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면서, 바닥에 쌓인 눈을 밟았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 '나쁘지 않은 아침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 오늘 모 했니? 눈사람은 만들었어?
- 그녀는 오늘 오전에 눈길을 산책하면서 눈오리를 백 마리쯤 만들었다고 대답해 주었다.
어쨌든 아침에 라디오 이야기로 돌아가면,
- 나는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 겨울에 눈사람이 태어났어. 마당에서 태어난 그 눈사람은 추운 겨울에 썰매를 타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하늘 위를 움직이는 빨간 햇님과 노란 달님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부러워했지. 그리고 그 집 마당에 묶여 있는 늙은 개와 친구가 될 수 있었어. 그 개는 오래 살았기에 눈사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지. 아침이 오면 해가 뜨고, 해가 지면 달이 뜬다는 것. 지금은 겨울이라 이렇게 춥지만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 그리고 가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어.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
- 그녀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태어나서 귀여운 아기 강아지였을 때, 그 시절에 얼마나 귀여움을 많이 받았는지 그리고 조금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하인들이 사는 지하방으로 가게 되면서 얼마나 슬펐는지... 하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금방 편안해지고 다시 행복해졌다고 이야기했지.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마당으로 쫓겨나서 지금 이곳에 묶여있게 되었는지도 말해줬지.
그리고 아주 추웠던 어느 밤 지하방에서 겨울을 지냈던 때, 난로 앞에서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했는지, 난로가 어떻게 생겼고, 시뻘건 불길을 내뿜는 모습이 얼마나 멋졌는지 이야기했지. 저 창문으로 보면 아마 너도 난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
그래서 눈사람은 목을 쭉 빼고 창문 너머에 있는 난로를 바라보았지. 그리고 그때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 그 순간 난로와 사랑에 빠져버린 거야. 눈사람은 어찌할 수가 없었어. 붉은 불길을 내뿜는 그 모습에 한눈에 반해버린 거야. 눈사람이 난로와 사랑에 빠져버린 걸 알고 늙은 개는 눈사람에게 넌 난로에 가까이 가면 사라져 버린다고, 정신 차리라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눈 사람은 정말이지 그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고, 매일매일 매 순간 난로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지. '아가까이 다가갈 수만 있다면' 그런 눈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 까마귀가 햇님에게 소원을 빌어보라고 이야기했지. 아마 널 걸을 수 있게 만들어줄 거라고.
눈사람은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마침내 아침에 되어 햇님이 나타났을 때 햇님에게 자기 상황을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지. 햇님은 눈 사람이 어떻게 될지 알았기에 그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눈사람은 막무가내였어. 해가 지기 직전까지 빌고 또 빌었지. 햇님은 어쩔 수 없이 눈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떠나갔어. 그날 밤 드디어 눈사람은 난로에게 걸어갈 수 있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