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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생사는 오타쿠 Feb 04. 2024

좁밥-내공 이론

평범하게 똑똑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성공적으로 한국 직장 다니는 방법

똑똑한데 천재는 아니거나 스무살 초반에 운이 없었던 친구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인생이 내 의지대로 풀려야하고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 부류였기 때문에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천재가 아니거나 운이 없다고 자조하는 글이 아니라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글이니까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만성적으로 잔잔한 우울감을 안고 살아가던 저도 이 사실을 깨닫고 늘 마음 한구석에 있던 뒤틀린 마음이 산뜻할 정도로 깨끗해졌거든요.


01

일단 "인생이 내 의지대로 풀려야 하고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오만입니다. 물론 똑똑한 친구들이 그런 잘못된 착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우리는 그런 부류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으로 똑똑한 친구들이 단 한번의 고꾸라짐 없이 매끄럽게 탄탄대로를 밟아가는 것을, 사람들이 그 어린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것을. 그래서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져야 하는데 웬걸 나는 계속 미끄러지고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그 지점에서 이런 부류는 인지부조화에서 비롯된 만성적인 우울과 불안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천재와 운이 정말 좋았던 친구들의 이름을 한 번 나열해볼까요? 저는 지금 딱 세 명 정도가 떠오릅니다. 사실 "내 주변은 다 그래 ㅠㅠ"라고 생각했지만 27년 인생 중 딱 세 명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젊은 날에 인생이 탄탄대로고 사람들에게 영향력까지 끼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 일부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일찍 받아들일 수록 더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평범하게 똑똑한 우리가 인생을 의지대로 풀어가고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건 정말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내공을 쌓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좁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에서 모든게 내 뜻대로 되어야 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생각만 해도 정말... 피가 끓죠? 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하지만 피가 끓든 숨이 뒤로 넘어가든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모든게 출발한다는 겁니다.


02

거기서 끝은 아닙니다. 그렇게 평생 좁밥으로 사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에요. 똑똑한 친구들은 어떤 상황이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좁밥이라는 걸 알아도, 조직 사회가 그걸 쉽게 허용하지 않아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대신 좀 더 영리한 방법을 쓰면 좋긴한데 (적을 만들지 않도록),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들은 태생적으로 까칠해서 초년생 때는 적을 좀 만들 수 있지만 반성하고 개선하면 되니까 또 배우는 과정이니 좀 투박해도 괜찮습니다. 그냥 고용된 직원이더라도, 알바생이더라도, 대학원생이더라도 내가 그 회사를, 가게를, 학문을 경영한다는 생각으로 오너십을 가지고 계속 의견을 내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걸 연습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 쉽지 않아요. 왜냐면 계속 말했듯이 우리는 좁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무시하고 방해할겁니다. 특히 열심히 하고 눈에 띄는 사람 싫어하는 한국 조직 사회라면 더더욱. 재테크 못하는 노예, 너가 그렇게 일해봤자 누가 알아줄 것 같아?, 미련하다, 호구, 그렇게까지 왜 열심히 살아?, 집이 어렵나 봐~ 등등 자존심 강한 똑똑한 친구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악플이 사방에서 쏟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악플이 자꾸 머리를 뱅뱅 맴돌면서 나 또한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 날들이 많아지겠지요.


특히 국내 대기업 같은데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보세요. 10개 중에 1개는 커녕 100개 중에 1개 정도 수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의견을 내는 당신이 눈꼴시려워서 못 견디고 당신의 99개가 거절 당했을 때 통쾌해하는 사람들 투성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신이 좁밥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거절당하고 비웃음 당하고 욕먹는 중에도 포기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그게 똑똑한 친구들이 사회 초년생 때 뼈를 깎도록 연습해야하는 부분입니다. 거절당하고, 욕먹고 그래도 성실하게 주체적으로 추진력 있게 밀고나가는 연습.


