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저는 혐오하는게 너무 좋아요, 라고요.
대전 퀴어 퍼레이드를 다녀왔다. 날씨부터 시작해 정말 많은 것들이 걱정되었지만 어찌어찌 다녀왔고 퍼레이드까지 무사히 마쳤다. 혐오세력-줄여서 이하 혐세-이 가로막아서 퍼레이드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퍼레이드가 30분 정도 미뤄졌지만 처음으로 치뤄진 대전 퀴어 퍼레이드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혐세들의 우스운 짓을 하루이틀 보는 것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우스우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안타깝다. 무슨 깍지가 눈에 씌여서 안타깝게도 본인의 멍청함을 저렇게도 공개적으로 전시하고 전파하며 돌아다니는 것일까 싶다. 그 더위에 고온다습한 날씨에 집에 들어가서 티비 보다가 잠이나 주무시지 뭐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명동성당 건너편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고 그 부근에서는 개소리 하는 인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페미니즘 반대, 젠더 교육 반대, 동성애 반대, 무슬림 반대, 동성애자들 회개하라 등등... 명동성당에 교적이 있는 신자로서 정말 수없이 봤고 처음 그걸 봤을 땐 충격을 받아서 '쟤들 논리면 나는 죽어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내 이름을 거론하며 죽으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내건 무식함은 나에게 너무 아프게 꽂혔고 나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실제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갖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개소리들을 보더라도 웃으면서 'ㅋㅋㅋ 지들이 뭐 어쩔건데. 저렇게 멍청하게 혐오해서 혐오도 ai한테 뺏기겠다ㅋㅋ'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가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참 많이 필요했고 너무 힘들었다. 사실 이것도 정말 내 자신이 괜찮아서 하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죽을만큼 아프니 그걸 견디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방어기제의 일종이지 않나 싶다.
혐세들은 아마 우리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저런 말을 우리한테 아무렇지 않게 집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우리는 그냥 괴롭히고 인권을 유린하며 짖밟아도 괜찮은 인간 미만의 그 무언가인 것 같다. 우리 또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마음이라는 것이 있는 엄연한 인간인데 말이다.
성소수자 역시 인권이 있는 인간인데 말이다.
그런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하는게 맞을까.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혐세들은 자신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나의 존재가 사라지고 바퀴벌레마냥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득바득 버티기로 결심했다. 죽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서 말할거다. 죽여도 죽여도 멸종되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버티고 살아남아서 그들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언행을 하는지를 증명할거다. 그래, 이 곳에 굳게 서서 끊임없이 증언할거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소명 중 하나이지 않나 싶다.
p.s. 혐세들은 자꾸 퀴어 퍼레이드가 음란한 동성애 축제라고 주장하는데 퀴퍼에는 동성애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음란한건 본인들 머릿속에나 들어있는거 아닌가 싶다. 대체 음란한 퀴퍼가 어딨다는 말인가. 나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거 없던데. 사람이 머릿속에 든 대로 본다고 하던데 본인들 머릿속이 음란하니까 자꾸 음란한 퀴퍼, 퀴퍼 계속 열리면 가출 청소년이 바텀 알바를 하게 된다 이딴 주장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 바텀 알바는 대체 뭔데... 혐세들 혹시 바텀알바 하는거 아닌지. 역시 건전한 성 윤리 반대하는 애들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