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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머치토커 May 14. 2019

맨시티의 우승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극장골, 사상 최초, 감동. 수식어가 꼭 필요한 팀, 맨체스터 시티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연예인에게는 항상 사연이 있습니다. 긴 무명 시절 끝에 상을 받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진솔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등의 수상 소감은 감동을 주기도 하죠. 목표를 이룬 사람들에게는 항상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일 년의 300일 가까이 오직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 경쟁하는 각 국가별 프로축구 리그가 있습니다. 리그에 참가하는 팀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물론 현실적으로 우승이 목표가 아닌 팀도 있지만  매 경기, 혼심의 힘을 다 하죠. 그리고 여기에는 소름 돋는 이야기 있습니다. 특히 우승할 때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팀이 있는데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우승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맨체스터시티

 유럽 4대 리그(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중 하나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는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팀 당 총 38번의 경기 결과를 합산하여 최종 순위를 정합니다. 리그 경기는 일주일에 팀 당 한 경기씩 총 38라운드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 년 중 대부분의 주말에 경기가 열린다고 봐야겠죠.

 빡빡한 리그에 속한 20개 팀 중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석유 재벌 '만수르'가 팀을 인수한 이후 대대적인 선수단 보강을 통해 단숨에 우승권 전력을 갖추게 된 맨시티는 이후 리그 우승을 네 번 차지합니다. 2011-2012 시즌을 시작으로 2013-2014, 2017-2018 시즌 그리고 지난주에 막을 내린 2018-2019 시즌까지 최근 10년 사이 벌써 네 번의 우승. 이 정도면 매 시즌 치열한 우승 경쟁으로 유명한 EPL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했던 맨시티의 우승 시즌을 되돌아봅니다.



93분 20초. 역대급 극장골로 차지한 우승, 2011-2012 시즌

 2011-2012 시즌은 이른바 '만수르의 맨시티'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시즌인데요. 같은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그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하게 다투었던 시즌이기도 합니다. 37라운드까지 두 팀의 승점은 86점으로 같았습니다. 승점이 같을 경우 따지는 골득실에서 맨시티가 앞서고는 있었고, 퀸즈파크레인저스(QPR, 이하 QPR)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죠. 게다가 두 팀의 경기는 각각 다른 곳에서 같은 시간에 펼쳐지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두 팀의 상황은 엇갈립니다. 맨시티와 맨유는 각각 리그 중위권 순위를 확정한 QPR과 선더랜드와의 경기로 두 팀 모두 비교적 쉬운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맨유는 경기 후반까지 1:0으로 앞섰고 맨시티는 오히려 1:2로 지고 있었던 거죠. 결국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지나고 추가시간이 짧았던 맨유와 선더랜드의 경기는 맨유의 승리로 먼저 끝이 났습니다. 이대로 맨시티의 경기도 끝난다면 맨유의 우승! 실제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스마트폰과 라디오를 통해 맨시티 경기 결과를 듣고는 이미 축제 분위기였죠. 상대팀이었던 선더랜드 선수들은 맨유 선수들에게 축하의 악수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각 맨시티와 QPR 경기는 추가 시간은 5분이 흐르고 있었죠. 여기서부터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추가시간 1분이 지났을 무렵, 에딘 제코가 동점골을 성공시킵니다. 스코어는 2:2. 하지만 맨시티에게는 한 골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추가시간도 모두 지난 93분 20초경, 심판이 정말 휘슬을 입에 가져다 댔던 그 시간에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거짓말처럼 역전골을 성공시킵니다. 각도가 없었던 상황에서 성공시킨 마법과도 같았던 골로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팬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다시 재개된 경기. 킥오프와 동시에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맨시티로서는 정말 마지막 공격 기회, 마지막 슈팅으로 리그 우승을 결정지은 샘이죠. 무려 50년 만의 리그 우승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에 모두 쏟아져 나와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이 날 아구에로가 넣은 골은 역대 가장 드라마틱한 골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으며, 2011-2012 시즌 또한 역대 가장 치열했던 시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으로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두 팀의 분위기와 표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WWqQJ3Y-w5c 



