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는 극히 일부의 대장암에서만 효과가 있습니다

ASCO 2020 대장암 업데이트 (1): 키트루다 3상연구

by OncoAzim

5월 29일부터 암 임상연구에 관한 한 가장 권위있고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임상암학회 (ASCO)가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매년 시카고에서 열리는 학회라 저도 참석할 계획이었는데 아쉽게 되었어요. 요즘은 환자분들도 최신치료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하는 경우가 많고, 저도 한번 정리할 기회도 필요해서 제가 주로 진료하는 대장암과 관련된 주요 발표를 보고 간단히 해설을 해보려고 합니다.그 첫번째는 플레너리 세션에서 발표된 keynote-177 연구입니다. 이 다음에도 또 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쓰고 봅니다.




MSI-H 대장암에서의 키트루다의 효과가 검증되다: keynote-177 연구

올해 발표된 대장암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MSI-H 대장암에서 일반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비교한 3상 임상시험입니다.

전이성 대장암 (수술가능한 1-3기 말고 4기 또는 재발암)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항암치료는 5-FU와 옥살리플라틴 또는 이리노테칸, 그리고 표적항암제 (아바스틴 또는 얼비툭스) 3가지의 항암제의 조합입니다.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조합이지만 이후로는 "일반항암제"로 통칭하겠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MSI-H 라는 특이한 유전자 프로파일을 갖는 약 5% 정도의 전이성 대장암에서는 키트루다나 옵디보와 같은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1,2상 연구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177_background.JPG MSI-H 대장암 (오른편, 빨간색 표시)은 전이성 대장암 중 5%를 차지하고,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런 MSI-H 대장암에서 처음부터 항암제 없이 면역항암제만으로 치료를 해도 기존의 표준치료(일반항암제)에 비해 암 진행을 더 오래 억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3상 무작위배정 연구입니다.



177.JPG keynote-177 연구에서는 MSI-H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일반항암제를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1년 이상 암의 진행 없이 유지할 수 있었던 무진행생존률은 키트루다 55.3% 대 일반항암제 37.3%, 2년째의 무진행 생존률은 키트루다 48.3% 대 일반항암제 18.6%로 의미있는 향상을 보였습니다 (위험비 0.6, p = 0.0002) 간단히 말하면 2년간 암이 진행하지 않고 유지되는 환자의 비율이, 키트루다를 쓰면 약 10명중 5명인데 비해 일반항암제를 쓰면 2명이라는 얘기죠.



177_results.JPG

이 연구가 당장 환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사실 드라마틱한 결과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장암 환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일단 1-3기에서는 해당이 없습니다. 1-3기 환자에서는 MSS던 MSI-H이던 면역항암제 효과가 알려진 바 없고 수술과 보조항암화학요법만으로 70-90% 이상은 생존하시기 때문에 아직 이 치료를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향후로는 바뀔 수도 있지만요)

4기 또는 재발암이라면? MSI-H 대장암이라면 이 연구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것이니까요. 다만 MSI-H 대장암은 위에 서술하였다시피 5%에 지나지 않습니다. (1-3기 중엔 10-15%입니다 그러나 위에 서술하였듯 치료의 대상이 되는건 4기, 재발전이암이니까요.. 이중에 5%라는 얘깁니다)

"저도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나요"라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지만 대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습니다. MSI-H 대장암이 아닌 경우를 MSS대장암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면역항암제가 거의 듣지 않습니다. 면역항암제만 써서는 듣지 않기 때문에, 다른 표적항암제나 방사선, 일반항암제를 같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여러 임상시험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이 성공을 거둔 예는 없습니다.

MSI-H 대장암환자들은 그럼 이 약을 쓸 수 있을까요? 키트루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악성흑색종, 폐암 등에 허가가 되었고 보험급여도 되지만, 대장암에서는 아직 허가도 보험도 된 바가 없습니다. 조만간 허가될 것이라 생각하고 보험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현재 MSI-H 대장암에 한해 키트루다를 <사전신청요법>이라는 허가 외 사용 신청을 거쳐서 투여받을 방법은 열려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2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쓴 병력이 있어야 하고, 건강보험급여가 안되어 월 300-600만원의 본인부담금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 시점에서 MSI-H 대장암환자분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임상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 병원에서도 MSI-H 전이성 대장암 환자분들 대부분은 임상시험에 참여하였습니다. 위의 177연구에도 몇 분이 참여하였고, 키트루다 이외에 바벤시오, 임핀지 등의 다른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물론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러 까다로운 조건들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안타깝게도 비용마련이 어려워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얼른 보험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MSI-H 대장암에서의 임핀지 임상시험은 국내 연구자 임상시험으로서 아직 등록중입니다. https://cris.nih.go.kr/cris/search/search_result_st01_detail.jsp?seq=12184 국내 6개 기관 (서울아산, 서울성모, 세브란스, 전남대화순, 국립암센터, 해운대백병원)에서 참여가능합니다.

그 외에도 몇몇 면역항암제와 다른 약제들의 조합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으니 담당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