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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yier Aug 02. 2021

드로잉

그림으로 표현되는 나의 페이보릿

[핀터레스트였던가 어디선가 좋았던 이미지를 저장해 놨다가 따라 그려봄]




이쁜 게 좋다. 내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있을 땐 언젠가를 위해서 저장한다.

핀터레스트에 아주 가끔 들어가면 너무나 멋진 이미지가 많아서 시즌별로 따라 해보고 싶은 스타일의 코디, 네일 디자인, 좋아하는 연예인, DIY, 수납/정리에 대한 정보 그리고 요즘에는 홈트 방법 등을 부위별로 카테고리 해서 저장해 두고 가끔 생각나면 또 둘러보곤 한다.


저 이미지는 꽤 오래전 같지만, 핀터레스트에서 찾았던 이미지였을 것이며, 아마 저런 패턴의 원피스가 예뻐서였던 것 같다. 막 dslr 카메라를 사서 열심히 들고 다니던 시절이라 유독 카메라를 쥐고 있는 손길, 그리고 왠지 슬플 것 같은 표정 그런 모든 것들이 끌려서 저장했던 이미지를 그린 것이다. 지금은 저 초록이 너무나 좋다.


3년 전 회사에서 드로잉 모임이 만들어지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10번 정도 직장인 점심시간 50분에 맞는 수준으로 수채물감을 이용한 드로잉을 배웠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배웠던 기억이 좋았던 한 직원분이 그 선생님을 모셔와 그림에 관심이 있던 터라 10번의 점심시간을 투자했다. 이후 그다음 해에는 마커를 이용한 드로잉, 그리고 작년은 유성 색연필 드로잉을 각각 같은 방식으로 배우면서 가끔 집에서 혼자 연습 겸, 숙제 겸 그리던 것이 많이 모였다. 카톡 프로필에 몇 개의 그림을 프사로 올렸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드로잉이 나의 직업과 드로잉이 그렇게 매칭 되는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아는 데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데로 신기해하기도 하고 관심을 가져 주던 것이, 나로서는 전혀 기대하던 반응은 아니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그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를 드러내는 데에 자신이 없고, 익숙하지 않으며, 잘 못하는 분야여서 꽁꽁 숨기고, 많이 숨는 편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고 싶었고 -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일기 수준 정도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글쓰기에 관한 책 몇 권을 읽어보니, 대세는 '무조건 써라'였다. 그래서 앞뒤 많이 재지 않고, 적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림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림은 내 생각과 나의 취향, 그리고 나의 이상이 들어 있기 때문에 부족한 글솜씨를 분명히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따라 그리고 싶은 이미지를 고를 땐 나름 시간을 많이 할애하여, 또는 그 어떤 "FEEL"이 충만한 이미지만을 픽하기 때문에 어떤 날은 2시간까지도 사진첩을 뒤적이고 핀터레스트를 뒤적였음에도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골라지지 않아 그리지 못한 적도 몇 번 있다. 내 생각이 들어가야 하고, 그 이미지를 고른 나의 정신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느낌이 중요해!


앞으로 테니스를 주제로, 드로잉을 주제로 또 커피, 웨이트, 사진 이런 소소한 것들로 페이지를 메꿔가려고 하는데, 자신은 없지만, 시작은 해본다. 예전에 기록하던 블로그, 가끔 끄적이는 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세상 그렇게 주제 없고,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글발이 없다. 슬프지만, 그래서 드로잉으로라도 보태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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