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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너 Mar 05. 2021

문과생, 코딩 공부하면서 울다

어느 마케터가 흘린 눈물



"이 장면을 찍어서 나중에 잘됐을 때 보여주고 싶다." 

코딩을 공부하다 결국은 눈물을 보이고만 내게 남편이 한 말이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던 걸까요? 


물론 프로그래밍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데이터 분석가로 전직하기 위해 2개월의 경기도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주관 공공 빅데이터 청년 인턴십 5개월 과정도 견뎌왔고요. 이정도면 실무에 당장 뛰어들어도 될까 싶지만 문제는 기초 프로그래밍, 코딩이라는 하드스킬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항상  부족함과 갈증을 느꼈고 이대로 취업을 한다고 해도 또다시 여기서 벽을 느껴야 했으니까요.  


"자율주행을 위한 임베디드 및 AI영상분석 컨버전스 SW개발자 양성과정" 


 이름도 길고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 과정은 이제 막 인턴십을 끝낸 후 부족한 코딩 실력을 올리기 위해 등록한 국비지원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교육입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처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8시간, 주 5일 40시간씩 총 6개월 간 프로그래밍 공부만 하는 과정입니다. 그만큼 실력은 늘 수 있겠지만 매우 빡 센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30명 정원이던 이 과정은 수강생이 하나 둘씩 빠지더니 어느새 저포함 21명이 되었습니다. 



문과 출신, 비전공자, 30대 기혼녀
전혀 다른 생소한 분야로 뛰어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숨막히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쉽게 도전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보다 

조금 솔직하게 과정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팀원들과  2번의 JAVA 세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할 때였습니다. 기초도 잘 모르는데 JAVA언어로 프로그램이란 결과물을 만들어야했습니다. 팀원들은 JAVA프로그래밍에 익숙했고 민폐를 끼치기 싫었던 제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하물며 저는 제일 큰누나였죠. 겨우 2번의 프로젝트를 완수하여 1인 몫을 충분히 해냈다 싶을 때 커리큘럼 과목은 또 바뀌었습니다.  


가장 괴로운 것은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척척 문제를 풀어내는데 저는 느리게 풀거나 막혀서 다음 문제로 못 넘어가는 거였습니다. 총 10개의 문제 중 제대로 푼 것은 겨우 한 두개였습니다. 다음 세번째 문제에서 막혀서 넘어가지 못한 채 그날의 강의는 끝났고 허무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억눌렸던 스트레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그 전 내용도 소화 못하는 데 지금 여기에 매달리면 무얼 하나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 하나도 못 풀어내는데 이 교육을 들어서는 무얼하나 싶었습니다. 


코딩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키보드에 눈물이 투두둑 쏟아졌습니다.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은 컴퓨터 앞에 붙박이처럼 매달려 모니터에 코를 박고 우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을 터였습니다. 남편은 지금은 이렇게 울지만 조금만 견디면 나중에는 이 날을 기억하면서 추억하는 날이 올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새벽까지 코딩 문제를 풀어야만 했습니다.


초등학생도 코딩을 배우는 시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이 사회의 다음 먹거리이자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키워드입니다. 매일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관한 기사가 쏟아집니다. 직장인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 스킬을 홍보하거나 머신러닝 엔지니어의 몸값이 얼마나 비싼지 전망은 얼마나 밝아보이는지 구구절절 소개합니다. 


저처럼 마케터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전직한 직장인이 나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의 인스타그램 광고가 유혹합니다. 당신도 얼마든지 도전해서 데이터 분석가가 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실상 교육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이 분야가 얼마나 방대하고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은지요. 


전공자는 괜히 전공자가 아니었죠. 23살 통계학과 전공 대학생은 데이터를 잠깐 보고도 회귀분석을 쓸지, 분류 분석을 쓸지 배우지 않고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수년간 같은 분야만 공부했던 전공자와 나란히 하는 것은 그만큼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에너지를 태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남들은 전직 성공기만 바라보지만 사실은 그 뒤에서 피와 땀과 눈물이 강처럼 흘렀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나이 먹고 울었다고 고백한 건 창피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정이 끝나가고 또 새로운 과정을 앞고 있을 때 강사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자신도 비전공자였고 잘 모르겠는데 풀기 위해서 밤새 코딩을 하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고요.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치는 거니 좌절하지 말라고 위로해주고 싶으셨던 걸까요. 그 말에 약간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울었던 시간을 보내고 몇 주 뒤 전에는 1문제를 풀기 위해 며칠이 걸렸던 코딩 테스트를 이제는 한시간 안에 풀기도 합니다. 


누구는 코딩이 천직처럼 식은죽 먹기라고 하고 누구는 하루라도 코딩을 안하면 몸이 안풀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 자신이 특별하다 생각하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힘들다고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겁니다.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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