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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ida Lee 이레이다 Dec 20. 2020

"고물"-웬디와 피터팬  "알레 한드로"

Mi Cubano

Mi Cubano 알레 한드로_ 그려보고 싶던 한 장면.


Mi Cubano_ p.119


작가님과의 만남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나 역시 알레 한드로 같은 남자를 만나보고 싶었다는 것, 어쩌면 지난 과거에 스쳐 지나간 누군가가 떠오르는 기분도 들었고, 겁이 나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쉬움과 강한 끌림으로 가슴 한편 깊숙이 그 누군가의 기억이 남아 있을 뿐, 어떤 감정이었는지 정확히 풀어내긴 어렵지만. 고물 작가라는 필명의 독립출판물 “Mi Cubano”는 내 출판사의 모토처럼 전기장판 위까지 책을 들고 가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장면이 떠올랐다.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부푼 마음의 고물 작가의 모습. 여유로운 여행자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경비를 체크하며 체계적인 지출을 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인 실상. 그 와중에 쿠바라는 나라에서 뜻하지 못한 인연을 만났고, 큰 맘먹고 떠난 여행의 기억은 알레를 빼놓고는 떠올리기 힘들어진 상황까지. 

그녀가 쓴 책에서 나는 아직 가보지 않은 남미 여행을 본 것일까? 아니면 뜻하지 않게 나타난 사랑을 본 것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속여왔던 습관을 내려놓은 어느 젊은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이었을까?




지난 글에도 썼지만, 나는 재밌게 살고 싶다. 작가로 살겠다는 마음을 먹고사는 것에 의미를 찾으며 지나온 시간이 알려준 교훈이 있다. 의미를 너무 찾고 쫓다 보면 길을 잃을 수 있다. 의미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무형태의 사고들. 누군가 내가 하는 행위에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답하기 위한 정리 일 수 있다.


알레 한드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으로 그를 그릴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하면서 종이에 그리는 것과 비슷한 스킬을 익히고 있다. 

(최근 희망 드로잉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인스타, 브런치, 틱톡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캔버스와 종이에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여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고, 전시를 열면 작품 보단 작가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의 연락으로 더 큰 회의감을 느꼈던 '나'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큰, 전시회보다는 앞으로 출판이나 온라인으로 형태 다양한 전시를 하고 싶다. 

전시장에 와서 작품의 이야기를 작가에게 직접 듣고 싶은 그 마음 잘 알지만, 작품 자체로 공감과 연결을 원하는 것도 작가의 큰 소망이기도 하다. 그 둘의 경계를 이어주는 것이 <작가와의 만남>이란 자리지만 이 또한 제약이 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독립출판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스페인 산티아고를 걷고 왔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쯤부터 독립출판 책 만들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기의 산티아고 그림을 알릴 기회를 전시회로 가졌다면, 얼마나 좌절이 컸을지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다행히 책으로 이야기와 그 길을 걸으며 그린 그림을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독자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개인전을 집에서 열는 것이다. 우하하하.




오늘의 드로잉은 계획 없이 종이를 집어 옆에 있던 색연필로 쓱쓱 그려냈다. 혹시 Mi Cubano 책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Open your book to page 119. Read and watch this Illustration.”

어떻게 페이지도 119 일까?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본 알레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 자체로 쿠바와 동화된 듯 그곳을 벗어나면 더욱 빛을 볼 것 같은 사람. 그의 시선 아래 폭포와 물 웅덩이는 푸르고 맑기보단 그의 열정과 그때의 상황과는 다른 좀 더 멋진 색감일 것 같은. 그래서 그녀의 세계여행이 알레 구출 작전(?)이 되지 않았을지.


그녀에게 알레는 피터팬 같다. 내 눈엔 그녀는 뜻하지 못한 원더랜드에서 그를 만났고, 즐거운 시간과 굉장한 경험을 나눴다. 하지만 나이를 먹지 않는 피터팬을 웬디가 사랑했을까? 라는 질문에 어느 누가 “아니다” 혹은 “맞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린 웬디의 집에 피터팬이 찾아가 둘이 다시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면...

피터팬과 웬디, 원더랜드, 사랑 그리고 이별. 더 이상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랑을 이미지로 기억한다면 단연 붉고 핑크한 빨강이겠지? 누군가에겐 피처럼 검붉은 붉은색일지도 누군가에겐 검정, 적갈색에 가까운 하트의 기원인 심장의 검붉은 색일지도 모른다. 고물 작가의 Mi Cubano의 커버는 파란색인데, 나에게 이 책은 붉은색이다. 아주 붉고 붉은.







까미노 여행 스케치

 

[전기장판 공식 홈페이지]

https://leida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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