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밸류>, 2025
<센티멘탈밸류>는 보고싶다고 생각은 했으나 관심을 많이 가진 영화는 아니었고 전적으로 근처의 미용실 예약과 시간이 맞아서 본 것이다. 왜 미용실을 신촌까지 가느냐고 하면 실력이 좋고 쓸데없는 TMI 토크는 절대 하지 않으면서 헤어스타일에 대한 나의 취향을 잘 파악하는 헤어드레서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래서 3개월에 한번만 가고, 미용실 갈 때면 서울 서북부의 문물(!)을 즐기고 오는 나의 리프레쉬 타임으로 삼기로 것이다. 이번엔 신촌에서 자취하는 아들(연대생아님)을 만나서 밥을 먹는 일정도 끼워넣었다.
조조로 6000원에 봤는데 포스터와 각본집(영어... 영화는 노르웨이어로 주로 찍음)까지 공짜로 받았다 (수입사의 재정이 걱정되었다). 영화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칸느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고 집을 떠나있던 감독 아버지가 연극배우인 딸에게 자신의 영화의 주연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이 대를 이어서 살아온 집이 주된 배경이자 모티프다. '집은 가볍고 비어있는 것을 좋아할까, 꽉 차고 무거운 것을 좋아할까'라는, 딸의 어린시절 작문의 이야기가 극 초반에 나온다. 아버지의 각본에는 누구에게 기도하는지도 모른채 다만 쓰러져서 기도하듯 되뇌인다는 독백이 나오는데 "나는 집이 필요해"라는 말로 맺는다.
사실 그 전까지는 약간 지루하기도 했고 중간에 딸 대신 영화의 주연을 맡게된 헐리우드 배우와 아버지가 키스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딸이 아버지의 각본을 읽으며 "집이 필요해"라고 말할 때 순간 눈물이 많이 났다. 그리고 지금은 팔아버린 신제주의 단독주택과 일산의 오래된 아파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나에겐 지금 '집'이 있을까 (굳이 소유를 기준으로 하면 있긴 있다 서울변두리자가에 큰병원 다니는 김선생…1가구1주택임)
아들이 굳이 나와서 사는 이유도 '집'을 찾아서일까. 그는 강남송파지역과 신도시 아파트촌에 진저리를 낸다. 가끔 신촌이나 대학로, 서울역, 을지로 근처를 가보면 옛날 기억에 복잡한 마음이 되면서도 아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불규칙하고, 익숙하며, 번잡하고 때로는 낡고 황폐한 모습이 편안하다.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말미에는 아버지가 영화를 찍고 싶어했던 배경인 그들의 집에 새로 현대식 인테리어를 해서 바꾸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딸은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되는데, 영화를 찍는 곳은 집을 본딴 거대한 세트장이다. 화해를 한 듯 하지만 결국 '집'을 찾지는 못했다는 은유일까. 인간은 결국 영혼을 쉬게 할 공간을 찾을 수 없다는 결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