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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환 Sep 14. 2016

아이누를 만나고 싶은 그대에게 in 홋카이도 여행

홋카이도 공정여행 답사 - 4.

대략 120만년 즈음으로 추정하는 홋카이도의 역사.


메이지유신 이후, 홋카이도 개척(침략)이 시작된지 2백여 년, 그 전까지만해도 이 땅은 아이누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던 곳 이었다.

성인의 삶, 시라오이  아이누민족박물관

아이누와 같은 이들을 선주민족이라 부른다.


선주민족, 21세기 정치학대사전 중

대표적으로 미국의 인디언, 북미의 에스키모,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버리진, 뉴질랜드의 마오리이며, 이들은 모두 영국인이나 유럽인이 식민하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민족이다. 말레이시아의 말레인, 홋카이도의 아이누도 선주민족이다. 17세기이래 유럽계 식민자가 선주민족을 정복ㆍ지배한 역사가 계속된 후 20세기 후반이 되어 선주민족에 의한 권리의 회복이 정치적 과제로서 등장하게 되었다. 토지소유권, 수리권, 광물ㆍ에너지 자원이나 토지의 개발권을 주장 그리고 부당하게 차별 받는 것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선주민족이 북미ㆍ오세아니아의 각국에서 복권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각국 정부는 선주민족 문제를 관할하는 위원회의 설치 등 대응을 서둘렀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마보 판결은 에버리진의 복권(復權)을 인정하였다. 말레이시아의 부미푸트라 정책(말레인 대우)도 부당 차별시정에 대한 수단의 성격을 갖는다.


1. 홋카이도 박물관

https://www.google.co.kr/maps/place/%E5%8C%97%E6%B5%B7%E9%81%93%E5%8D%9A%E7%89%A9%E9%A4%A8/@43.0623183,141.3977959,13z/data=!4m8!1m2!2m1!1z7ZmL7Lm07J2064-E67CV66y86rSA!3m4!1s0x5f0b2ced7f04961f:0x34fd5ed406625389!8m2!3d43.053134!4d141.496665

홋카이도 박물관

신 삿포로 역에서 내려 한 시간에 한 대 즈음 다니는 22번 버스를 타고 10분 남짓 달리면 낮지만 너른 동산이 빼곡한 나무들을 품고 있고, 그 중심에 홋카이도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홋카이도 박물관은 어떻게 아이누를 바라볼까? 다음과 같이 살펴보자.


아이누와 주변 지역의 교류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아이누와 주변 지역의 교류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아이누와 주변 지역의 교류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아이누는 고대부터 주변 지역과 교류를 했고, 토기와 철기들을 미루어 봤을 때 규슈와 직접 교역을 하고 조몬문화(일본 신석기 시대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조몬은 한반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즉, 아이누의 초기 문화역시 한반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고리를 찾다보면 한반도와 아이누가 직접 교역을 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이누를 표현한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아이누를 표현한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아이누를 표현한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아이누를 표현한 흔적, 홋카이도 박물관

와진인(혼슈인)이 그려낸 아이누는 멸시와 조롱들이 엿 보였다. 그들을 하대하였다는 것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못이겨 아이누들은 와진인을 살해하는 등의 무력시위를 벌이지만, 막부의 위협에 못이겨 아이누 지도부들이 반항했던 아이누들을 산 채로 바치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다.

개척(침략) 시기의 아이누, 홋카이도 박물관
개척(침략) 시기의 아이누, 홋카이도 박물관
개척(침략) 시기의 아이누, 홋카이도 박물관

그러던 중, 열강들의 압박에 못이겨 막부는 하코다테 항을 개항하기에 이르고, 쿠릴열도에서 러일 간의 국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 즈음 홋카이도 개척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된다. 이 때부터 아이누의 문화는 '야만'하독 여겨지고 사슴 사냥과 연어잡이 등을 금지시킨다. 보통 혼슈에서 이주해온 와진인들은 막부의 힘이 약해지면서 오갈 때 없어진 호족들이 상당했는데, 이들은 농경문화가 없던 홋카이도에 던져저 메이지유신 이후 제국주의 일본의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살아가게 된다, 이 때 아이누는 살던 땅에서 강제로 퇴출도 당하고 머리 모양이나 이름 등을 와진인과 똑같이 바꾸게 하는 전형적인 식민지배를 당하게 된다. 이 때, 철저히 아이누를 복속시킨 경험이 조선반도 식민지 때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게 된다.

오른 쪽에 보이는 문양의 단지들이 막부와의 교역을 뜻한다, 홋카이도 박물관

중세 이후부터, 아이누의 생활 양식을 설명하는 자료들은 대부분 막부에 가문 휘호가 들어간 단지 같은 것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대등한 교역이 아니라 미개한 아이누가 개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묘사들이 펼쳐져 있다.

