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
작년 말부터 집이라는 주제로, 우리 두 식구는 크고 큰 일들을 계속 겪고 있다.
결혼 6년 차.
첫 해에는 회사인 판교에서 가까운, 우리의 재정 능력에 맞는, 아주 적당한 빌라 전세로 2년을 살았다.
회사가 가깝다는 것, 그리고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우리에겐 부족함 없는 크기의 2룸이라는 것,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 없는 새 빌라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남편은 서울로 이직을 하고, 주변 인프라가 전혀 없어 배달 음식도 시키기 어려운 고립된 위치라는 느낌에 우리는 서울로의 이사를 결심하고. (물론 지금은 이곳에 대단지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첫 집인 이 신축 빌라를 구매했다.
더 빚을 내서라도 앞으로의 투자를 생각해 무조건 아파트를 사야 하지 않느냐 했던 분들도 계셨지만, 그때 우리는 너무나도 맑고 깨끗했다. (이게 과하면 바보같이 보일 수 있음)
집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그런 곳을 추구했다.
집값 오를 것 생각하며 더 큰 빚을 내느니 안정적으로 갚으며 맘 편히 살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더 옳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우리는 이 빌라에서 행복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알다시피 그 당시 우리가 빚을 내고 살 수 있었던 아파트들은 2~3배로 올랐고, 이제는 빚을 내도 살수 없어진 현실에 우리는 우리의 패배(?)도 인정했다.... 쓰라렸다.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의 친구가 자신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며 우리에게 구매하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봤고,
그게 시작이 되어.
'서울 시내에 우리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아직 남아는 있을까?'
'우리 큰댕이의 말처럼 나는 너무 겁쟁이였던건 아닐까?'
하는 깊은 고민과 함께, 생각만 하고 있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생에 첨으로 아파트 시세와 매물들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당황했고, 좌절했다.
아,, 영끌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내가 집에 대해 뭔가를 하려면 용기를 더 내야 하는구나. 깨달았다.
그러다 만났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살고 싶었던 한남(실은 이촌동)과 가깝고, 친구들과도 가깝고,
남편이 원하는 지하 주차장이 있고,
'아파트'로 지어진 20년 가까이 된 브랜드 아파트 아닌 이곳을.
이곳 말고도 더 용기를 내어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대단지 아파트도 있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 값이 올라 매물들은 다시 내려가고 새로운 부동산 대출 관련법이 쏟아지던 시기라 진짜 한주 사이에 우리 둘 인생에 결혼보다 더 큰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결혼 결정은 정말 그냥 연인이 되자마자 그냥 결혼으로 그냥 그렇게 당연히 결정됐었는데...)
작년 12월에 매매 계약을 하고, 지금의 빌라를 너무 좋은 분들께 매도하게 되고, 새로 매매한 아파트에 현재 거주 중인 전세 세입자분과의...
그리고 8월 19일로 이 모든 전쟁 아닌 전쟁의 종료일이 결정되었다.
이 전쟁은 이제 끝이 보이는데, 새로운 전쟁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바로 20년 된 아파트의 리모델링.
아파트를 딱 1번 보고 계약한 데다, 정보에 한계가 있어서 현재 컨디션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다 부숴버려야 할 거라는 믿음이 확고한 우리의 두 번째 집.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너무 막막했다. 결혼 전 한남동 전셋집을 셀프 리모델링하다 부엌은 맨손으로 타일 붙이다 시멘트에 손 다 헤지고, 싱크대 리폼으로 페인트를 4번 칠한 뒤 결국 더 건들고 싶지도 않아져 싱크대 손잡이도 다 달지 않고 그대로 살다 나왔었으니 말 다했지. -_-;;
그래서 이 글을 써두려고 한다.
그간 했던 고민과 나름의 즐거운 고생을 남겨두고 싶다.
이게 우리 두 번째 집의 역사가 될 테니까.
우리 남편의 로망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주방과,
나의 로망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원목 인테리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찾아보면서 정말 열심히 업데이트했던 나의 인테리어 키노트.
막상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나를 민망하게 했던 나의 인테리어 키노트. ㅎㅎㅎ
조금씩 기록해둬야지.
어떤 결과물이 나오게 될까 매우 기다려진다.
9월 18일에는 아마 우리의 두 번째 집에서 가을을 즐기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