저는 5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으면 3년. 똑똑한 친구들이 그 과정을 3년에서 5년 동안 연습한다면 내공이 쌓일 겁니다. 그 때는 더 이상 좁밥도 아니고, 사람들이 당신의 의견에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겠죠.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중고신입인 지금 회사에서 저는 이제 겨우 1년차니까. 하지만 제가 읽은 모든 책에서, 천재나 탄탄대로가 아닌 평범하게 똑똑한데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좁밥-내공 이론을 굉장히 신뢰하고 정말 어렵지만 저도 매일매일 연습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내일도 해야해요^_^)


03

친한 친구가 어제 그랬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열심히 했는데 이루는게 아무 것도 없고, 남는게 없고 사람들이 무시하는 그런 상황이 될까봐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 아 그 기분 제가 왜 모를까요. 전 회사에 다닐 때 매일매일을 그런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그 작은 사무실에서 영업사원들한테 욕먹고 싸이코 상사에게 구박받고 전산화 된게 아무 것도 없어서 엑셀로, 지류로 모든 걸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살까봐 매일매일이 무섭고 불안하고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해도 안될 가능성이 있어요. 왜냐하면 운이 나쁠 수도 있고, 시대가 안 받쳐줄 수도,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허용하지 않을 수도 뭐 이유는 다양하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게 첫번째. 두번째는 정말 열심히 올바른 방향으로 했는데 남는게 없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건 본인이 경험으로 느껴야 합니다. 제 짧은 인생에서도 열심히 했을 때 남지 않는 건 없었어요. 이상한 방향으로라도 도움이 되어서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잘 풀리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내가 실패하면 사람들이 무시한다고 하는데 대체 "누가?" 라는 것입니다. 특히 사람들에게 무시받는다는 기분이 굉장히 재미있는데, "누가?"라고 묻는다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점점 나이가 먹어갈 수록 본인의 건강검진 결과, 주담대 이자, 끝없이 하락하는 코인과 주식, 오르는 물가, 자식농사 등등으로 본인 인생만 생각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시간을 들여 남의 인생을 무시하고 비웃을 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요. (중고딩, 대딩들이 그런 짓을 하는 건 시간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남의 인생을 무시하고 비웃는 사람들이라면 아 그 마음은 얼마나 지옥일까요? 그런 사람들에게 무시받는다는 건 제가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까 저런 불안은 세가지 이유로 머리에서 그냥 지워버리면 됩니다. 통제할 수 없고, 열심히 한 시간 속에 남는게 없는 일은 없으며, 사람들은 당신을 무시할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까요.


04

그러니까 평범하게 똑똑한 친구들이 직장을 불행하지 않게 다니면서도 성공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아니 내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은 그냥 졸업하자마자 골드만삭스에 가고 서울대 로스쿨에 들어가고 의사가 됐다고요! 왜 저한테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는 건가요?" 와 같은 생각, 혹은 "대기업 좋다고 해서 왔는데 사람들 다 바보고, 제가 열심히 일해봤자 거대한 조직이 톱니바퀴 같은 존재고 이재용/최태원/정의선 좋은짓이나 하는거 아닌가요?" 같은 생각은 이제 덮어두시길 바랍니다. 겸허하게 여러분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세요.


아무 것도 아닌 존재지만, 무시당할 만한 존재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질문하고 의견을 내세요. 복사라도 열심히 하고(물론 요즘 복사 많이 안합니다만), 파일정리라도 제대로 하세요. 오로지 그것만이 여러분을 우울증의 수렁에 빠뜨리지 않고 성공에 가까워지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과 같은 사람들보다는 당신과 같이 평범하게 똑똑하고 인내심으로 버텼던 사람들도 충분히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인스타 대신 독서를 하길 바랍니다. 정말이지 그것만이 여러분이 만성 우울과 불안장애 없이 즐겁게 살면서도 성공에 가까워지도록 만들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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