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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Aug 18. 2020

PM의 정체성

안경에 블루라이트 필터를 못 넣은 이유

"시력 보호용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로 할까요? 요즘 많이들 하시는데..."

"좀 (다른 렌즈에 비해) 효과가 있나요?"

"푸른색 빛을 줄여줘서 눈이 좀 편안해져요."

"그럼 색상이 좀 변조되어 보이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색에 민감한 직업이신가요?"

"네."


PM(Project Manager)이 색상에 민감한 직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보통 홈페이지나 모바일 서비스를 제작할 때 디자인이나 색상을 고르는 일은 디자이너들의 몫이지만 PM은 디자인 시안이나 산출물을 갖고 여러 업무 파트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기 때문에 색상에 대해서도 잘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간혹 디자이너가 실수로 가이드 색상을 쓰지 않고 조금 다른 색을 쓴 내용이 발견되면 재빠르게(고객이 먼저 발견하기 전에) 알아차리고 수정 요청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 색상 변조(?)를 막기 위해 일반 렌즈로 안경을 맞췄습니다.




여러 종류의 PM이 있고 그마다 일하는 방식이 있을 텐데요.

저는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에게 요청하는 것 보다 더 효율적이라 판단될 때에는 직접 작업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지 위 글씨에 오타가 났다거나 고객이 간단한 이미지 수정을 요청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요청사항 주고받고 하는 일이 오히려 더 불편할 것 같으면 제가 포토샵을 열어 고칩니다.


검색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메타정보를 페이지 소스에 추가해야 하는데, 보통은 PM이나 기획자가 페이지 목록을 만들고 페이지를 요약한 다음 그걸 또 퍼블리셔나 개발자에게 전달하고 나서, 다 되었다고 하면 일일이 소스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제가 페이지마다 소스를 열어서 직접 입력하면, 굳이 파일 왔다 갔다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다른 작업자나 제 수고도 줄게 됩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정보가 잘 쌓이고 있는지, 또는 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필요시 데이터를 추출해야 할 때, 보통은 DB를 담당하는 개발자에게 데이터를 요청해야 하는데, 이 또한 DB 접근권한을 열어줄 수 있으면 열어달라고 해서 직접 확인하거나 데이터를 꺼내갑니다.


'저 PM은 자기가 간단한 건 알아서 하는데, 이번 PM은 매번 나한테 일을 준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어, 이러한 업무 방식은 조금씩만 써먹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러다 보니, 제 노트북은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바로 가져다가 업무를 해도 될 정도의 디자인, 개발 도구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안경도 내 맘대로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가끔 노트북에 설치된 프로그램들을 보며 정체성 혼란이 올 때가 있습니다.

모 영화에서 나온 '갈비맛 나는 치킨'이랄까요?

(치킨인가? 갈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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