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분홍색, 하얀색 세 가지의 색으로 코바늘 안개꽃을 소량 준비했다. 지나치리만큼 심플한 도안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안개꽃은 겹겹이 모여들었고 자그마한 꽃다발을 이루었다. 세 가지 색상의 안개꽃으로 이루어진 꽃다발을 준비하며 조심스레 한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변희수 하사가 바로 그러하다.
나 역시 성소수자이면서 가톨릭 신자이다보니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고 또 생전에 그녀와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그녀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종종 주변에서 듣곤 한다. 들었던 일화 중 몇 가지가 참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 중 하나가 변희수 하사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sns에 올렸던 글에 지금 문 연 성당은 명동밖에 없겠지? 하는 글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혐오와 냉대 속에서 지칠만큼 지쳐서 극단적으로 몰린 그녀는 자신의 sns에 그 글을 올리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오래 전 미사 중 신부님의 강론에서 한 귀퉁이가 이어서 떠올랐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는 사회의 그리고 우리 교회의 책임이 있다고. 사회가 냉대적으로 나오더라도 우리가 좀 더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생기지 않았을거라고.
마지막까지 하느님을 찾았던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를 생각하며 트랜스 컬러의 뜨개 안개꽃을 준비했다. 이장식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내가 너무 늦게 용기내어 벽장을 깨부수고 나섰지만 지금이라도 기억하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
여전히 세상은 우리에게 냉소적이고 종교는 우리를 혐오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이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럽지만 좀 더 살면서 버텨볼까 한다. 현실은 지금도 안타깝지만 그래도 혼자는 아니니.
주님.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의 영혼이 당신의 품 안에서 영원한 평안을 얻길 기도합니다.
- 서울 시내에서 변희수 하사가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게 호국영령을 울리는 짓이라는 개소리 플랜카드를 본 날 적는 글. 그거에 대한건 호국영령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거 아닌가. 솔직히 애초에 변희수 하사가 여군으로서 복무할 수 있게 해줬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