과연 저렇게 옷과 장비를 갖추고 갱도에서 일 했을까? 홋카이도 최초의 탄광 가야누마에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징용 되었다, 홋카이도 박물관
근대식 겨울 스포츠의 등장, 홋카이도 박물관
기차 타고 소풍가는 풍경, 최초의 철도는 탄광에서 항구까지 석탄을 옮기기 위해 우마가 끄는 모습이었다,  홋카이도 박물관
생활 상의 변화, 홋카이도 박물관

이 지역에 탄광이 최초로 열리 것을 설명할 때는 바로 옆에 근대화가 되어 열차를 타고 소풍 가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일본의 제국주의 시절 풍요롭던 홋카이도의 생활 상을 표현해 놓는데 제대로 된 기술을 갖추기 전 그리도 고생했던 탄광 노무자는 조선에서 끌려온 수많은 강제징용자와 당시 노예나 다름 없는 취급을 받기도 했던 아이누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 후, 와진인의 입장에서 개화된 홋카이도는 스키를 타고 샹들리에를 다는 지역으로의 변모, 고도경제성장기 때 동계올림픽을 치른 삿포로의 모습을 조망한다.

전후, 홋카이도 박물관
홋카이도 경제개발계획, 홋카이도 박물관


박물관의 시선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아이누 노동자들의 탄압과 핍박들 때문에 일어난 수많은 노동조합 파업을 소개하고, 자위대의 일본 내 주둔 및 실탄 발포 연습 등이 홋카이도 내에서 자행된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이야기도 한다.

아이누라 공표하는 커밍아웃의 무게는 만만찮다, 홋카이도 박물관

그러나 상대적일 뿐이다. 아이누가 미개했다는 관점, 홋카이도 개척이 사회경제문화 전반의 진보를 가져왔다는 관점, 그리고 지금은 박제된 아이누의 흔적을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1)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32338.html

2)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1226030006


2. 공익사단법인 홋카이도아이누협회


가이자와 카츠아키 사무국장과 그의 어머니를 만나 들었던 두 마디 인상적인 이야기로 설명을 대신한다.

공익사단법인 홋카이도아이누협회
공익사단법인 홋카이도아이누협회
"삿포로를 흐르는 토요히라강에서 아이누 축제를 엽니다. 연어 잡이와 관련한 내용인데, 대지에 경건함과 감사함을 표하는 의식이죠. 지금은 축제를 열기가 쉬운데, 예전에는 (아이누에 대한 멸시와 차별 등으로)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어른들은 아이누 말을 배우지도, 그리고 쓰지도 못하게 했어요. 혹여라도 아이들이 피해를 볼까봐 자기 말을 배우고 쓰는게 걱정됐던거죠"


이 곳은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아이누의 권익과 보존을 위해 일하는 공익사단법인이기에,

아이누와 관련해 정확한 목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식으로 방문 요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시라오이

https://www.google.co.kr/maps/place/%E3%82%A2%E3%82%A4%E3%83%8C%E6%B0%91%E6%97%8F%E5%8D%9A%E7%89%A9%E9%A4%A8/@42.564933,141.3572724,15z/data=!4m5!3m4!1s0x0:0x71c3505876ee80d4!8m2!3d42.5613408!4d141.3668239

포로토코탄

아이누족이 많이 사는 대표적인 지역은 시라오이다.

아이누, 포로토코탄
아이누의 전통 가옥, 포로토코탄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홋카이도의 대표적인 온천)로 가는 길에 위치한 시라오이이는 대표적인 아이누박물관 '포로토코탄'이 자리잡고 있다. 포로토코탄에 도착하면 패키지 여행 상품에 참가한 각 국의 관광객들이 무더기로 버스에서 내려서 입장하는 풍경부터 볼 수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아이누 전사 상과 매시 반복적으로 열리는 전통 공연 등을 관심있게 본다.

아이누 전통 공연, 포로토코탄

아이누를 설명하는 박물관, 몇 채의 전통가옥에서 이뤄지는 공연과 의식, 요 근래 건강식이라 인식되는 아이누 음식을 만들어 먹는 체험장까지 묶여있는 포로토코탄은 2020년 국가에서 설립하는 박물관은 포함한 대규모 아이누문화단지로 조성이 되기에 공사가 한창이다.

