술 등의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고 있지만 인천에서 살았거나 인천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경인선을 중심으로 한 인천의 교통, 인천의 아파트 가격 변천, 인천에 사는 이들의 문화생활, 인천에서 도심 지역과 번화가의 변화 등을 주제로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쓴 뒤 이를 묶어서 책으로 펴냈다. 기획은 <아파트 게임>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동양대 박해천 교수가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확장도시 인천'이라는 제목은 개인적으로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완전히 꽉 차게 건물이 메워진 서울이나 서울의 통근권에 신도시가 들어선 경기도 일부 지역들과는 달리 인천은 과거부터 개발되어 온 지역이면서도 미래를 향한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확장성을 가진 독특한 도시다. 

인천의 첫 번째 발전은 산업화를 따라 이루어졌다. 일제시대에 동양방적, 일본제분, 일본차량주식회사 인천공장, 조선기계제작소가 들어섰다.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천에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몰렸다. 박해천 교수의 '인천, 노동자들의 도시' 파트는 인천의 산업화시기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정리했다.

인천에서는 일찍이 공업화와 함께 다양한 노동운동이 발전했다. 책은 동일방직 노동자에 주목한다. 동일방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온 여성들이었다. 관리자들은 젊은 사람들을 싼 임금에 고용하고 싶어했고, 농촌에서는 여성을 공부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노동자들은 서로 매우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유사한 기술 수준과 출신, 연령을 바탕으로 노동 운동을 벌였다. 

김우중 회장이 이끌던 재벌 그룹 대우에서는 노동자 홍영표(현 부평구 국회의원)가 노동자들을 조직해 투쟁을 이끌었다. 인천은 당대 노동운동의 거물이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활동할 정도로 노동 투쟁의 중심지였다. 인천은 공업화와 노동 운동을 모두 겪으면서 산업 도시로 발전해 갔다.

한편, 산업화와 함께 인천 초기 발전을 이룬 다른 한 축은 경인선이었다. 인천 사람들의 통근과 통학을 도운 유구한 교통수단이 바로 경인선이다. 이 책의 '경인선: 혼잡연대기' 파트는 경인선을 주제로, 혼잡의 극치를 보였던 경인선의 의의와 과거를 다룬다. 

경인선은 동인천, 제물포부터 서울을 잇는 노선이다. 경인선의 왼쪽은 동인천, 제물포부터 시작하여 주안, 부평을 잇는다. 이 노선은 인천을 나가서 부천을 지나가고, 구로와 신도림을 지나쳐 용산에서 급행이 멈춘다. 책에 따르면, 1989년부터 경인선의 출퇴근 승객은 정원의 세 배를 넘었다고 한다. 상상도 하기 힘든 숫자다.

'현재의 승객보다 무려 2,000명 이상 많은, 약 5,000명에 달하는 승객이 한 편의 열차에 탑승해 통근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도 지연이 당연하고, 사고로 인한 선로 두절 또한 빈발했으며, 공사로 인해 영업 속도 또한 느려진 상황이었으니 "지옥철"이라는 세간의 평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들 열차가 지연을 감안하여 대략 4분에 한 편꼴로 운행되었다면, 한 시간에 7만 명이 넘는 승객이 구로역에 진입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66p

경인선이 점점 혼잡한 노선이 된 것은, 경인선을 따라서 점점 도심이 확장되고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인선을 중심으로 주안, 부평 지역이 발전했다. 경인선은 한때 300퍼센트에 달하는 혼잡률을 보였지만, 5호선과 공항철도가 설치되면서 극한의 혼잡은 완화된다. 지금도 경인선은 인천의 '등뼈'나 다름없다.

김윤환, 신수현씨의 '확장하는 외지인들의 도시' 파트는 인천의 발전사를 다룬다. 산업화와 경인선을 기반으로 한 발전을 겪은 인천은 이후 아파트 붐의 시대에 진입했다. 책에 따르면, 경인선을 활용한 좋은 교통과 아파트 건설에 힘입어 발전한 곳이 바로 부평 지역이다.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 떠오르는 동네로 발전했다. 한편 인천 남부의 연수구는 대형 택지가 개발되고 자영업이 번창하면서 인천 중산층이 문화를 향유하는 도시가 되었다. 부평과 연수는 인천의 한 지역이면서도 서로 간의 교류 없이 독립적인 확장을 이룬다.

'부평의 아파트를 통해 인천에서 비로소 '대형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의 재산 증식을 통한 중산층 형성'이 가능했다. 서울에 통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이었던 부평이 처음으로 '서울식' 아파트 게임이 인천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다. 연수택지를 통해서 인천의 중산층은 단순히 재산형성뿐 아니라 문화적 자산을 갖추기 시작했다.' - 175p.

그리고 최근에는 송도 신도시(연수구)와 청라 신도시(서구)의 개발로 신도시 건설이 이루어졌다. 이 장의 내용이 말하는 인천 지역 신도시들이 가진 독특한 특징은, 다른 지역의 인구에 대한 흡입력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강남과 강북의 인구가 이주하는 일산과 분당과는 다르게, 인천 내부의 신도시들은 다른 경기도나 서울의 사람들이 이주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책에 따르면, 청라 신도시와 모두 송도 신도시 인천 사람들 중 구매 여력이 있는 이들이 이주했다는 점에서 인천이 확실히 다른 수도권 지역과 구분되는 지역임을 보인다고 한다. 이들 신도시 지역의 발전에 따라 인천의 미래가 바뀔 전망이다.

인천의 초기 유입자들은 전쟁의 여파로 인한 황해도나 이북도민이 많았으나, 이후 산업화를 따라 이전부터 인천과 교류가 있던 충청도 사람들이 들어왔고, 이후에는 호남 사람들이 서울을 거쳐서 집값이나 직장을 이유로 인천으로 들어왔다고 책은 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인천은 토박이보다 외지인이 많은 도시가 되었다. 그야말로 '확장하는 외지인들의 도시'로 자라난 것이다.

이 책은 공동 저자들의 글을 엮어 만들었기 때문에 글의 질과 성김도 다르고, 글의 전문성도 다르다. 그래도 살던 지역, 알고 있는 동네, 자란 마을에 대해 사람들이 힘을 합쳐 글을 썼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한 '확장하는 도시'로서의 인천, '외지인들의 도시'로서의 인천의 모습을 담은 몇 안 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인천은 다뤄지지 않기에는 너무나 중요하고도 큰 도시다. 오늘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인천을 오가고 있다. 당신이 동인천 급행을 타고 관광을 가는 외지인이든, 인천에서 미어터지는 1호선을 타고 서울에 올라가는 통근자이든 간에, 이 책을 통해 확장하는 도시 인천의 다채로움을 맛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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