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무덤

2020.08.03

by 자몽버블티

얼른 우리 집에 와!


맞은편 집 사는 친구가 급히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지 싶어 바로 달려가 봤더니


작고 귀여운 병아리 한 마리가 나머지 한 마리 위에 올라가 콩콩 뛰고 있었다.


뭐야 친구를 왜 밟아?

밟는 게 아니야. 잘 봐봐. 친구가 죽었어.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거야.


작은 아이는 자신보다 작은 몸뚱이 위에서 콩콩. 뛰다가 중심 잃고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 콩콩.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지쳐 친구 곁을 맴돈다.


묻어주자.


친구와 차갑고 작고 보드라운 그것을 손에 들고 나와 아파트 단지 앞에 묻어주었다.


그거 알아? 병아리는 친구가 죽으면 외로워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대.

그럼 어떡해? 새로 한 마리 더 살 거야?

아니. 이번 주에 할머니네로 보내기로 했어. 이제 다이상 병아리 안 키울 거야.

왜?

왜긴 왜야. 더 이상 친구를 잃는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주말이 돌아오기 전 나는 연락을 한번 더 받았다. 얼른 오라고. 갔을 때 아무에게도 밟히지 못하고 그대로 차갑게 잠들어 있는 병아리가 보였다. 우리는 그의 친구 옆에 묻어줬다.


며칠도 못 참고 죽어버렸네.

친구를 잃었잖아. 얼마나 외로웠겠어.

너도 나 잃으면 외로워 죽을 거야?

미쳤냐. 죽게. 우리가 병아리도 아니고.

하긴, 우리가 병아리도 아니고.


어느새 헤어졌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우리

우리는 병아리가 아니니까

헤어졌다고, 외롭다고 죽는 병아리가 아니니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병아리 무덤 하나

병아리 무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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