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살다살다 자폐요?
사람들이 가족 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연말 나는 1박 2일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있었다. 자폐 검사를 비롯해 풀배터리 검사를 받기 위해 잠깐 입원했고 검사 후 짧은 병원 생활을 마무리지었지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지금 썩 유쾌하지 않다.
사실 나는 신경다양적으로 어렸을 적부터 유별났다. 우선 어렸을 적 나는 친구도 없었고 친구를 딱히 사귀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아예 친구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직전까지도 친구들에게 종종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들은 엄마에게 내가 좀 이상하니 자폐 검사를 받아보라고 몇 번을 권유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물론 돌아온 것은 검사가 아니라 몽둥이와 혼나는 것 뿐이었지만. 좁은 분야에만 관심이 강하게 있어서 유치원에 다닐 적부터 동물 관련된 책만 읽고 동물과 관련된 얘기만 하다가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나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친동생의 말로는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했던 말을 반복해서 따라하는 증상도 있었단다. 맛에 민감하고 입에 뭔가 들어오는게 예민해서 양치를 하는게항상 고역이었고 음식을 먹을 때에도 밥'만' 먹거나 같은 반찬'만' 먹거나 둘 중 하나였다. 소리에 예민해서 남들에겐 평범한 소리여도 나에게는 매우 크게 들리고 되게 깜짝 놀라곤 했다. 날짜나 자동차 번호판 같은 것에 관심이 자꾸 가고 나도 모르게 눈이 가면서 어떻게 하면 저 숫자 배열을 더 예쁘게(?) 나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빠지곤 했다. 만지는 촉감을 중요시 생각해서 부드러운 인형부터 꺼끌꺼끌한 벽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손으로 쓰다듬어 계속해서 만지는걸 즐겼다. 사람과 눈맞추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지금도 사람의 눈을 보기보다는 안경테를 관찰하거나 아니면 최대한 비슷한 뒷배경 등에 집중함으로서 어느정도 눈맞춤을 흉내내고 있다. 누가 만지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서 누구던 나를 만지는 사람은 두고두고 싫어했고 기억했다가 복수할 정도다.
나는 내가 그냥 예민할 뿐이라 생각했다. 단지 내가 남들보다 예민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했는데...
활동가를 하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자폐 당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 나는 그들에게 공감이 가고 나 혼자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이상하게 그들이 하는 말이 이해가 너무 잘 되고 공감도 되고 나만 그런것이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자폐 당사자가 쓴 책을 읽었는데 너무 공감이 잘 되어서 혹시 나도 자폐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자폐 중에는 성소수 당사자가 많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충 41% 정도 된다고 한다. 그 중 에이로 에이스(무성애 무로맨틱)의 비율은 꽤나 높단다. 거기에 안 놀랍게도 내 성적 지향은 진성 에이로 에이스다.
이정도 되니 나도 너무 의심스럽고 궁금하고 내가 왜 이런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정신과 외래를 가서 교수님에게 "제가 자폐 같아서요"라는 말을 했다. 교수님은 가만히 나를 보시더니 흔히 말하는 자폐아 정도의 진단은 안 나오더라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은 나올 것 같다면서 빨리 검사할 수 있게 하루 입원할 것을 권유하셨다. 그 길로 나는 검사를 위해 하루 입원했고 지금은 퇴원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딱히 자폐 진단이 나와도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흠 그렇군 역시... 이러고 넘기지 않나 싶다. 어짜피 이건 치료할 수 있는 병도 아니고 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검사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쫄리고 싶지 않아서 계속 수시로 생각을 덕질과 같은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것도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