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시대 평생 직업은 사라졌고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과 공부를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30대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힘든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아마도 절벽을 오르는 기분일 것..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잊고 0부터 시작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20대도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는 게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30대에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죠. 단순히 나이 문제가 아닙니다. 흔히 잘못알고 있는 상식으로 나이가 들어서 배우는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도 아닙니다.
오히려 노련함이 더해 더욱 빠른속도로 지식을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지금까지 쌓아온 것들과 다른 분야에서 다시 초보자의 마음으로 신입이 되어 무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실패와 좌절도 혹처럼 뒤따르죠.
30대가 되면 못해도 한 분야를 어느 정도 꾸준히 파고 들어 경력을 쌓거나 공부를 해왔을 텐데요, 특정한 어느 분야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직장이나 자신이 있는 집단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준전문가처럼 안정감 있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소위 '짬'이라고 말합니다.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머릿속에 잘 안들어오는 지식을 찾아가며 모르는 것을 겨우 알아가고,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욕을 먹기도 하고 쓴맛을 보기도 하고 그런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겨우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서 숙련가가 됩니다.
그런데 다시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는 것은 비록 약간의 관련이 있는 분야라 해도 다시 처음 그 분야를 접했던 것처럼초보자 내지 신입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자신의 능력치가 다시 0으로 수렴합니다. 그 실패와 좌절을 다시 반복하면서 경험치와 지식을 쌓아 나간다는 건 이미 그 과정을 거쳐본 적이 있기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이미 힘든 과정을 겪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우니까요.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가치가 있다면 도전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사리 도전하기 쉬운 일은 아닙니다.
30대가 원하는 것은 변화와 도전이 아닌 '안정감'일 확률이 크다.
제가 어느 강남지역의 대형교회 30대가 모인 조직에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과 관련없는 조직에 속하게 된 게 30대 들어서 처음이었는데요, 그 때 모임에 나가서 처음 받은 인상이 사람들 특유의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20대 초중반까지 속해있던 집단은 파릇파릇하고 통통 튀고 겁없이 뛰어드는 활기 넘치는 분위기라면 이미 겪을 대로 겪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어딘지 공기가 가라앉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사회경험도 하고 현실의 문제에 많이 부딪치고 결혼 적령기이기도 하니 전보다 신중해지고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도 함부로 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되니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는 것도, 마음을 열고 섣불리 타인과 교류하는 것도 모두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 시기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안정을 찾길 원합니다. 여기에 안정을 뒤흔드는 새로운 도전은 다시 자리 잡지 못하는 방황처럼 느껴지고 부담이 되기가 쉽습니다. 20대 때와 달리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와 잘 맞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 준비하는 것에도 신경써야 하며 커리어를 더욱 탄탄히 해야 하고, 임신과 출산 나아가 미래의 노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결혼한 30대 유부녀라면 자녀, 집안일 등에 신경을 써야 하고, 남편을 케어하고 친정과 시댁식구 행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 에너지를 쏟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에너지와 체력 저하 문제라 치부할수도 있지만요 있고요. 개인 체력과 운동량을 떠나서 역시 30대란 게임 캐릭터로 치면 물약이 많이 드는 캐릭터입니다. 예전에는 30대 이상인 선배들이 이런 말을 하면 아직 젊은데 벌써 노땅 같은 말을 하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30대가 되니 이해가 됩니다.
나이는 핑계, 도전은 평생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분석이라는 이 분야를 쉽사리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디지털 마케터라는 직무에 5년간 근무했고 이제는 새롭고 가치가 있는 분야로 뛰어 들었습니다. 정련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진입장벽이 있지만 많은 비용과 가치가 이쪽 분야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데이터 분석가로 전직하기 위해 공부했던 시간들은 단순히 체력이나 심리적인 압박을 제하더라도 다른 어려움이 많습니다. 시대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트렌드가 빨리 바뀌었고 IT 산업이 더욱 부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4차산업혁명은 어느새 불쑥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지금 회사 사무실에서 점심 먹는 시간 아껴가며 일을 하는 와중에도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머리 한 켠에서 떠나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디지털 마케터로 근무하면서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하다 타다 택시를 부르고는 집까지 실려가듯이 기절 직전에 의자에 널부러져 있으면서도 '내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불과 5년 후에도 가치가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직업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시장자본주의의 생리라고 하지만 개인의 생존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세상입니다. 마냥 30대 새로운 분야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해서 언제까지 나이 핑계로 미루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2030세대는 수명이 120세 라고도 합니다. 세상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변하면 변했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맞춰 변하고 배우는 것은 계속되어야 도태되지 않고 적응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을 하지 않을 때 훨씬 편하긴 합니다. 하지만 행복과 편안함은 잠깐이지만 현실의 문제를 결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안주하면 계속해서 그자리에 머물 것 같지만 경험상 나중에 뒤를 돌아보니 그때의 저는 그 자리에 머물기는 커녕 뒤로 뒤쳐지게 되었습니다.