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것 같은게 아니라 너무 어려워.
평범한 날을 정말 간절하게 원하고 또 원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를 다녀야 했던 그 때 나는 평범함을 매우 원했다. 평범한 일상, 평범한 시간, 평범한 종교와 신앙생활... 그 어떤 것도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었기에 이 평범하고 안온한 순간을 원하고 갈망했다.
그랬기에 몇 년간 부모님과의 싸움을 거쳐 그 교회를 벗어나 가톨릭으로 개종했을 때 나에게 이제야 평범한 종교와 평범한 신앙생활이 허락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기뻤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넘어서야 하나의 평범함을 내가 쟁취해냈고, 저들 중 하나라도 나에게 이루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내 인생을 사랑하며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지 7개월, 견진을 받은 지 3개월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나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부끄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삶은 너무 어려웠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제정신 아닌 통장 잔고와 F로 시작하는 질병 코드, 클리어 파일 가득인 병원비 영수증, 아마 평생 먹어야 할 약들 그리고 가면 갈수록 예상 횟수만 늘어가는 심리상담 세션 회차 정도 뿐이다. 남들은 자리를 잡고 직장을 다니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이제야 출발선에 선 기분이라 썩 유쾌하지는 않다. 에이섹슈얼이니 연애 결혼 이런 것들은 빼더라도 그 외의 영역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불유쾌한 기분 때문에 내 인생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이지 인생은 뭘까. 그리고 이런 나를 하느님은 예수님은 왜 어떻게 사랑하시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