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가는 얘기

우울한 소리 많습니다 읽지 마세요

by 울새



오래 전 그러니까 내가 아직 가족들이 다니는 그 이단 교회에 있을 적 늦은 밤 갑자기 자살 사고를 느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병증에 대한 노련한 요령도 뭣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당혹스러워하며 어떡하지 어떡하지 방황하다가 당시 그 교회에서 나와 초등부 교사를 같이 하던 선생님이 힘들면 연락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연락했는데 돌아온 답은 그래서 어떡하라는거냐, 자기한테 이러는거 되게 부담스럽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러지 마라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답을 받은 나는 혼자 가만히 있다가 새벽에 조용히 응급실로 향했다.



그 이후부터 나는 직계가족과 정신건강 전문가를 포함한 타인 누군가한테 기대는 것을 단념했다. 그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는 생각에 갇혔고 내가 치료받는 이유는 단지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는 틀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고체계가 자리잡게 된 데에는 그 외의 일련의 사건들이 있지만 어쨋든 나는 사람을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고 누군가한테 내 마음을 얘기하는게 매우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입원 중 의사가 나에게 "주변 사람들도 많이 걱정할거에요"라고 말했고 그에 대해 나는 그냥 민폐가 되기 싫고 그냥 죽어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데 그것마저 민폐가 될까봐 두렵다는 말을 했다가 의사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왜 그런 생각을 하냐, 민폐라는 그 말이 너무 아프게 들린다 라는 답을 받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직도 그 누군가한테 내 생각이나 마음을 말하는게 너무나 어렵다. 말하느냐 참고 넘기느냐의 갈림길에서 나는 항상 나 혼자 조용히 참을 것을 오랜 시간 강요받아왔기에 그 교회를 벗어나 가톨릭으로 개종한 지 올해로 어연 3년이나 되었음에도 여전히 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홀가분해지기를 택하기보다 조용히 참고 침묵하다가 정 안 되면 혼자 조용히 응급실이던 정신병동이던 걸어들어가는 것을 선택하는게 솔직히 말하면 편하고 익숙하다.



하느님은 내가 침묵하고 혼자 조용히 참는 것을 원하실까. 이 부분은 아무리 고민해도 여전히 모르겠다. 그냥 툭 터놓고 말하기가 두렵다. 처음에는 웃으며 힘들면 말해 괜찮으니까 말해줘요 하던 사람들이 한두 번 듣고 나면 정색하며 도망가던 뒷모습이 떠올라서, 그저 나를 시설이 낙후되고 퀴어혐오적인 시설에 가두고 수용하지 못해 안달 나 있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생각나 무서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겠다. 가끔 숨이 껄떡거리기 직전까지 가서 겨우 한두 마디 토하듯 뱉어내는 것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내 마지노선인 것 같다. 그저 이불을 덮고 누워서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거나 아니면 차라리 내가 영원히 잠들기를 기다릴 뿐.



내가 정신건강 전문가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솔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아니 그보다 먼저 하느님이 입력해두신 내 생존 센서에게 솔직할 수 있을까. 지금의 공식적인 생활동반자에게까지 솔직히 말할 수 없어서 괜찮다고 거짓말을 하는 내가 동료 활동가들에게 친구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할 수 있긴 한 걸까. 정말 모르겠다.



아니 그냥... 산다는게 뭘까. 하느님은 왜 이딴 나를 계속 살려두시는걸까. 진짜로 모르겠다. 왜 자꾸 이런 쓰레기같은 무쓸모한 나를 두시는 것인지 싶다. 계속 나는 뉴스에서 범죄나 사고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보면서, sns에서 학대당해 목숨을 잃은 동물들을 보면서 저 생명 대신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늘상 깔고 살아가는 이딴 폐급이 나 자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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