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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시모프 Jul 03. 2022

<헤어질 결심>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탄생

<헤어질 결심>의 또 다른 해석

*재미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래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해준의 동료인 수완은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

"처음만 어렵지, 그다음은 쉽죠"


서래의 몸에선 가정폭력의 흔적들과 병원기록이 있고, 남편의 이니셜로 된 문신도 새겨져 있다. 그것은 남편을 죽일 충분한 동기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 내에선, 그 어떤 플래시 백으로도 서래가 직접 구타를 당한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서래의 진술일 뿐이다. 그녀가 자해를 했다 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남편이 서래에게 했다는 이 말은 중의적으로 들린다.

"독한 년."


그래고 해준이 서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 이 부분. 남편의 죽음을 전하는 말씀과 사진. 거기에서 말씀이라고 했다가, 잠시 망설인 후에 사진으로 바꾼다. 서래는 잠깐 사이에 실망하는 해준의 반응을 보고, 사진으로 바꾸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기획할 정도로 명석한 그녀라면.  


그녀는 취조 중에도 서슴없이 다리를 올려 보이면서, 본인의 섹시 어필을 했다. 해준이 자신에게 빠져들어 수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뻔히, 해준은 잠복근무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을 지켜보는 걸 아는 서래는 해준이 바라는 행동들을 해 주면 되었다. 서래가 울 듯이 고개를 숙여 흐느끼는 걸 보고, "우는구나, 마침내"라고 해준은 읊조린다. 하지만 그때 서래의 표정을 보면, 희미하게 웃고 있다.


죽은 까마귀도 심상치가 않다. 그녀는 길고양이 사료를 주고 있었는데, 그 사료통 옆에서 까마귀가 죽어있었다. 혹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다가 고양이를 죽이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까마귀를 죽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나? 영화 내내 까마귀 깃털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까마귀는 교활함과 죽음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녀는 중국에서 엄마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한국으로 불법 입국한 것이었고, 그때 남편 기도수를 만나 결혼해서 한국에 남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중국에서 도피하기 위해 철저히 필요한 부분만 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엄마를 죽였다고 하는 그 부분도, 철저히 서래의 진술이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유골함의 시점 샷이 서늘하게 서래를 쳐다볼 뿐이다.


기도수의 죽음이 자살로 판명되자, 서래는 황급히 증거들을 다 지우고 불 지른다. 그걸 보더라도, 여기까지 서래는 해준을 이용했다. 그리고 서래의 실수로 살해 트릭이 드러나자, 그녀는 당황했다. 하지만 해준이 자신이 붕괴되어가면서도 그녀를 지켰다. 여기서 그녀는 한번 다시 살인마로 태어난 것이다. 두 번이나 살인을 했지만 교묘히 사람들을 이용해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정말 그녀해준이 이포로 갔다는 것을 몰랐을까? 어디서 근무하는지 스토킹 하며 다 알고 있었는데. 그녀 두 번째 남편과 이포로 간 것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이번에는 해준을 더 철저히 이용하고, 폰을 바다에 버리고, 자신이 아닌 남의 마음을 이용해 사람을 죽였다.  


특히 영화의 가장 마지막은, 마치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에 나오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요한을 떠올리게 한다. 요한은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거의 없고, 남을 조종해서 사람을 죽이도록 만든다.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을 조종하는 것을 즐긴다. 서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준을 조종했고 마지막도 그러했다. 마지막 죽을 자리에서 서래는 왜 막대기를 꽂아 놨을까? 자신과 통화하는 핸드폰에 위치추적이 된다는 걸 알았을 텐데 왜 핸드폰을 들고 갔을까. 철저하게 차를 세워 둔 자리부터 막대기를 꽂아둔 자리까지, 주변을 찾다가 헤매고 자신이 판 구덩이를 발견하게 되는 시점, 만조의 시점까지를 계산해 둔 것 같다. 처음 호미산에서 살인을 계획한 머리를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앉은 서래는 보았지만, 서래가 물에 잠겨 죽는 장면이 있는가? 없다. 술 한잔 마시고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해준은 자신의 사랑 때문에, 용의자를 풀어줌으로써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탄생시켰다. 이 영화의 전체 러닝타임 138분이 호미산을 오르는 138층과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영화 전체가 해준을 낭떠러지로 미는 호미산인 셈이다.


포스터를 보라. 사이코패스 살인마 서래에게 놀아나는 해준의 모습을.




*같은 영화의 다른 시각.

https://brunch.co.kr/@casimov/99


* 영화와 인문학을 접목한 저의 브런치북 <사소하지만 무거운 영화들> 도 재미있습니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haveyou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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