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by 박경민


건널목 앞에 십여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두 명은 횡단보도를 등지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통기타를 치고, 한 명은 젬베를 두드렸다. 그 앞으로는 몇 명이 동그랗게 둘러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공연인가? 누군가 버스킹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지나가는 길이었기에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연주를 하는 이들은 얼핏 보아 많아야 스물? 적어도 군대를 갔다 오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나는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주의를 두지 않고 계속 걸었다. '생각' 보다 '관찰'을 더 많이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여자 두 명이 다가오더니 경쟁하듯 내 앞으로 종이를 내밀었다. 순간, 붙들고 있던 생각에서 깨어났다. 연주에 맞춰 손뼉을 치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연주자들을 빙 둘러싼 이들이 입을 맞추어 노래를 하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두 장의 종이 중에서 먼저 내민 사람에게서 팸플릿을 받았다. 그녀는 기쁘다는 얼굴로 웃었고, 그 옆에 함께 있던 여자 아이도 그녀를 툭치며 함께 웃었다. 고등학생일지 대학생일지 알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팸플릿을 보니 교회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동네에 무슨 교회가 있는지 관심이 없었기에 이름이 낯설었다.

종이를 전하던 두 사람은 웃는 얼굴 그대로 근처를 지나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했다. 기타 소리와 젬베의 리듬에 맞춰 손뼉을 부딪치는 소리가 뚜렷해졌다. 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도 귓가에 선명해졌다.

'깨어라, 나의 영혼아. 비파와 수금 들어라.'

청년부 시절에 좋아하던 찬양곡이었다. 그때는 나도 저 곡을 기타로 칠 수 있었다. 마음이 편해지던 곡이었다.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계속 걸었다. 신호등이 바뀌었는지 신호음이 섞여 들렸다.

'깨어라, 나의 영혼아. 비파와 수금 들어라.

이 새벽에 내가 찬양하리라.'

노랫소리는 멀어졌고, 나는 속으로 가사를 되뇌었다. 깨어라, 나의 영혼아. 비파와 수금 들어라.라는 가사가 기억 속에서 분명한 문장이 되자 가슴이 울컥했다. 눈가에는 미열이 올랐다.

깨어나라. 영혼아.

참 아름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미소가 올라와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길을 지나다, 스치던 순간을 남기고 싶어 졌습니다.

아직 생각해 두었던 일은 멀게만 보이네요.

봄이 오고 있습니다. 좋은 봄날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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