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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환 Nov 18. 2023

광역단체 고향사랑기부제, 일본 사가현을 보라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가현을 배워 고향사랑기부제를 시도한 지자체는 광주광역시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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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개인이 지역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어려운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일본 고향세는 지난해 8조원이 넘게 모금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모금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모금액의 30%까지 지역특산품으로 기부자들에게 답례품을 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선 홍수 피해 복구, 유기견 보호 등 사회 난제를 위해 기부하는 크라우드펀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7개 광역지자체와 226개 기초지자체가 모두 고향사랑기부제로 모금할 수 있다. 광역지자체는 기초지자체와 모금 경쟁을 벌이기가 부담스럽다. 답례품과 모금 이슈 등이 겹칠 수도 있다. 일부 광역지자체는 기초지자체를 품고 있는 맏형의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차별화된 전략을 고심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본 사가현은 비영리단체(NPO) 지정기부제도를 통해 광역지자체의 고향세 전략을 차별화했다. 보통 지자체는 고향세 모금을 한 뒤, 담당 행정부서에서 판단해 필요한 곳에 지출하고 답례품도 선정해 보내는 형태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한 기부자가 전화를 걸어와 “기부금이 사가현의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건넸다. 이 제도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지자체엔 고향세 관련 업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현재의 모금 방식이 기부자의 욕구에 충실한지 의문이 생기던 참이었다. 이 전화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졌다. 비영리단체가 직접 모금하고 집행도 하는 것이 구조상 맞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21년 사가현은 비영리단체 지정기부제도를 통해 104개 단체가 90억원의 고향세를 모금했다. 사가현의 비영리단체는 고향세 관련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다. 비영리단체를 믿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총무성 고위공무원 출신인 야마구치 요시노리 사가현 지사의 강력한 의지가 큰 몫을 했다.


‘일본1형당뇨네트워크’는 사가현에 사무소를 둔 비영리단체다. 1형당뇨는 치료 비용만큼이나 인슐린주사를 맞으며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한다. 1형당뇨는 치료법이 없다.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연구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일본1형당뇨네트워크’는 고향세 지정기부제를 통해 연간 연구비 10억원을 모금했다. 사가현민들에겐 사가현이 정부도 못 하는 연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기부자들 역시 사가현을 남다른 지자체로 인식하게 됐다.


기초지자체는 이 제도를 시행하기 어렵다. 비영리단체 생태계 조성이 어려워서다. 사가현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에서도 광역지자체라면 차별화된 고향세 전략을 생각해볼 만하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경향신문 2022년 10월 17일 기고(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2210071401091&code=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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