EPL 역사상 최초 승점 100점 우승, 2017-2018 시즌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당시의 맨시티

 대감동의 물결 쓰나미 잔치였던 2011-2012 시즌 이후, 맨시티는 팀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한 번의 우승을 더 경험하고 맞이한 2017-2018 시즌. 이 시즌은 2011-2012 시즌과는 반대로 맨시티의 압도적인 우승으로 기록된 시즌이었는데요. 리그를 장악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만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과 함께 EPL 역사상 처음으로 승점 100점 이상을 기록하며 우승한 시즌이었습니다. 이는 20개의 팀이 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한 1992년부터 보더라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죠.

 체감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할게요. 승점 100점이 얼마나 어렵냐면 말이죠. 승/무/패에 따른 승점이 각각 3/1/0 점으로 매겨지는 시스템에서 순수하게 승리만으로 100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34승 이상을 해야 합니다. 일 년 내내 딱 네 번 빼고는 다 이겨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맨시티는 해당 시즌에 32승(96점) 4무(4점)로 승점 100점을 기록하는 동안 리그 패배는 단 두 번(리버풀과 맨유) 뿐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또 2위를 차지한 맨유와의 승점 차이 또한 무려 19점으로 여섯 경기 이상의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던 거죠.

 2017-2018 시즌 우승은 '만수르의 맨시티' 1기로 불리는 주축 선수들의 전성기와 함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력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으며, 상향 평준화되는 리그 수준을 감안하면 당분간 어떠한 팀도 도전하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극장골 우승 시즌의 데자뷔, 2018-2019 시즌

37라운드 뱅상 콤파니(트로피 들고 있는)의 원더골은 맨시티 우승의 숨은 이야기.(출처:AFP 연합뉴스)

 2018-2019 시즌 맨시티는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번 우승은 지난 2011-2012 시즌과 많이 닮아 있는데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2위 리버풀과 승점 2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불안한 1위였던 거죠. 그리고 동시간에 사실 EPL 마지막 라운드는 항상 동시간에 열립니다만... 동시간에 각각 다른 곳에서 맨시티와 리버풀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전반 초반 리버풀이 골을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나가자마자 맨시티는 한 골을 실점해 0:1로 끌려갔던 거죠.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은 전반 35분에 끝이 나는데요. 맨시티가 연속골을 성공시켜 2:1로 앞서기 시작한 거죠. 기세를 몰아 최종 스코어 4:1로 승리한 맨시티는 최종전을 2:0으로 승리한 리버풀을 승점 2점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우승은 항상 쉽지 않다지만, 이번 시즌 맨시티의 우승 또한 특별했는데요. 2011-2012 시즌과 닮아 있는 것과 함께 역대 가장 치열했던 우승 경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맨시티의 최종 승점은 100점에서 2점 모자란 98점, 리버풀은 96점이었습니다. 보통 80점대 중반에서 우승팀이 결정되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두 팀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리버풀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시즌일 텐데요. 리버풀은 단 1패만을 기록하고 준우승에 그친 시즌이 되었습니다. 그 1 패도 맨시티에게 당한 것이었으니 그 한 경기가 우승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알면, 더 알고 싶어 질 테죠.

 제가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듣고, 말하고, 고민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배경과 목적을 이야기하라"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배경과 목적을 설명해야 다른 분들이 이해하기 편하다는 것인데요. 당연한 이 이야기가 축구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맨시티의 리그 네 번째 우승'. 헤드라인으로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이 한 문장도 만약 맨시티가 가진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다른 팀의 이야기도 궁금할 테고요. 식상한 표현으로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 근데, 현실에서는 더 영화 같은 일이 많이 생기는 요즘이지만 라고 합니다. 다음 시즌 EPL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다른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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