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민 Jan 06. 2025

방어와 돼지국밥


아무것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들은 번거롭지만 매번 새로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여 상에 올렸던 걸까?




지난 주말에 방어를 먹었거든


맛있겠당


다른 음식은 따로 안 먹고 방어만 먹었단 말이야


ㅇㅇ


많이 먹었지 둘이 먹었으니

배도 불렀어

근데 감기 기운이 조금 있어서 그랬는지

몸 컨디션이 영 안 좋고, 헤롱거리드라고

생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봐야 이제 소화를 시켜낼 수가 없구나

그런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그다음 날 국밥을 하나 먹었는데

느낌이 다르더라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몸이 든든한 느낌

아 이제는... 소화력이 전과 같지 않은가 보다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소화가 안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더라


난 희한하게 초밥은 먹는데 회는 먹을 기회가 잘 없었던 거 같네


이제 보통의 음식, 항상 먹던 음식, 소화 잘되는 음식 이런 걸 먹어야 하나 봐

초밥이었으면 차라리 괜찮았을 듯

밥이 있으니

근데 배부르게 쌈에 싸서 방어회를 양껏 먹었는데

몸이 비리비리 하드라고

다음 날 국밥 한 그릇이 훨씬 더 좋았어


마지막에 매운탕을 먹어야지


ㅋㅋㅋ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근데 너무 배가 불렀단다


ㅎㅎ


일식집 코스 요리를 시키면

왜 회는 조금 나오고

앞에 죽이 있고, 뒤에 알밥이 있는지 알겠드라니깐


아하


돈 있는 사람들은 나이를 먹었을 거고

그럼 회를 많이 먹는다고 바로 기운이 막 나고 그러지 않는거지


어르신 소화 능력에 맞는 코스인갑네

ㅋㅋㅋ


적당히 분배한 거지 ㅋ

소화도 좀 되고 든든하면서


회만 배부르게 준비하면 단가도 올라가니까..


몬가 고급진 음식 먹는 느낌도 나고


튀김도 섞고 그런 거 아녀? ㅎㅎ


아냐

회만 배부르게 먹으면

탈 나 ㅋㅋ 허기져


난.. 왜 안 나지.


아직 젊은가 보오


위만 젊은가 보오

더 슬프네


ㅋㅋㅋ




지난 토요일 점심에는 방어를 양껏 먹었다.

윤기가 흐르면서 살이 통통한 방어를 한 점, 한 점 깻잎과 상추에 싸서 편마늘 하나, 청양 고추 한 조각, 막장을 듬뿍 올려 와구와구 씹어서 삼켰다.

말캉말캉한 식감이, 어금니를 튕겨내는 생선살의 통통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마늘을 씹었을 때 퍼지는 알싸함과 청양 고추가 입 안을 채워주는 얼얼함이, 막장의 달콤하고 여운이 긴 깊고 진한 맛이... 모두 서로 어우러져 돌고 도는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역시 제철에 먹는 음식은 참 좋구나'라는 만족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한 점, 한 점 먹을수록 배는 불러지는데 분명히 배는 차오르는데 몸에 기운은 영 오르지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랬던 것인지 함께 먹은 술 때문인지 배는 빵빵하게 불러왔지만 한 구석에 있는 허기는 전혀 채워지지가 않은 느낌.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을 먹고 왔어야 했을까?


그러고는 일요일 아침에 돼지국밥 한 그릇을 먹었다. 국밥으로 뱃속을 채우니 온몸 구석구석까지 음식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느낌이 든다. 국밥을 한 수저 가득 떠서 입 안에 넣을 때마다 뱃속이 뜨끈해지고, 가슴으로 팔로 다리로, 머리로 손 끝으로 발 끝으로 그 뜨끈함이 퍼져나간다. 다 먹을 때쯤에는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남아 있던 감기 기운도 똑하고 떨어진 것만 같은 느낌.


지금까지 나에게 끼니는 배를 채우는 것,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입 안에 넣고 씹어 삼켜 배를 채우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는 시기가 온 걸까?

이제는 정말 각종 산해진미보다 내게 맞는 음식, 내 몸이 소화할 수 있고 바로 기운이 나는 그런 음식을 먹으러 다녀야 하나?

아무것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들은 번거롭지만 매번 새로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여 상에 올렸던 걸까?


그러고 보니 국밥 집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은 다 어르신들이다. 어르신들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시는 걸까? 허기를 채우시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