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옛날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 달 전부터 퇴근 후에는 거의 뉴스를 보며 살았다.
왠지 뉴스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내 상식에 벗어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것만 같은 일종의 불안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뉴스를 보며 '아 그래도 다행이구나', '빨리빨리 진행 좀 하지' 같은 마음이 들며, 그래도 나의 상식이 아직은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안도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뉴스를 보고 있으면 저게 재미가 있나? 싶었는데, 이제 내가 그러고 있으니 아마 우리 아이들도 저게 재미가 있나?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다가 어제는 문득 '내가 너무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연히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갈 것인데,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니?라는 의문. 물론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못 믿어운 시선으로 뉴스만 보고 있는 일은 고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에도 오늘 아침 체포영장 집행되는 화면을 보니 또 순리대로 안 흘러가면 어쩌지?라는 못 미더운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하여 어제는 뉴스 보는 일을 멈추고 퇴근 후에 얼마 전 시작한 Brunch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좀 가져보았다. 처음 시작하고 정말 많은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구나라고 느꼈을 뿐, 구독해 둔 작가님들의 신규 발행글 이외에는 시간을 가지고 읽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막무가내로 기웃거리며 시간을 두고 여러 글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벌집 시어머니와 며느리, 온갖 고초를 겪지만 끝내 성공하고 마는 사내, 슬프고도 아름다운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 모략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정치꾼들, 학교 폭력과 각종 범죄... 이런 종류의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정말 읽고 나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 한 구석이 촉촉해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의 이야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던 날의 에피소드, 얼마 전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이의 편지, 동네 꼰대 영감님의 애틋한 강아지 사랑, 명상하며 산책하며 느끼는 것들,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 회사를 때려치우고 만난 새로운 하루, 꽃과 자연에 대한 감상 그리고 시 구절들...
마치 옛날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마을에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구나. 종종 들러서 사람 사는 진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아니면 마을 한쪽에 작은 초가를 짓고 이곳에서의 삶도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마음도 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