마즈히로 노모토 관장, 그는 아이누다, 포로토코탄
아이누의 흔적, 포로토코탄
아이누의 아이, 두어살 때까진 '똥' 등의 값어치 없는 이름으로 부르다 사람 구실이 되면 누구에게도 없는 이름을 지어줬다, 포로토코탄
아이누 흔적, 포로토코탄

안타까운 건, 박제된 기억에서 아이누를 만날 수만 있다는 것이다. 마즈히로 노모토 관장 역시 관광으로 소비되는 아이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데, 워낙 오랫동안 기피되던 역사와 문화가 아이누였던지라 짧은 시간 내에 명맥이 모두 끊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젋은 부부가 아이누 전통가옥을 마련하여 홈스테이를 준비하고 있고, 새롭게 개장될 단지 내에서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장치들을 여럿 만들어볼 계획이다.


4. 비라토리

https://www.google.co.kr/maps/place/%E5%B9%B3%E5%8F%96%E7%94%BA%E7%AB%8B%E4%BA%8C%E9%A2%A8%E8%B0%B7%E3%82%A2%E3%82%A4%E3%83%8C%E6%96%87%E5%8C%96%E5%8D%9A%E7%89%A9%E9%A4%A8/@42.6370115,142.1547834,17z/data=!3m1!4b1!4m5!3m4!1s0x5f74f8922df78cf3:0xf8d9c6772e893ec2!8m2!3d42.6370115!4d142.1569721

가야노 시게루가 세운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비라토리는 아이누를 일본과 세계에 알린 가야노 시게루가 살았던 마을이다.

가야노 시게루(1926 ~ 2006)

1994∼98년 참의원 국회의원을 지닌 가야노 시게루는 아이누 출신의 첫 국회의원이다. 그는 “일본에도 야마토 민족 이외의 민족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일본 사회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해 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아이누 말로 질문을 했다.

<나는 아이누다!> 한겨레 21: 제 917호 '권혁태의 또 하나의 일본 2' 중 일부

이 곳엔 비로토리 쵸에서 운영하는 니부타니 아이누문화박물관과 가야노 시게루가 만들고 현재는 그 아들이 운영하는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이 있다.

비라토리 쵸가 운영하는 니부타니 아이누박물관

비라토리는 가장 아이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가 남아있는 편인데,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아이누 말과 노래를 가르치고 그것을 통해 외부와의 교류도 진행한다. 방문하기 며칠 전, 재일조선인 가수 조박 씨도 아이들과 교류를 위해 이 곳을 찾았다는데 영상에서 우리의 동요 몇 곡을 아이들과 자연스레 부르며 율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누와 재일조선인은 놀랄만큼 닮아있고 닿아있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185811#cb

아이누의 회상,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아이누 명절,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아이누 의식,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아이누 흔적,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아이누 흔적,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현존하는 아이누의 삶과 문화를 망라해서 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비라토리 축제에 방문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8월 20일 ~ 21일 사이에 열렸고, 2017년에는 8월 19일 ~ 20일에 열린다.


축제 때에는 아이누 연설, 전통 공연, 의식, 요리, 수렵 및 사냥 재현 등이 진행된다. 단체라면 아이누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진행할 수 있는데, 비용과 준비가 만만찮다. 그래서 축제가 모두에게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마을에는 자그마한 민숙과 온천 등이 있다.

아이누 유물, 니부타니 아이누박물관
아이누 공예품, 니부타니 아이누박물관
아이누의 옷, 니부타니 아이누자료관

지역민을 고용하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며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그들의 삶을 살아보고, 그들과 자연스레 친구가 되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정여행을 기획할만한 곳은 비라토리가 아닐까 고민 중이다. 아칸이란 지역을 여러 분들께 추천 받았는데, 다음 기회로 답사의 여지를 남긴다.


5.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흔적들


일본에서도 1903년 열린 내국권업박람회에서는 인류관이라는 시설에 살아있는 아이누 민족이 '진열'되었는데, 이에는 북방에 대한 이국풍과 더불어 야만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담겨있었다.

당시 인류관에는 아이누 민족뿐 아니라 조선인, 중국인, 류큐인(오키나와인) 등 일본의 식민지에 속하는 여러 민족의 진열이 시도되었다. 당시 중국인은 중국 내부의 반발로 중지되었고 조선에서도 항의운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 '관광'으로 읽는 홋카이도, 조아라 중 일부 발췌

도쿄에 살아가는 아이누 어르신과의 만남

그 때와 지금의 차이가 무엇일까.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종을 차별하고, 남녀를 차별하고, 계급이 발생하고 빈부를 낳고...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칠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인류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의 이기적인 삶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희생되는 모든 것들이, 슬픈 자화상이 되어 아이누로 투영된다. 그것이 아이누를 만나고자, 만나야만 하는 그 어떤 것과의 대화, 그리고 그것으로부터의 속죄를 뜻한다.


우리가 아이누를 만나러 가기 전 먼저 만나봐야 하는 책은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이다. 나는 여전히 아이누와 만나고 싶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31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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