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의 편리함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
최근 우리의 언어습관 중 참으로 많이 쓰는 단어를 꼽자면 나는 단연코 '인정'을 꼽고 싶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인스턴트 메시징에서는 'ㅇㅈ', 'ㄴㅇㅈ' 등으로 쓰이고 있으며 이 뿐만이 아니라 "그럴 수 있지", "That's not my business" 등의 뉘앙스를 풍기는 말은 우리 세대에 참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 다양성(Diversity)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짐에 따라서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한데 이는 개인(Individual)의 특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는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두 집단 모두 '인정'이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트렌드라는 서비스를 통하여 '인정' 'ㅇㅈ', 'ㄴㅇㅈ'에 대한 검색어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이 2014년 이후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단호히 예컨대, '인정'의 남용이 우리의 사고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실을 '인정'으로 갈무리 짓는 것이 과도하게 편리한 가운데 이것이 진지한 사고의 진행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인정'이 주는 장점도 있다. 가령, 논지의 흐트러짐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가지치기'의 역할을 하거나 사실 관계(Fact)의 정리를 도와준다.
그러나 이를 과도하게 쓰게 되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나 생각을 진전시킬 기회가 있는 경우에도 마치 모든 국/찌개에 라면수프를 넣으면 맛이 비슷해지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을 무마시켜버린다.
그렇다면, 왜 '인정'이라는 개념이 이렇게나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을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본인의 생활을 손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음에 따라 Like, 댓글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리액션이 모두 '인정'의 변형일 수 있다. 어쩌면 사회적 소통 형태의 변형이 외부인이 평가하는 본인에 대한 '인정'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고 이것이 언어습관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때로는 인정보다는 편향(Bias)이 본인의 논지를 뚜렷이 할 수 있고, 중도보다는 고집이 필요하며 본인의 생각이 '옳음'을 강력히 주장할 때 사회적 논의의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